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도시를 경작하라!

지구를 살리는 도시농부들의 공동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161

[소자농의 자연농사] 고구마활착, 신문지 한 장이면 충분하다

[소자농의 자연농사] 신문지 한 장이면 충분하다 뿌리가 없는 닷새고구마순을 심고 나면, 그 순은 당분간 혼자입니다.뿌리가 아직 없거든요. 정확히는, 새 뿌리가 흙 속에 자리 잡기까지 5~7일이 걸립니다. 그 사이 순은 물도 양분도 제대로 끌어올리지 못하는 상태예요. 그런데 땡볕은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잎에서는 계속 수분이 빠져나가고, 흡수하는 물은 없으니 순이 늘어지고, 잎이 타들어 가고, 심한 경우엔 그냥 멈춰버립니다.그래서 덮어주는 겁니다. 신문지 한 장의 일방법은 단순해요. 심은 직후, 고구마순 위에 신문지나 부직포를 덮어두는 겁니다. 5~7일이면 됩니다.덮개 하나가 하는 일이 꽤 많거든요. 햇볕을 걸러주니 잎에서 수분이 덜 날아갑니다. 흙 표면도 그늘이 지니 습기가 오래 머뭅니다. 한여름엔 땅 온..

철원 통일논에 한반도를 그리고, 토종벼를 심었습니다

철원 통일논에 한반도를 그리고, 토종벼를 심었습니다지난 5월 30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과 함께한 분들이 강원도 철원의 통일논으로 향했습니다. 인천 시민 여든 명과 철원군농민회 회원 스무 분, 모두 백여 명이 모여 민통선 안 통일논에 한반도 모양으로 토종벼를 심은 날입니다. 그 하루를 회원 여러분께 전합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철원 통일논 모내기에 함께한 것은 2013년부터입니다. 어느덧 십삼 년. 강산이 한 번 하고도 반쯤 더 바뀌는 동안, 우리는 봄이면 모를 심고 가을이면 벼를 거두러 이 길을 오갔습니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와 달랐습니다. 철원오대쌀로만 손모내기를 하던 데서 토종쌀을 더하기로 한 것입니다. 논습지동아리(회장 오송원)에서 붉은차나락, 각시나, 선달, 멧돼지찰 네 종의 토종벼 모..

[소자농의 자연농사] 선비콩 한 그릇

[소자농의 자연농사] 선비콩 한 그릇 — 조선 선비가 먹던 콩을 아들이 먹었다마른 선비콩을 물에 불리지 않았습니다. 그냥 두유제조기에 넣고 갈았어요. 콩국수를 해서 아들 앞에 놓았더니 한 그릇을 다 비웠습니다. "맛나다"는 말 한마디를 남기고요.선비콩은 그런 콩입니다. 불리지 않아도 됩니다. 오래 공들이지 않아도 됩니다. 그냥 씁니다. 조선 선비의 이름을 얻은 콩선비콩은 오래된 이름을 갖고 있습니다. 조선 후기 실학자 서유구가 쓴 《임원경제지》 〈본리지〉에 이런 기록이 있거든요."黃皮臍左右有黑點者 名儒執"누런 껍질에 배꼽 좌우로 검은 점이 있는 것을 유집(儒執)이라 한다는 뜻입니다. 유집, 선비가 쥔다는 말이죠. 이 기록이 수백 년을 건너 지금 이 콩알 한 줌과 연결됩니다. 실제로 선비콩 종자를 들여다보..

[도시농부특강]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텃밭, 식용도시 구상

[특강 안내]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텃밭, 식용도시 구상 "우리 동네가 거대한 텃밭이 된다면?" - 식용도시(Edible City) 구상과 도시의 변화 안녕하세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입니다. 😊매일 걷는 보도블록 사이, 딱딱한 아스팔트와 빌딩 숲 사이에서 '먹거리'를 떠올려 보신 적 있나요? 단순히 보기에만 좋은 조경을 넘어, 시민들이 직접 가꾸고 누구든 수확해 먹을 수 있는 도시. 바로 '식용도시(Edible City)'에 대한 이야기입니다.도시농업의 새로운 미래를 고민하는 분들을 위해, 아주 특별한 특강을 준비했습니다. 🌱 식용도시(Edible City)란 무엇일까요?'식용도시'는 도시 내 유휴 공간(공원, 관공서 앞, 가로수 밑 등)을 식재 공간으로 활용하여 채소, 과일, 허브 등을 키우는 도시..

[새로운시도 지원사업] 콩 심은 데 콩 나고, 콩 심은 데 '진짜 장'이 납니다! 전통 장 담그기

콩! 심은데 장난다: 토종콩 재배 및 전통 장 담그기 소모임 콩! 심은데 장난다(이하 콩장)는 교육활동가모임 '흙놀이'의 1기, 2기 강사단이 다년간의 경험을 바탕으로 숙성된 장 담그기 문화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후배들에게 전해주기 위해 결성한 소모임입니다. 직접 재배한 우리 토종콩으로 전통 장을 담그며 토종 작물과 장 문화의 소중함을 새길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계획입니다. 활동내용은 장 담그기, 토종콩 재배하기, 수확한 콩으로 메주 쑤기, 발효 및 장 가르기, 그리고 나눔으로 이어집니다. 올해가 첫 해이다 보니 전통 방식으로 메주를 쑤는 발효학교에서 메주를 공수해 지난 3월 27일 금요일 장을 담그는 것으로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텃밭에서 각종 토종콩을 직접 재배하면 올 가을에는 그 콩으로 메주를 쑬 ..

[소자농의 자연농사] 파는 파가 아니었다

토종파 세 종류와 양대파, 날것으로 씹어보다올봄, 네 종류의 파를 생으로 씹어봤어요.목긴대파, 백령파, 쇠꼬리파, 양대파. 익혀 먹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드러났어요. 날것 그대로의 향, 혀에 닿는 조직감, 뒤따라오는 매운맛의 결. 같은 "파"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었어요. 단단하고 깔끔한 — 목긴대파이름에 "긴대"가 붙었다고 해서 흰 대가 길게 올라오는 건 아니거든요. 파줄기를 깊이 심지 않으면 그렇게 안 됩니다.씹어보면 조직이 단단해요. 일반 대파에서 흔히 느껴지는 미끈한 점액질이 거의 없어서 입안이 깔끔해요. 파향은 생각보다 강하게 치고 올라오지 않아요. 결이 담백해요. 대신 매운맛은 직선적이에요. 혀끝을 또렷하게 건드리고 끝나요.투박하지만 선 굵은 맛. 군더더기 없는 파예요.오래된 맛이 난다..

[제8화: 소만] 찔레꽃 그늘 아래, 푸르게 부풀어 오르다.

소만, 차오르는 계절에 텃밭에서는산기슭 길가, 사람 손 닿지 않는 빈터마다 하얀 찔레꽃이 무더기로 피어납니다. 은은한 향기의 찔레꽃, 옛 어른들은 찔레꽃 피는 시절을 '보릿고개'라 불렀습니다. 가을에 거둔 곡식은 진작에 바닥났고, 들판의 보리는 아직 패지 않아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배고픈 아이들은 산비탈에 올라 찔레순을 꺾어 입에 물었습니다. 갓 올라온 연한 새순은 풋풋하고 달큼해서 잠시나마 허기를 잊게 해 주었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이맘때 재미삼아 꺾어 먹어보돈 찔레순의 맛이 아슴프레 기억이 날 듯합니다. 입하의 이팝나무가 흰쌀밥의 풍요 꿈꾸었다면, 소만의 찔레꽃은 그 풍요가 오기 직전, 가장 허기진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만물은 푸르게 부풀어 오르고 있으나, 정작 사람의 곳간은 ..

[소자농의 자연농사] 봄에 신선함을 담은 상추열무김치

봄밭에서 바로 담그는 상추열무김치봄밭에서 막 올라온 열무와 상추로 겉절이 김치를 담갔습니다.오래 묵혀 저장해서 먹는 반찬이 아닙니다. 갓 딴 푸성귀의 향과 질감을 그날 바로 즐기는 데 매력이 있는 김치거든요. 아삭한 열무와 부드러운 상추. 이 둘의 대비가 봄철 밥상에 생기를 더합니다.열무는 씨알텃밭에서 자란 토종 벗들무시, 상추는 평창적상추입니다. 열무밭 헛골에는 커피박을 뿌렸어요. 벌레를 기피시키는 방식입니다. 죽이는 게 아니라, 오지 않게 하는 거죠. 절이는 시간이 전부다열무는 굵은소금으로 40분 절입니다. 딱 그 시간이 적당해요. 풋내는 가라앉고, 줄기 속살은 살아있거든요. 중간에 한두 번 뒤집어 절임이 고르게 되도록 합니다.헹굴 때는 찬물에 가볍게 한 번. 너무 세게 짜지 말고 물기만 빼주세요.상..

퍼머컬쳐 읽기 모임 5회차 - 숲이 먼저 알고 있었다

숲이 먼저 알고 있었다퍼머컬처 읽기 모임 5회차 — 14장·15장 벡엘루앙(Bec-Hellouin) 농장에는 600제곱미터짜리 큰 비닐하우스가 있다.퍼머컬처 사람들답지 않게. 처음엔 그들도 넣지 않았다고 한다. 플라스틱 덩어리를 농장 한가운데 들여놓는다는 게 퍼머컬처 철학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몇 해 지나면서 알게 됐다. 노르망디는 추웠다. 온실 없이는 작기가 너무 짧아 농장 자체를 운영할 수 없었다. 결국 들여놨다. 대신 조건을 달았다. 난방은 하지 않는다. 화석 연료는 때지 않는다.그러면서 시작된 것들이 있다. 온실 안에 닭장을 들이고, 포도나무 12그루를 심고, 바이오차 화덕을 만들고, 입구에 연못을 파고, 닭장 지붕 위에 재배 상자를 올렸다. 온실이 들어오면서 오히려 온실..

[소자농의 자연농사] 텃밭예술: 섞어짓고 사이짓기

밭은 줄 세우는 곳이 아니다텃밭에서 작물을 '줄 맞춰' 심는 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잖아요. 그런데 그 줄이, 사실은 자연의 방식이 아닐 수 있거든요.섞어짓기와 사이짓기. 이 두 가지는 단순한 재배 기술이 아니에요. 밭을 하나의 살아있는 생태계로 바라볼 때 비로소 가능한 방식입니다.섞어짓기 — 서로 다른 것들이 어울릴 때섞어짓기는 서로 다른 작물을 한 공간에 함께 심는 방식이에요. 키가 큰 작물 옆에 낮은 작물을 두고, 뿌리가 깊은 것 곁에 얕은 것을 붙여 심습니다. 땅속과 땅 위, 두 층을 동시에 쓰는 거죠.그렇게 심어두면 밭에서 보이지 않는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해요. 어떤 작물은 옆에 있는 것의 병해충을 억제하고, 어떤 것은 흙속 미생물 환경을 바꿔놓고, 또 어떤 것은 이웃 작물의 생육을 조용히 돕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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