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자농의 자연농사] 마늘 자리에 팥을 심는다 — 3모작의 실험
6월이 되면 밭이 바빠집니다. 마늘 줄기가 쓰러지고, 양파 목이 눕기 시작하면 수확할 때가 된 거거든요. 그런데 저는 그 시점에 이미 다음 작물을 생각하고 있어요. 비워둔 땅이 아깝다는 게 아니라, 흙이 쉬는 동안에도 뭔가 일어나고 있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올해는 여기에 40일팥을 끼워보려 합니다.
마늘이 자리를 비우기 전에
방법은 두 가지예요. 마늘과 양파를 뽑기 전에 밭 가장자리나 빈 공간에 미리 직파해 두는 것. 아니면 모종을 따로 길러 두었다가 수확 직후 바로 아주심는 것. 어느 쪽이든 작물 사이의 공백을 줄이는 게 핵심입니다. 이렇게 하면 올해 한 해, 마늘·양파 → 40일팥 → 김장배추로 이어지는 3모작이 가능할지도 몰라요.
40일팥은 꽃이 피기까지 기간이 짧은 재래종 적팥입니다. 김장배추를 심기 전까지 수확을 마칠 수 있다면, 여름 밭을 비워두지 않고 이어갈 수 있는 작부체계가 되는 거죠.

팥이 배추 밥상을 차린다
팥은 콩과작물이거든요. 뿌리에 공생하는 뿌리혹박테리아가 공기 중 질소를 흙 속에 남겨둡니다. 배추 재배에 필요한 비료를 전부 대신할 수는 없어요. 그렇지만 뒤이어 심는 배추 입장에서는 한결 살기 좋은 흙을 물려받는 셈입니다. 팥이 배추 밭을 미리 차려두는 거예요.
과연 될까, 싶지만
농사를 짓다 보면 수확의 기쁨만큼이나, 새로운 가능성을 시험해 보는 과정도 즐겁습니다. 씨앗 한 알을 심으면서 "과연 될까?" 생각하지만, 계절이 흐른 뒤에는 예상 못한 결과를 선물처럼 만나기도 하거든요.
올해는 40일팥이 여름 밭을 채우고, 그 뒤를 이어 김장배추가 자라는 걸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습니다. 결과가 좋으면 씨앗을 나눌 생각도 있어요. 직접 채종한 씨앗을 손에 쥐고 심어보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더 생긴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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