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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농사 이야기 23

[소자농의 자연농사] 단맛 없는 참외의 쓸모 — 풋참외 깍두기

[소자농의 자연농사] 단맛 없는 참외의 쓸모 — 풋참외 깍두기 밭에서 참외를 따다 보면 꼭 이런 게 나와요. 크기는 그럴싸한데 먹어보면 단맛이 아직 덜 든 것들이요. 개구리참외처럼 납작하고 줄무늬 선명한 토종재래도 마찬가지고요. 그걸 그냥 버리겠어요? 버리지 않는 마음에서 시작된 음식예부터 조상들은 풋참외를 오이처럼 다뤘거든요. 속을 파내고 장아찌를 담그거나, 깍둑썰어 시원한 여름 김치로 만들었어요. 박과 채소 특유의 청량함과 은은한 향이 그대로 담기는, 절기마다 이유가 있는 음식이에요."참외가 달지 않다고 실패한 게 아니에요. 그 시점에 맞는 방법이 따로 있는 거거든요." 차가운 것엔 짝이 있다참외는 오잇과 채소라 성질이 차고 시원해요. 그런데 단독으로 김치를 담그면 간이 겉돌기 쉽거든요. 향이 강한 ..

[제12화: 대서] 가장 더운 날, 불로 불을 다스리다 - 삼복과 함께 건너는 대서

[제12화: 대서] 가장 더운 날, 불로 불을 다스리다 - 삼복과 함께 건너는 대서 한여름, 뜨거운 국 한 그릇 앞에 앉는다.푹푹 찌는 날에 무슨 뜨거운 국이냐 싶지만, 옛 조상들은 가장 더운 날 오히려 가장 뜨거운 것을 먹었다. 삼계탕 한 그릇, 그 위로 김이 오른다. 땀을 뻘뻘 흘리며 뜨거운 것을 넘기고 나면 신기하게도 속이 개운하고 더위가 한풀 꺾인다. 열로 열을 다스린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 그 오래된 지혜가 빛나는 시절이 바로 지금이다. 대서(大暑), 일 년 중 가장 더운 절기이다. 그리고 이 무렵 텃밭에도 마찬가지로 더위를 피해 숨는 것이 아니라, 더위와 함께 사는 법을 배우는 때이다. 절기 이야기: 큰 더위, 그리고 삼복대서(大暑)는 24절기 중 열두 번째 절기로, 양력 7월 23일 무렵에..

[소자농의 자연농사] 흙을 살린다는 것 — 미생물과 효소, 그 보이지 않는 농사꾼들

[소자농의 자연농사] 흙을 살린다는 것 — 미생물과 효소, 그 보이지 않는 농사꾼들흙 한 줌에 뭐가 들었을까요. 손으로 집어 올리면 그냥 흙이에요. 차갑고 축축하고, 지렁이 한 마리쯤 꿈틀대면 다행이고. 근데 그 속에서 지금 이 순간도 수억 마리의 미생물이 일하고 있거든요. 세균, 곰팡이, 방선균, 균근균. 이들이 없으면 작물은 밥을 못 먹어요. 아무리 좋은 두엄을 넣어도, 아무리 비싼 비료를 줘도 소용없어요. 분해하는 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거거든요. 저는 요즘 이 생각을 자주 해요. 내가 밭에서 하는 일이 진짜 농사인가, 아니면 미생물이 하는 농사를 방해하지 않는 것인가. 흙속의 노동자들 — 효소는 도구, 미생물은 일꾼먼저 헷갈리기 쉬운 것부터 짚고 갈게요. 미생물과 효소, 이 둘은 달라요. ..

[소자농의 자연농사] 씨앗을 고른다는 것 — 조선 농서가 말하는 종자관리의 지혜

[소자농의 자연농사] 씨앗을 고른다는 것 — 조선 농서가 말하는 종자관리의 지혜쑥갓대를 한 움큼 쥐고 방수포 위에서 힘껏 후려쳤다. 갈색의 작은 씨앗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채로 쳐서 껍질과 쭉정이를 날리고 나니 실하게 여문 씨앗들만 남았다.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잠시 들여다봤다. "이 씨앗 하나하나가 담양에서 수백 년을 이어온 유전자를 담고 있는 거거든요. 함부로 다룰 수가 없죠." 어제 토종 담양쑥갓 채종을 마쳤습니다. 그 손짓이 낯설지 않은 건, 조선시대 농서에도 같은 방법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수백 년 전 선조들이 터득한 지식을 지금 이 밭에서 되살리고 있다는 생각에, 오늘은 고농서가 전하는 종자관리의 지혜를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Ⅰ. 머리말농업에 있어 종자는 생산성과 품질을 결정짓는 가장..

[소자농의 자연농사] 항아리를 묻어라 — 2천 년 전 농법으로 키우는 강화오이

[소자농의 자연농사] 항아리를 묻어라 — 2천 년 전 농법으로 키우는 강화오이인류최초의 농서 범승지서(범승이란 사람이 쓴 농서)에 기록된 구전법을 이용한 토종오이(황과)재배방법 : 구덩이 재배법오이 줄기 사이사이에 페트병이 하나씩 꽂혀 있어요. 처음 보면 그냥 쓰레기인 줄 알거든요. 근데 이게 2천 년 전 농법이에요.설명드릴게요. 물이 없는 곳에서 나온 방법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농서가 있어요. 중국 전한(前漢) 시대에 쓰인 『범승지서(氾勝之書)』예요. 범승이라는 사람이 직접 쓴 농서거든요. 이 책에 오이 재배법이 나와요. 범승이 살던 곳은 지금의 중국 황토고원이에요. 비가 안 오는 곳이죠. 황토로 된 건조한 땅, 염류가 쌓이고, 가뭄이 심하고, 농업용수가 귀한 곳이에요. 그 환경에서 오이를 키워야 했던..

[제11화: 소서] 비와 풀과 함께 사는 법

[제11화: 소서] 비와 풀과 함께 사는 법 하룻밤 사이에 버섯이 돋았다.비가 며칠 이어진 뒤 아침에 텃밭에 나가보면, 멀칭해둔 마른 풀 더미 위로 자잘한 버섯이 우산을 펴고 올라와 있다. 어제까지 없던 것인데 심은적도 없는 녀석이 올라왔으니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좋은 징조이다. 버섯은 죽은 유기물(리그닌, 목질)을 분해하는 균류(미생물)이다. 마른 풀과 낙엽을 흙으로 되돌리는 일을 한다. 흙 속에서 그 일이 한창이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흙의 살림이, 장마 습기를 빌려 잠깐 얼굴을 내민 것이다. 소서(小暑)의 텃밭은 그렇게 젖은 채로 부산하다.절기 이야기: 작은 더위, 그러나 만만치 않은소서(小暑)는 24절기 중 열한 번째 절기로, 양력 7월 7일 무렵에 든다. 한자를 풀면 '..

[소자농의 자연농사] 감자 수확하고 두 달, 그 빈 밭에 들깨를 심으세요

[소자농의 자연농사] 감자 수확하고 두 달, 그 빈 밭에 들깨를 심으세요감자를 캐고 나면 밭이 두 달쯤 빕니다. 김장채소 심기엔 아직 이르고, 그냥 두자니 아깝고. 그 자리에 들깨 모종을 한번 꽂아보세요. 잡초 걱정, 들깨가 대신 해줍니다풀을 뽑지 않고 버티려면 먼저 그늘을 만들어야 해요. 들깨는 한여름이 되면 넓은 잎을 활짝 펼쳐 밭 전체를 덮거든요. 햇빛이 차단되니 잡초가 기를 못 씁니다. 수분도, 지온도 안정적으로 잡아줘요. 장마철 폭우가 흙을 쓸어가는 것도 막아줍니다. 깻잎을 먹으면서 흙을 만듭니다여름 내내 깻잎을 따먹을 수 있으니 텃밭 활용도도 높고요. 들깨를 베어낸 자리에 남은 줄기와 뿌리가 썩으면 그게 그대로 유기물이 됩니다.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흙이 부드러워지고, 가을 김장채소가 자리 ..

[제10화: 하지] 가장 긴 낮, 가장 바쁜 손

[제10화: 하지] 가장 긴 낮, 가장 바쁜 손도시 텃밭, 빛의 절정에서 흙을 지키다해가 좀처럼 지지 않는다.저녁 일곱 시가 넘었는데도 텃밭에는 아직 빛이 남아 있다. 일을 마치고 나와도 한참을 더 손볼 수 있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하지(夏至)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해는 다시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한다. 자연의 모든 절정이 그렇듯이, 가장 환한 정점에서 이미 기우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밭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일은 감자를 캐는 일이다. 봄에 심은 감자가 땅속에서 알이 다 굵었다. 잎과 줄기가 누렇게 시들기 시작하면 그것이 캐라는 신호이다. 흙을 살살 헤치면 흙빛과 똑같은 감자알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 한 해 농사 중 가장 손맛 좋은 순간이다. 그래서 봄에 심어 이맘때 캐는 감자를..

[소자농의 자연농사] 가뭄에 물 주는 법 — 뿌리를 아래로 보내는 일

[소자농의 자연농사] 가뭄에 물 주는 법 — 뿌리를 아래로 보내는 일가뭄이 길어졌다. 밭에 나가보면 흙이 갈라져 있고, 작물 잎이 아침부터 처진다. 이럴 때 물을 어떻게 줘야 할까. 그냥 호스 들고 흠뻑 뿌리면 되는 거 아닌가 싶지만, 물 주는 방법에 따라 뿌리가 어디에 자리 잡느냐가 달라지거든요.기본은 하나입니다. 밭 표면을 먼저 덮는 것. 풀이든 낙엽이든 짚이든 왕겨든 톱밥이든, 유기잔사물로 흙을 덮어두면 수분 증발을 눈에 띄게 줄일 수 있어요. 물 주기 전에, 이게 먼저입니다. 한 번에 다 주지 말고, 나눠서 두 번흙이 오래 말라있으면 처음 물을 줘도 겉만 적시고 대부분 흘러내려 버립니다. 딱딱하게 굳은 흙이 물을 제대로 흡수하질 못하는 거예요. 그래서 방법이 있어요. 먼저 충분히 한 번 줍니다. ..

[제9화: 망종] 보리를 베고 콩을 심는다

[제9화: 망종] 보리를 베고 콩을 심는다— 5평 생태 텃밭, 전환의 절기를 살다 매실이 익기 시작한다. 처음엔 눈에 잘 띄지도 않는다. 잎 사이에 숨어 초록빛으로 달려 있으니, 알아채는 데 시간이 걸린다. 그러다 어느 날 문득 보면 매실 나무 아래 바닥에 열매가 몇 개 떨어져 있다. 그제야 올려다보면, 가지마다 제법 탐스럽게 영글어 있다. 망종(芒種)이 가까워졌다는 신호이다. 매실은 빠르게 수확해야 한다. 망종 무렵의 매실은 당도와 산도가 동시에 절정을 이루는 시기라고 한다. 너무 일러도, 너무 늦어도 안 된다. 바로 지금이다. 매실청을 담그고 매실주를 담그는 살림의 손길이 부지런해지는 시절, 그 절기 한가운데 망종이 있다. 절기 이야기: 거두는 손과 심는 손이 동시에 바쁜 날망종(芒種)은 24절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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