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토종파 세 종류와 양대파, 날것으로 씹어보다
올봄, 네 종류의 파를 생으로 씹어봤어요.
목긴대파, 백령파, 쇠꼬리파, 양대파. 익혀 먹을 때는 몰랐던 것들이 드러났어요. 날것 그대로의 향, 혀에 닿는 조직감, 뒤따라오는 매운맛의 결. 같은 "파"인데 이렇게 다를 수가 있나 싶었어요.

단단하고 깔끔한 — 목긴대파
이름에 "긴대"가 붙었다고 해서 흰 대가 길게 올라오는 건 아니거든요. 파줄기를 깊이 심지 않으면 그렇게 안 됩니다.
씹어보면 조직이 단단해요. 일반 대파에서 흔히 느껴지는 미끈한 점액질이 거의 없어서 입안이 깔끔해요. 파향은 생각보다 강하게 치고 올라오지 않아요. 결이 담백해요. 대신 매운맛은 직선적이에요. 혀끝을 또렷하게 건드리고 끝나요.
투박하지만 선 굵은 맛. 군더더기 없는 파예요.
오래된 맛이 난다 — 백령(조선)파
입에 넣는 순간 조직이 풀어지듯 퍼져요. 수분감이 있고, 조선파 특유의 미끄덩한 식감이 살아있어요.
매운맛은 목긴대파보다 한 단계 강해요. 그런데 단순히 맵기만 한 것이 아니에요. 깊고 진한 파향이 함께 따라와요. 씹을수록 "아, 이것이 옛날 파 맛이구나" 싶은 인상이 남아요.
요즘 마트 파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맛이에요. 오래된 품종이 품고 있는 시간의 맛이랄까요.
거칠고 야성적인 — 쇠꼬리파(돼지파)
이름처럼 거칠어요.
조직이 단단하고 점액질은 거의 없어요. 파향 자체는 의외로 강하지 않은데, 매운 자극은 상당해요. 씹을수록 혀와 목 안쪽에 알싸함이 오래 남아요. 끝맛에는 약한 쓴맛이 따라와요.
아마 이 쓴맛과 매운맛이 김장할 때 숙성되면서 깊은 맛을 내나 봐요. 쪽파보다 복잡한 맛이 날 것 같거든요.
생으로 먹기보다는 기름에 볶거나 고기와 함께 조리했을 때 이 파의 성격이 제대로 살아날 것 같아요.
단맛과 알싸함이 공존하는 — 양대파
양파와 대파의 경계 어디쯤에 서 있어요.
뿌리 부분을 씹으면 분명히 양파 계열의 단맛이 나요. 줄기로 올라갈수록 파 특유의 알싸함이 살아나요. 조선파처럼 미끄덩거리지는 않아요. 대신 줄기를 오래 씹으면 입안에 아주 약한 거품감이 생겨요. 독특한 조직감이에요.
단맛이 있으면서도 뒤따라오는 매운맛이 꽤 선명해요. 부드러움과 자극이 함께 공존하는 파예요.

파마다 성격이 다르다
네 종류 모두 같은 "파"이지만, 향도 다르고, 점액질도 다르고, 씹히는 조직감도 다르고, 매운 정도도 다르고, 뒷맛도 달랐어요.
개량 채소에 익숙해진 입맛으로는 이 차이를 잘 느끼기 어려워요. 품종이 균일해질수록 맛도 균일해지거든요. 그게 효율이고 편의지만, 동시에 잃어버리는 것이기도 해요.
토종 파를 날것으로 씹어보면 품종마다 생김새만 다른 게 아니라는 걸 알게 돼요. 맛에도 성격이 있어요. 그 성격은, 오래 살아남은 품종일수록 더 뚜렷해요.
'도시농업 > 도시농부들' 카테고리의 다른 글
| [소자농의 자연농사] 봄에 신선함을 담은 상추열무김치 (0) | 2026.05.15 |
|---|---|
| [소자농의 자연농사] 1년, 흙을 되살리는 시간 (0) | 2026.05.01 |
| 퍼머컬처 읽기 네번째 모임 - 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 (0) | 2026.04.28 |
| [소자농의 자연농사] 계양구 상야동에서 흙과 함께, 삶의 균형을 되찾다 (0) | 2026.04.24 |
| [새로운시도 지원사업] 논습지 생태 아카이브 출발! 토종벼 논습지의 기억을 잇다 (1) | 2026.03.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