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화: 하지] 가장 긴 낮, 가장 바쁜 손도시 텃밭, 빛의 절정에서 흙을 지키다해가 좀처럼 지지 않는다.저녁 일곱 시가 넘었는데도 텃밭에는 아직 빛이 남아 있다. 일을 마치고 나와도 한참을 더 손볼 수 있다. 일 년 중 낮이 가장 긴 날, 하지(夏至)이다. 이날을 기점으로 해는 다시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한다. 자연의 모든 절정이 그렇듯이, 가장 환한 정점에서 이미 기우는 쪽으로 방향을 트는 것이다. 밭에서 가장 먼저 손이 가는 일은 감자를 캐는 일이다. 봄에 심은 감자가 땅속에서 알이 다 굵었다. 잎과 줄기가 누렇게 시들기 시작하면 그것이 캐라는 신호이다. 흙을 살살 헤치면 흙빛과 똑같은 감자알이 줄줄이 딸려 나온다. 한 해 농사 중 가장 손맛 좋은 순간이다. 그래서 봄에 심어 이맘때 캐는 감자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