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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도시농부들의 공동체

도시농업/도시농부들 33

[소자농의 자연농사] 도시텃밭에서 마늘·양파·생강을 나눠주지 말라고요?

[소자농의 자연농사] 도시텃밭에서 마늘·양파·생강을 나눠주지 말라고요? 나눠줬다가, 다시 마트를 갔다상추나 고추, 토마토, 오이 같은 채소는 수확 기간이 깁니다. 조금씩, 꾸준히 딸 수 있어요. 넉넉히 가져다 먹고도 남으면 이웃한테 한 봉지 챙겨줄 수 있죠. 그 여유가 텃밭 농사의 즐거움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마늘, 양파, 생강은 다릅니다. 이 셋은 한 번에 캐서 저장해 두고 오래 먹는 양념채소입니다. 텃밭 규모가 작은 도시농부에게는 애초에 많이 나오지도 않아요. 수확 직후 주변에 나눠주고 나면, 정작 우리 집 먹을 게 없어서 결국 마트를 가게 됩니다. 내가 기른 마늘인데. 흙에서 자란 것과 유통된 것 사이마트에서 파는 마늘·양파·생강, 친환경이나 유기농 표시가 없다면 재배 과정에서 토양 살충제..

[소자농의 자연농사] 섞어짓고 사이짓기

[소자농의 자연농사] 섞어짓고 사이짓기 — 밭은 비어있을 틈이 없다 밭을 설계하는 게 아니라, 흐름을 잇는 거예요텃밭에서 말하는 '섞어짓기'와 '사이짓기'가 단순한 재배 기술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대답하겠어요. 그건 밭을 하나의 살아있는 생태계로 바라보는 태도거든요. 수확량 중심의 단작 구조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작물들이 어울리며 균형을 이루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과정 — 저는 그게 텃밭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심는 때가 같아야, 밭이 어울린다섞어짓기에서 가장 먼저 따지는 건 파종 시기와 수확 시기예요. 함께 심고 함께 거둘 수 있는 것들끼리 맞춰야 밭이 엉키지 않거든요. 봄철엔 상추 같은 잎채소끼리, 여름철엔 고추·토마토·가지처럼 과채류끼리 어울려요. 키 높이나 뿌리 깊이를 고려하는 건 그다음 이..

[소자농의 자연농사] 마늘 자리에 팥을 심는다

[소자농의 자연농사] 마늘 자리에 팥을 심는다 — 3모작의 실험6월이 되면 밭이 바빠집니다. 마늘 줄기가 쓰러지고, 양파 목이 눕기 시작하면 수확할 때가 된 거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시점에 이미 다음 작물을 생각하고 있어요. 비워둔 땅이 아깝다는 게 아니라, 흙이 쉬는 동안에도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올해는 여기에 40일팥을 끼워보려 합니다. 마늘이 자리를 비우기 전에방법은 두 가지예요. 마늘과 양파를 뽑기 전에 밭 가장자리나 빈 공간에 미리 직파해 두는 것. 아니면 모종을 따로 길러 두었다가 수확 직후 바로 아주심는 것. 어느 쪽이든 작물 사이의 공백을 줄이는 게 핵심입니다. 이렇게 하면 올해 한 해, 마늘·양파 → 40일팥 → 김장배추로 이어지는 3모작이 가능할지도 몰라요. 40일..

[소자농의 자연농사] 고구마활착, 신문지 한 장이면 충분하다

[소자농의 자연농사] 신문지 한 장이면 충분하다 뿌리가 없는 닷새고구마순을 심고 나면, 그 순은 당분간 혼자입니다.뿌리가 아직 없거든요. 정확히는, 새 뿌리가 흙 속에 자리 잡기까지 5~7일이 걸립니다. 그 사이 순은 물도 양분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태예요. 그런데 땡볕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잎에서는 계속 수분이 빠져나가고, 흡수하는 물은 없으니 순이 늘어지고, 잎이 타들어 가고, 심한 경우엔 그냥 멈춰버립니다.그래서 덮어주는 겁니다. 신문지 한 장의 일방법은 단순해요. 심은 직후, 고구마순 위에 신문지나 부직포를 덮어두는 겁니다. 5~7일이면 됩니다.덮개 하나가 하는 일이 꽤 많거든요. 햇볕을 걸러주니 잎에서 수분이 덜 날아갑니다. 흙 표면도 그늘이 지니 습기가 오래 머뭅니다. 한여름엔 땅 온..

[소자농의 자연농사] 선비콩 한 그릇

[소자농의 자연농사] 선비콩 한 그릇 — 조선 선비가 먹던 콩을 아들이 먹었다마른 선비콩을 물에 불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두유제조기에 넣고 갈았어요. 콩국수를 해서 아들 앞에 놓았더니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맛나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요.선비콩은 그런 콩입니다. 불리지 않아도 됩니다. 오래 공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씁니다. 조선 선비의 이름을 얻은 콩선비콩은 오래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 〈본리지〉에 이런 기록이 있거든요."黃皮臍左右有黑點者 名儒執"누런 껍질에 배꼽 좌우로 검은 점이 있는 것을 유집(儒執)이라 한다는 뜻입니다. 유집, 선비가 쥔다는 말이죠. 이 기록이 수백 년을 건너 지금 이 콩알 한 줌과 연결됩니다. 실제로 선비콩 종자를 들여다보..

[새로운시도 지원사업] 콩 심은 데 콩 나고, 콩 심은 데 '진짜 장'이 납니다! 전통 장 담그기

콩! 심은데 장난다: 토종콩 재배 및 전통 장 담그기 소모임 콩! 심은데 장난다(이하 콩장)는 교육활동가모임 '흙놀이'의 1기, 2기 강사단이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숙성된 장 담그기 문화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후배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결성한 소모임입니다. 직접 재배한 우리 토종콩으로 전통 장을 담그며 토종 작물과 장 문화의 소중함을 새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활동내용은 장 담그기, 토종콩 재배하기, 수확한 콩으로 메주 쑤기, 발효 및 장 가르기, 그리고 나눔으로 이어집니다. 올해가 첫 해이다 보니 전통 방식으로 메주를 쑤는 발효학교에서 메주를 공수해 지난 3월 27일 금요일 장을 담그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텃밭에서 각종 토종콩을 직접 재배하면 올 가을에는 그 콩으로 메주를 쑬 ..

[소자농의 자연농사] 파는 파가 아니었다

토종파 세 종류와 양대파, 날것으로 씹어보다올봄, 네 종류의 파를 생으로 씹어봤어요.목긴대파, 백령파, 쇠꼬리파, 양대파. 익혀 먹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드러났어요. 날것 그대로의 향, 혀에 닿는 조직감, 뒤따라오는 매운맛의 결. 같은 "파"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었어요. 단단하고 깔끔한 — 목긴대파이름에 "긴대"가 붙었다고 해서 흰 대가 길게 올라오는 건 아니거든요. 파줄기를 깊이 심지 않으면 그렇게 안 됩니다.씹어보면 조직이 단단해요. 일반 대파에서 흔히 느껴지는 미끈한 점액질이 거의 없어서 입안이 깔끔해요. 파향은 생각보다 강하게 치고 올라오지 않아요. 결이 담백해요. 대신 매운맛은 직선적이에요. 혀끝을 또렷하게 건드리고 끝나요.투박하지만 선 굵은 맛. 군더더기 없는 파예요.오래된 맛이 난다..

[소자농의 자연농사] 봄에 신선함을 담은 상추열무김치

봄밭에서 바로 담그는 상추열무김치봄밭에서 막 올라온 열무와 상추로 겉절이 김치를 담갔습니다.오래 묵혀 저장해서 먹는 반찬이 아닙니다. 갓 딴 푸성귀의 향과 질감을 그날 바로 즐기는 데 매력이 있는 김치거든요. 아삭한 열무와 부드러운 상추. 이 둘의 대비가 봄철 밥상에 생기를 더합니다.열무는 씨알텃밭에서 자란 토종 벗들무시, 상추는 평창적상추입니다. 열무밭 헛골에는 커피박을 뿌렸어요. 벌레를 기피시키는 방식입니다. 죽이는 게 아니라, 오지 않게 하는 거죠. 절이는 시간이 전부다열무는 굵은소금으로 40분 절입니다. 딱 그 시간이 적당해요. 풋내는 가라앉고, 줄기 속살은 살아있거든요. 중간에 한두 번 뒤집어 절임이 고르게 되도록 합니다.헹굴 때는 찬물에 가볍게 한 번. 너무 세게 짜지 말고 물기만 빼주세요.상..

[소자농의 자연농사] 1년, 흙을 되살리는 시간

1년, 흙을 되살리는 시간무경운·유기물 순환으로 토양을 바꾼 씨알텃밭의 기록소자농 유형민 공동체 씨알텃밭의 한 구성원이 지난 1년간 실천한 농법은 단순한 재배 기술의 전환을 넘어, 토양을 대하는 관점 자체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작년 4월부터 밭을 갈지 않는 무경운(無耕耘) 방식을 택했고, 외부에서 공급되는 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버려지는 것들이 밭의 자원이 되다대신 도시에서 버려지는 유기물을 자원으로 받아들였다. 백화점에서 발생하는 폐과일과 채소는 밭의 표면을 덮는 피복재로 사용되었고, 버섯농장에서 배출되는 폐배지(廢培地)는 일정한 주기로 토양 위에 쌓였다. 20평 기준 분기마다 1~2톤백에 달하는 양이 투입되었으니, 이는 단순한 보조적 투입이 아니라 토양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

퍼머컬처 읽기 네번째 모임 - 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숲은, 처음부터 단단했던 것이 아닙니다. 바하마의 작은 모래톱, 샌디케이. 지름이 수십 걸음에 불과한 이 섬에 처음 내려앉은 것은 바닷새였습니다. 배설물이 모래를 조금 비옥하게 만들었고, 바람이 씨앗을 날랐습니다. 극한을 견디는 선구 식물이 먼저 뿌리내렸고, 그 그늘 아래 더 섬세한 것들이 자라났습니다. 수백 년이 흐르며 동심원의 작은 숲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무도 설계하지 않았습니다. 외부에서 투입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거기 있습니다.이번 모임에서 읽은 『퍼머컬처 매뉴얼』 10장부터 13장까지는, 사실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망가지지 않는가. 그리고 망가져도 어떻게 돌아오는가. 이번 읽기모임에 내용을 요약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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