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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를 살리는 도시농부들의 공동체

도시농업 71

[소자농의 자연농사] 흙을 살린다는 것 — 미생물과 효소, 그 보이지 않는 농사꾼들

[소자농의 자연농사] 흙을 살린다는 것 — 미생물과 효소, 그 보이지 않는 농사꾼들흙 한 줌에 뭐가 들었을까요. 손으로 집어 올리면 그냥 흙이에요. 차갑고 축축하고, 지렁이 한 마리쯤 꿈틀대면 다행이고. 근데 그 속에서 지금 이 순간도 수억 마리의 미생물이 일하고 있거든요. 세균, 곰팡이, 방선균, 균근균. 이들이 없으면 작물은 밥을 못 먹어요. 아무리 좋은 두엄을 넣어도, 아무리 비싼 비료를 줘도 소용없어요. 분해하는 놈이 없으면 아무것도 안 되는 거거든요. 저는 요즘 이 생각을 자주 해요. 내가 밭에서 하는 일이 진짜 농사인가, 아니면 미생물이 하는 농사를 방해하지 않는 것인가. 흙속의 노동자들 — 효소는 도구, 미생물은 일꾼먼저 헷갈리기 쉬운 것부터 짚고 갈게요. 미생물과 효소, 이 둘은 달라요. ..

[소자농의 자연농사] 씨앗을 고른다는 것 — 조선 농서가 말하는 종자관리의 지혜

[소자농의 자연농사] 씨앗을 고른다는 것 — 조선 농서가 말하는 종자관리의 지혜쑥갓대를 한 움큼 쥐고 방수포 위에서 힘껏 후려쳤다. 갈색의 작은 씨앗들이 우수수 쏟아졌다. 채로 쳐서 껍질과 쭉정이를 날리고 나니 실하게 여문 씨앗들만 남았다. 손바닥 위에 올려두고 잠시 들여다봤다. "이 씨앗 하나하나가 담양에서 수백 년을 이어온 유전자를 담고 있는 거거든요. 함부로 다룰 수가 없죠." 어제 토종 담양쑥갓 채종을 마쳤습니다. 그 손짓이 낯설지 않은 건, 조선시대 농서에도 같은 방법이 기록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수백 년 전 선조들이 터득한 지식을 지금 이 밭에서 되살리고 있다는 생각에, 오늘은 고농서가 전하는 종자관리의 지혜를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Ⅰ. 머리말농업에 있어 종자는 생산성과 품질을 결정짓는 가장..

[소자농의 자연농사] 항아리를 묻어라 — 2천 년 전 농법으로 키우는 강화오이

[소자농의 자연농사] 항아리를 묻어라 — 2천 년 전 농법으로 키우는 강화오이인류최초의 농서 범승지서(범승이란 사람이 쓴 농서)에 기록된 구전법을 이용한 토종오이(황과)재배방법 : 구덩이 재배법오이 줄기 사이사이에 페트병이 하나씩 꽂혀 있어요. 처음 보면 그냥 쓰레기인 줄 알거든요. 근데 이게 2천 년 전 농법이에요.설명드릴게요. 물이 없는 곳에서 나온 방법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농서가 있어요. 중국 전한(前漢) 시대에 쓰인 『범승지서(氾勝之書)』예요. 범승이라는 사람이 직접 쓴 농서거든요. 이 책에 오이 재배법이 나와요. 범승이 살던 곳은 지금의 중국 황토고원이에요. 비가 안 오는 곳이죠. 황토로 된 건조한 땅, 염류가 쌓이고, 가뭄이 심하고, 농업용수가 귀한 곳이에요. 그 환경에서 오이를 키워야 했던..

[소자농의 자연농사] 속 안 찬 배추로 김장했습니다. 토종배추 9월 직파기

[소자농의 자연농사] 속 안 찬 배추로 김장했습니다 속 안 차도 김치가 됩니다 — 토종배추 9월 직파기 배추는 꼭 속이 차야 할까요? 기후위기와 이상고온의 영향으로 가을배추 농사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거든요. 한반도의 기후가 전통적인 가을배추 재배에 맞지 않게 바뀌고 있는 거죠. 그래서 올해는 방향을 바꿨습니다. 속을 꽉 채우려 애쓰는 대신, 9월 중하순에 씨앗을 바로 뿌려서 퍼런 겉잎까지 통째로 즐기기로 했습니다. 퍼런 잎도 배추다사진 왼쪽이 청방배추, 오른쪽이 150일배추입니다. 둘 다 속이 완전히 차지는 않았어요. 그런데 먹어보면 다릅니다. 토종배추는 겉잎, 그 퍼런 잎에 특유의 향이 있거든요. 쌈으로 싸먹으면 된장 없이도 맛이 나고, 된장국에 넣으면 국물이 깊어집니다. 배추 본연의 풍미라는 게 ..

[제11화: 소서] 비와 풀과 함께 사는 법

[제11화: 소서] 비와 풀과 함께 사는 법 하룻밤 사이에 버섯이 돋았다.비가 며칠 이어진 뒤 아침에 텃밭에 나가보면, 멀칭해둔 마른 풀 더미 위로 자잘한 버섯이 우산을 펴고 올라와 있다. 어제까지 없던 것인데 심은적도 없는 녀석이 올라왔으니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좋은 징조이다. 버섯은 죽은 유기물(리그닌, 목질)을 분해하는 균류(미생물)이다. 마른 풀과 낙엽을 흙으로 되돌리는 일을 한다. 흙 속에서 그 일이 한창이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흙의 살림이, 장마 습기를 빌려 잠깐 얼굴을 내민 것이다. 소서(小暑)의 텃밭은 그렇게 젖은 채로 부산하다.절기 이야기: 작은 더위, 그러나 만만치 않은소서(小暑)는 24절기 중 열한 번째 절기로, 양력 7월 7일 무렵에 든다. 한자를 풀면 '..

[소자농의 자연농사] 감자 수확하고 두 달, 그 빈 밭에 들깨를 심으세요

[소자농의 자연농사] 감자 수확하고 두 달, 그 빈 밭에 들깨를 심으세요감자를 캐고 나면 밭이 두 달쯤 빕니다. 김장채소 심기엔 아직 이르고, 그냥 두자니 아깝고. 그 자리에 들깨 모종을 한번 꽂아보세요. 잡초 걱정, 들깨가 대신 해줍니다풀을 뽑지 않고 버티려면 먼저 그늘을 만들어야 해요. 들깨는 한여름이 되면 넓은 잎을 활짝 펼쳐 밭 전체를 덮거든요. 햇빛이 차단되니 잡초가 기를 못 씁니다. 수분도, 지온도 안정적으로 잡아줘요. 장마철 폭우가 흙을 쓸어가는 것도 막아줍니다. 깻잎을 먹으면서 흙을 만듭니다여름 내내 깻잎을 따먹을 수 있으니 텃밭 활용도도 높고요. 들깨를 베어낸 자리에 남은 줄기와 뿌리가 썩으면 그게 그대로 유기물이 됩니다.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흙이 부드러워지고, 가을 김장채소가 자리 ..

[소자농의 자연농사] 풀을 없애려 하면 질 수밖에 없다

[소자농의 자연농사] 풀을 없애려 하면 질 수밖에 없다 마늘을 다 캐고 난 자리. 맨흙이 드러난 지 이틀, 벌써 풀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이게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풀씨는 이미 거기 있었거든요. 내가 흙을 건드리기 전부터요. 농사는 작물을 기르는 기술인 동시에, 풀과 공존하며 관리하는 기술이에요. 풀의 생태를 이해하면 김매기 노동은 줄고, 작물은 훨씬 안정적으로 자랍니다. 김을 매도 매도 또 올라오는 이유조선 후기 농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김매기 시기를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6월까지는 손이나 호미로 어린 풀을 뽑고, 7월 이후에는 낫으로 베어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요. 지금 텃밭에도 그대로 쓸 수 있는 원칙이에요. 풀이 끈질긴 데는 이유가 있어요. 밭흙에는..

[소자농의 자연농사] 장마 감자, 이렇게 보관하면 3개월도 거뜬합니다

[소자농의 자연농사] 장마 감자, 이렇게 보관하면 3개월도 거뜬합니다 장마 때문에 수확 시기를 놓쳤거나, 비를 맞고 캔 감자를 어떻게 보관할지 막막하신 분들이 많습니다. 몇 가지 원칙만 지키면, 장마 감자도 3개월 이상 보관할 수 있습니다. 🌧️ 비 온 뒤 수확, 이렇게 하세요매일 비가 오는 건 아닙니다. 비가 그치고 맑은 날이 이틀 이상 이어지면 바로 수확하는 게 좋습니다. 밭이 잠길 만큼 침수된 경우라면, 물이 빠진 뒤 가능한 한 빨리 캐야 합니다. 📦 저장 순서 (1일 차~3일 차)1일 차 — 수확 후 1차 건조수확한 감자는 바로 그늘진 곳에 펼쳐둡니다. 서로 겹치지 않게 한 겹으로 깔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서 하루(최소 반나절) 말립니다. 이때 흙을 물로 씻어내면 안 됩니다. 씻으면 금방..

[소자농의 자연농사] 상추 씨앗 받는 날, 어렵지 않아요

[소자농의 자연농사] 상추 씨앗 받는 날 상추가 꽃을 피웠다. 텃밭에 오래 두었더니 키가 훌쩍 크고 노란 꽃이 잔뜩 달렸다. 먹을 때는 지나쳤던 상추가 이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꽃이 지고 나면 하얀 솜털이 올라온다. 민들레 홀씨처럼. 그 솜털이 80~90% 정도 올라왔을 때가 채종 타이밍이다.씨앗이 준비됐다는 신호솜털은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채비를 마쳤다는 뜻이거든요. 자연 상태라면 그냥 날아가버릴 씨앗을 우리가 먼저 받아두는 거예요. 완전히 말린 다음에 털면 안 됩니다. 마른 잎이 바스러지면서 씨앗에 섞이거든요. 그러면 나중에 골라내는 게 훨씬 번거로워져요. 솜털이 충분히 올라왔을 때, 바로 그때 잘라야 합니다. 후려치면 됩니다방법은 단순해요.넓은 천막을 깔고 가운데 큰 통을 놓습니다...

[소자농의 자연농사] 씨앗이 나를 키웠다 — 토종씨앗과 함께한 10년

[소자농의 자연농사] 씨앗이 나를 키웠다 — 토종씨앗과 함께한 10년토종씨앗으로 도시농사를 시작한 지 어느덧 10여 년이 되었습니다.처음에는 씨앗이 그저 신비로웠습니다. 작은 알 하나에 수백 년의 시간이 담겨 있는 것 같았고, 이름조차 생소한 작물을 만날 때마다 보물을 발견한 것처럼 설레었거든요. 지금은 다릅니다.상추, 배추, 아욱은 물론이고 깨, 들기름, 마늘, 양파, 파, 생강까지 — 집에서 먹는 것들을 스스로 길러 자급하면서 씨앗을 받는 일은 이제 특별한 일이 아닙니다. 가을에 받고, 봄에 다시 심고, 남는 씨앗은 이웃과 나누는 일이 숨 쉬듯 당연해졌어요.그렇게 10년을 살다 보니, 어느 날 이상한 일이 생겼습니다. 자주색 감자에서 분홍이 돋았다작년 일이었습니다. 토종 자주감자를 수확하는데, 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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