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도시를 경작하라!

지구를 살리는 도시농부들의 공동체

통일쌀을 응원해주세요. 자세히보기

단체 소식/다녀왔습니다

식용도시 스터디 4회차 후기 — "우리 차례다"

아메바!(김충기) 2026. 8. 24. 17:09

식용도시 스터디 4회차 후기 — "우리 차례다"

마지막 시간, 책을 덮고 동네를 펼치다

 

지난 8월 19일 저녁, 식용도시스터디 네 번의 만남 중 마지막 시간이었습니다. 온라인으로 함께해 주신 분들까지 모여, 13장부터 16장까지 남은 내용을 정리하고 2부의 실천 방법을 바탕으로 "그래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놓고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진행을 맡은 선생님의 말씀처럼, 마지막 날은 정리보다 토론에 무게가 실린 시간이었습니다. 결론이 깔끔하게 나온 자리는 아니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남는 것이 많았습니다.

 

모임 시작전에 함께 만들어 나눈 호박스프

 

 

13~16장, 짧게 되짚기

13장 — 성장 그린 루트(Green Route) 이야기가 나옵니다. 꽃가루받이 식물을 중심으로 벌과 곤충, 사람, 먹거리, 지역 상권을 하나의 길로 엮어낸 프로젝트입니다. 엘리자베스 2세 여왕 즉위 60주년 기념일에 개장식을 했다는 이야기, 학교와 경찰이 협력한 사례도 함께 실려 있습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2012년 토드모던을 덮친 대홍수입니다. 피해 복구 과정에서 공동체가 보여준 긴밀한 연대와 자발적 참여가, 그동안 쌓아온 활동의 성과이자 "공동체 도시의 회복 탄력성"을 증명한 장면으로 기록되어 있습니다.

 

그린 루트는 검색으로 이미지를 찾아보실 수 있습니다. 구글에 'Todmorden Green Route'를 넣으면 어떤 시설과 구성으로 되어 있는지 눈으로 볼 수 있어 함께 보시면 좋겠습니다.

 

14장 — 풍요로움의 재발견 로컬 생산자와의 상생 사례들입니다. 농장이 고등학교 식당에 직접 납품하는 이야기, 유기농 치즈 제조, 사회적 기업을 통한 청년 고용 창출까지 이어집니다.

 

15장 — 확산력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로 퍼져나간 '먹을 수 있는(Edible)' 운동의 전파 과정입니다.

 

16장 — 영원히 계속되는 프로젝트 긴축의 고통 속에서 만들어진 연대, 카우 클럽, 그리고 개개인의 행동을 통해 프로젝트가 끝없이 확장되어 가는 모습을 담고 있습니다.

 

 

나눈 소감들

"지역 먹거리가 아니라, 건강한 지역 먹거리"

14장을 인상적으로 읽으셨다는 분이 먼저 이야기를 열었습니다. 폐업 위기에 놓였던 낙농가가 유기농으로 완전히 전환하면서 농장을 지켜내고, 나아가 치즈 가공까지 해낸 대목입니다.

"그냥 지역 먹거리가 아니라 건강한 지역 먹거리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먹는 사람과 자연을 함께 지켜가는 것이 필요하다고요."

 

특히 견습생을 키우는 과정이 오래 남았다고 하셨습니다. 자원봉사로만 굴러가던 운동이 어느 정도 비즈니스로 자립하면서 급여를 지급할 단계까지 왔고, 그때부터 청년들을 견습생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런데 그 견습 과정이 단순한 기술 전수가 아니라,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관계의 일부로 젊은 사람을 흡수해 가는 과정이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는 겁니다.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선물이다"

253쪽 문장을 꼽아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식용도시 토드모던을 열정적으로 받아들였지만, 일부는 우리의 동기를 의심하고 노골적으로 비판하며 반대하는 표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하지만 괜찮다. 이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우리가 이 문제를 다루는 방식은, 우리가 하는 모든 일이 선물이라는 점을 기억하는 것이다."

 

누가 인정해 주든 인정해 주지 않든, 내가 하는 행동을 '선물'로 이해할 수 있다는 것. 그 감각이 새롭게 다가왔다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아파트에서는 채소를 심으면 안 된다고 하지만 꽃은 괜찮다고 하니, 먹을 수 있는 꽃과 허브로 시작해 보면 어떨까 하는 제안도 함께 나왔습니다.

 

온라인으로 참여하신 서미숙 선생님도 같은 문장을 남겨주셨습니다. "나는 지역 사회에 무엇을 선물했나, 얼마나 노력하고 실천했나"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졌다고요.

 

"너무 멀다"는 솔직한 마음

한편 이런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너무 맛있게 읽었어요. 근데 우리하고는 너무 거리가 멀고, 여기까지 가려면 15년 20년 걸릴 텐데 내가 그때까지 살아 있을까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나가다 빈 자리가 보이면 '저기다 심으면 좋겠다' 싶은데, 결국 사람이 있어야 하고 봉사자가 있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유지에 손을 대면 그건 또 다른 문제가 되고요. 그래서 토지를 먼저 확보한 다음 봉사자를 모아 시작해야 할 것 같다는, 순서에 대한 현실적인 감각이 공유되었습니다.

 

아빠들은 왜 마을에 없을까?

작물에서 시작해 지역 사회로 판이 넓어지는 흐름을 짚어주신 분의 이야기도 오래 남았습니다.

"왜 그 사람들은 일했고, 우리는 왜 안 될까. 우리 사회에서 아빠들은 아침에 나가서 저녁에 오니까 거의 하숙생처럼 지역에서 아무것도 모르는 거예요. 내가 여기 계속 살 거냐, 우리 아이들이 여기를 고향으로 생각하고 살 거냐. 그런 생각이 드는 거죠."

 

그래서 동기가 필요하고, 토드모던이 찾아낸 그 동기가 바로 '먹는 것'이었다는 겁니다. 찰스 왕세자와도 통했던 공통 언어. 여기에서 **세 개의 접시 돌리기(공동체 · 배움 · 비즈니스)**가 나오고, 상인까지 포함해 지역 전체를 공동체로 놓았기 때문에 큰 흐름이 만들어졌다는 정리였습니다.

"인천은 메트로폴리스라 너무 크다는 생각은 들어요. 다만 우리가 염두할 건, 누구나 따먹을 수 있는 텃밭만 생각하지 말고 지역 사회와 연결할 것을 생각해서 동의하는 사람들이라도 같이 해보자는 거죠. 전체 인구의 1%는 동의하지 않을까요."

 

토드모던을 따라야 하는 건 아니다

"저는 토드모던을 따라야 된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지금 인천에서 도시농업 농부들이 할 수 있는 건 뭘까를 봐야죠."

 

마을 하나를 토드모던처럼 유명하게 만드는 건 밀도 있게 힘을 쏟아야 가능한 일이고, 여기서 평생 살 거라고 전제하고 마을을 바꿔보자는 건 지금 쉽지 않다는 진단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서로 연결되고 상호 돌봄하는 것, 텃밭 하나가 마을 주민 전체를 모으지는 못해도 연결의 허브 역할은 할 수 있지 않겠냐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공감한 지점으로 '포용성'과 '홍보'를 꼽으셨습니다. 재지 않고, 뜻이 맞으면 계속 함께하고 협력하는 방식. 우리가 다 하는 게 아니라 따라 할 수 있게 만드는 것. 그래야 순식간에 확산되고 전 세계적 네트워크까지 만들어질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건 '조직 사업'이다

세 가지로 정리해 주신 분도 있었습니다.

 

첫째, 이 책은 결국 조직 사업 이야기다. 사람을 만나서 함께할 사람을 계속 만들어 가는 일. 관계를 만들고 확장하는 것이 책의 대부분이라는 겁니다. 길거리 화분에 토마토를 심는 건 별로 중요한 게 아니고, 그런 매개들을 어떻게 활용해 관계를 만들어낼 것인가를 상상하는 게 핵심이라고요.

 

둘째, 상상력. 지금의 틀을 벗어나 상상해 보자고 하면서도 어느새 현재의 제약에 갇히게 된다는 고백. 그래서 상상을 마음껏 해보고, 어떤 방식으로든 한 번 펼쳐보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입니다.

 

셋째, 비즈니스. 사회적 기업을 운영하다 포기한 경험을 꺼내주셨습니다.

"제가 포기한 이유는 사업을 죄악시했어요. 도매로 사서 소매로 팔면 이문을 남겨야 하는데, 저는 그걸 못 하겠더라고요."

 

그런데 토드모던이 계속 확장될 수 있었던 근저에는 비즈니스 모델이 있었고, 관계를 기반으로 비즈니스가 확장되면서 관계 맺는 사람이 더 늘어나는 선순환이 작동한 게 아닐까 하는 이야기였습니다.

 

덧붙여, 메인스트림이 아닌 소외된 지역에 작은 점화를 찍는 일이 필요하지 않을까 하는 관심도 함께 나왔습니다.

 

떠나고 싶은 마을에서, 머무르고 싶은 마을로

동네 학교의 평판을 걱정하던 분은 토드모던 고등학교가 지원 순위가 높은 학교로 바뀐 대목에서 마음이 움직였다고 하셨습니다. 떠나고 싶은 마을이 머무르고 싶은 마을이 되고, 그러면 아이 있는 가정이 그 학교로 오고, 그러면서 마을이 또 한 단계 발전하는 흐름을요.

 

그리고 홍수 때의 셰프 이야기.

"저는 셰프인데, 제 요리가 필요한 분들에게 요리를 해드리겠다고 하잖아요. 제가 그 상황이었다면 절대 그렇게 못 했을 것 같아요. 내 재능을 기꺼이 기부할 수 있는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돌봄이라는 다른 입구

온라인으로 참여하신 김경희 선생님이 남겨주신 글도 함께 읽었습니다.

"이번 마을 사업 중 하나의 주제가 돌봄이어서 이번 과정을 통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마을에서 자꾸 사라지는 식물들을 보면서, 오히려 돌봄이 필요한 어르신들과 함께 밖으로 나와 작은 틀밭이라도 직접 심어보고 가꾸는 활동으로 진행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함께 심고 돌보는 과정이 결국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고 서로를 돌보는 일이 될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성인 텃밭 프로그램에서 식용도시와 서리밭 이야기를 꺼냈을 때 대부분은 쉽지 않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그런 시도를 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많이들 놀라셨습니다. 무엇을 할 수 있을까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먼저 우리는 왜 이런 시도를 해야 하는가를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함께 뽑아본 핵심 키워드

"토드모던 사례의 핵심 요소는 무엇일까?" 아주 짧은 단어로 답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칠판에 이런 말들이 쌓였습니다.

 

포용성 · 친절 · 연결 · 봉사 정신 · 먹거리 공동체 · 자발성 · 열정(노력과 헌신) · 달란트 · 소외된 곳에 대한 관심 · 행동 · 재원

 

그리고 "이런 게 생기려면 무엇이 있어야 하나?"라는 질문에 나온 답은 리더비전이었습니다. 메리와 닉, 그리고 우리 동네의 '왕언니' 같은 사람들.

 

 

진행자의 정리 — 목적은 텃밭이 아니었다

이야기를 모아 진행자가 정리한 흐름은 이렇습니다.

 

토드모던이 처음 만들려고 했던 것은 먹을 수 있는 텃밭이 아니었습니다. 도시 전체를, 마을 전체를, 우리 삶의 일상을 변화시키는 것이었습니다. 그 목적을 위해 찾아낸 것이 '지역 먹거리'라는 공통의 언어였습니다.

 

그래서 책에 반복해서 나오는 표현이 트로이 목마입니다. 전략적 목표가 안에 숨어 탑재되어 있다는 뜻입니다. 먹거리 재배가 사람들 마음속에 들어가 생태적 감수성과 기후 이야기로 이어질 수밖에 없는 주제라는 것. 기후 위기나 피크 오일을 대안 없이 이야기하면 '기후 우울증'이 되지만, 먹거리는 가장 일상적이면서 거부감 없는 주제라는 것. 그리고 음식을 나누고 함께 먹으면 관계가 형성되고 마음이 열린다는 것 — 신뢰의 스위치를 켜는 역할입니다.

 

여기에 진행자가 하나 더 덧붙인 개념이 커먼즈(공유재)입니다. 포용성, 봉사 활동, 적극적 행동, 열정 같은 것들이 나오려면 '비빌 언덕'이 있어야 하고, 토드모던은 먹거리를 매개로 공동의 자산을 만들어 나간 가장 적극적인 사례였다는 겁니다. 공간이 개방되니 지식과 재능이 공유되고, 그것이 지역 사회의 자원이 되고, 그 안에서 주민의 주체성이 발현된다는 흐름입니다.

"먹거리에 접근하는 데서 텃밭만큼 중요한 게 공유 부엌이라고 봐요. 그래야 교육도 하고 먹거리가 더 확대되는 거죠. 텃밭에만 머무를 게 아니라 공동 자산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게 무엇일까까지 염두에 둬야 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 현장에서 이미 벌어지고 있는 일들

토론 후반은 인천에서 이미 하고 있는 일들을 다시 보는 시간이었습니다.

 

서리밭이라는 실험

밴드에 1,500명이 있는 텃밭에서 서리 문제로 감정이 상하는 글이 올라오고, 댓글은 더 세게 나가고, 분위기가 싸해지는 일이 반복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대놓고 서리밭'이 생기면서 달라졌습니다.

"누구는 따가라고 지금 키우고 있는데, 누구는 따갔다고 밴드에 올리게 되니까 밸런스가 안 맞잖아요. 그 부분은 확실히 선한 영향력이 있어요."

 

또 하나. 추첨에서 떨어져 밭을 받지 못한 두 분이 있었습니다. 아무 이유 없이 오면 속만 상할 텐데, 서리밭이 생기면서 할 일이 생긴 겁니다. 매주 와서 가꾸고, 꽃 두세 개 따가면 한 끼가 해결되고, 언제든 있으니 냉장고에 쌓아둘 필요도 없고요. 다섯 분이 함께 가꾸며 마음을 교감하고, 마을에 선한 영향력이 조금씩 퍼지고 있습니다.

 

아파트 도서관 텃밭, 그리고 한 달에 한 번의 밥상

마을공동체 지원 사업으로 아파트 도서관에 텃밭을 만들고, 주민들이 버리는 화분을 받아 고추 같은 것을 심어 조성한 사례도 공유되었습니다. 한 달에 한 번, 수확물을 가지고 모여 함께 밥을 먹었다고 합니다.

"잘 차려진 밥상이 아니고 다 같이 준비하고 마지막 정리까지 다 같이 해요. 그래서 후딱 끝나버리고, 제가 설거지 한 번은 못 하게 하시더라고요. 다른 거 하라고. 그게 되게 좋았어요."

 

올해는 사정이 달라져 텃밭 유지만 하고 있지만, 이번 스터디를 하면서 내년에는 '먹는 것'을 중심으로 다시 시도해 보자는 마음이 생겼다고 하셨습니다. 아파트 화단에 메리골드와 해바라기, 허브를 심어놨고, 벤치 옆 빈 자리들을 잘 활용해서 우리 아파트의 그린 루트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요리를 하면 표현이 달라진다

해바람의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봉사 시간이 5천 시간을 넘었다고 합니다.

 

세 시간 땀만 흘리고 헤어지는 것과, 거기서 나온 먹거리로 무언가를 해먹고 헤어지는 것은 다르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봉사만 하면 '오늘 땀 열심히 흘렸죠' 정도로 이야기가 끝나요. 근데 요리를 하니까 확실히 표현력이 달라지더라고요. '이거 나 한 번도 안 먹어봤는데', '이런 식으로도 먹나요?' 이런 이야기가 나오죠."

 

먹거리숲에 심은 나물 나무들을 2~3년간 관상용처럼 지나쳤다가, 부지깽이나물 같은 것을 실제로 전을 부쳐 먹어보기 시작하면서 이야기가 생겼다고 합니다. 잎을 따고 남은 줄기는 비 오는 날 옆에 잘라 꽂아 삽목까지 하니, 한 번에 먹는 법과 번식법을 함께 배우는 자리가 되었습니다.

 

무엇을 심을까 — 상추 대신 다년생

이 대목에서 흥미로운 전환이 있었습니다.

 

화단에는 채소를 못 심는다는 제약이 있지만, 커먼즈로 만든다면 굳이 콩이나 상추를 심을 필요가 없다는 것입니다. 눈개승마, 참나물, 다래순 같은 다년생 나물이라면 화단에도 가능하고, 그 자체가 이미 먹거리숲입니다.

"영국에서는 사람들이 옛날 요리법을 다 잃어버려서 새로 교육하는 거잖아요. 우리는 대부분 알아요. 근데 나물은 또 몰라요. 젊은 사람들이 모르죠. 그러니까 전통 지식과 먹거리 문화로 세대를 연결한다고 하면 나물이나 순이 훨씬 더 의미가 있을 수 있다는 거죠."

 

그리고 이런 것들은 아는 사람만 따갑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이렇게 말할 수 있습니다.

"순 따가셨네요? 이제 당신도 우리 멤버예요. 어떻게 먹는지 알려드릴게요."

 

'먹으면 참여자'라는 슬로건이 여기서 다시 살아납니다.

마지막으로 시야에 대한 이야기.

"여기는 과일을 심잖아요. 열리려면 3년, 5년, 10년 걸리는데도 심어요. 내일 지구가 망해도 사과나무를 심는 거죠. 우리는 아마 상추를 심을 거예요, 빨리 먹어야 하니까. 그런데 긴 변화를 보려면 미래에 긴 비전이 있는 다년생에 대한 시도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나눔을 연결로 바꾸기

이야기를 하다가 즉석에서 나온 제안도 있었습니다. 해바람에서 나오는 먹거리를 마을공동체 쪽에 한 번씩 기부하고, 반대로 그쪽 화단에 허브가 많으면 그것을 받는 방식으로 서로 교류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어차피 계속 나눔할 곳을 찾고 있는데 그게 생각보다 많지 않아요. 갖다 주는 데만 계속 갖다 주게 되죠. 한 달에 한 번 정도 이렇게 먹거리를 서로 교류하면 좋겠어요."

 

거리가 있는 지역의 어르신들이 함께 봉사하러 오는 것도, 그분들에게는 '인천 나들이'가 될 수 있겠다는 이야기까지 이어졌습니다.

 

유휴 공간이라는 힌트

장소에 대한 구체적인 제안도 나왔습니다. 송도 이음텃밭 길 건너 커뮤니티센터 5층의 공유 주방. 그리고 하나중학교에 위치한 인천시교육청 운영 '마을엔' — 1층은 카페, 그 앞에 공유 텃밭이 있고, 2층에는 1년에 한두 번밖에 쓰지 않는 아주 깨끗한 공유 주방이 있습니다.

"아무것도 안 하면서 전기세, 수도세만 내고 있는 거거든요. 그런 공간이 시민과 공동체 활동을 위해 활용되면 좋겠어요. 세금 낭비를 막는 일이기도 하죠."

 

공간을 새로 찾는 것보다, 이미 있는 공간을 어떻게 더 커먼즈화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공간의 스토리와 비전을 어떻게 알릴 것인가. 그것이 더 현실적인 확장 전략일 수 있다는 데 여러 분이 공감했습니다.

"다 좋은 아이디어인데, 왜 다른 데는 안 하지? 잘 모르니까요."

 

학교라는 또 하나의 문

'찾아가는 생태전환 교육'과 관련해, 인천시교육청이 생태전환 교육을 생태평화 교육으로 확장하는 것을 추진 과제로 내놨다는 정보도 공유되었습니다. 텃밭에 한정하지 않고 학교 안 비어 있는 잔디밭, 자생식물 공간까지 프로젝트로 묶어볼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 그리고 어린이집 원장님과 학교 교장 선생님을 설득해 보자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이 책은 우리에게 필요한 게 아니고, 어떻게 보면 교장 선생님, 교육감, 시장님, 구청장님께 읽어보시라고 선물해야 할 책 같아요."

 

청주에서 온 솔직한 경험

청주에서 도시농업 네트워크 활동을 하시는 정호선 선생님이 올해 진행한 실험을 나눠주셨습니다. 아스팔트 위에 그로백을 놓고 토마토와 가지를 심었습니다. 세 군데 중 한 군데는 실패하고 두 군데가 남았습니다.

"토드모던을 보면서 느낀 건, 그 도시는 정말 그 필요성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가 하는 이 실험은 없는 필요성을 억지로 만드는 느낌이 들어서 어려움이 있었어요."

 

사유지 말고 공유지에서 할 수 있는 게 정말 없어서 인도를 고를 수밖에 없었고, 행정에서는 인도에 그로백을 내려놓는 것조차 안 된다고 했다고 합니다. 공들여 흙을 만든 텃밭이 철거되는 것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배움.

"장애인 센터 앞과 마을학교에 만들었는데, 그분들께 '관리'의 의미로만 전달했지, 그걸 활용해서 무엇을 하자는 프로그램을 우리가 만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관리만으로는 안 되고, 연결해서 뭘 할 수 있게 하는 프로그래밍이 동시에 운영돼야 되겠다고요."

 

동시에 이런 관찰도 나눠주셨습니다. 골목 곳곳에 개인들이 조그맣게 무언가를 하고 있는데, 이 작은 공간들이 의미 있게 연결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든다고요.

 

 

마무리 — 팀을 만들어 볼까요

"마지막 시간인데 여기서 뭘 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발목이 밧줄로 묶이면 어떡하지 걱정하며 왔다"는 농담으로 시작된 마무리 발언에서, 오히려 가장 구체적인 제안이 나왔습니다.

"열심히 계획을 짜서 멋있게 할 거냐, 아니면 그냥 실행하면서 우리에 맞는 걸 찾을 거냐. 한국판을 몇 페이지라도 써보면 어떨까요? 시범 사업을 하면서 각자 일지를 쓰고, 해봤더니 이런 교훈이 있다는 걸 남기는 거죠. 크게 생각하면 부하가 걸리니까 작게, 이해하는 사람들끼리 다섯 명에서 열 명이라도요."

 

여기에 여러 분이 손을 들었습니다. 프로젝트 팀처럼 만들어서, 누군가 시작할 때 가서 함께 도와주고, 막히는 부분은 함께 논의하고, 인력이 필요하면 품을 보태는 느슨한 연결. "저도 같이 해보고 싶어요" 라는 말이 몇 번 나왔습니다.

 

용어에 대한 제안도 있었습니다.

"저는 '식용도시 운동'이라는 용어를 바꾸고 싶어요. 제가 생각했던 건 '경계 없는 텃밭'이었거든요. 텃밭의 경계뿐만 아니라 사람 사이의 경계를 넘어선다는 뜻으로요."

 

그리고 커먼즈로서 그나마 성공적인 모델을 보여준 것이 토종 씨앗 운동이라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나누려고 하는 성격 때문에 관심이 많은 분야이고, 기존에 텃밭을 하시는 분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중요한 매개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4주를 마치며

진행자의 마지막 정리를 옮깁니다.

 

"사실 도시농업에 대한 열풍이 많이 식었죠. 행정이나 정치권에서도 '도시농업은 별거 없어, 시시해' 하는 시선이 있고요. 그래서 저는 식용도시를 공부하면서 도시농업의 새로운 전환점을 우리가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단순히 경작만 하는 게 아니라, 이 텃밭이 갖고 있는 의미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가. 도시를 여러 사람과, 생태와, 기후와 연결시켜내는 연결 매개자로서의 역할을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공통의 언어로서 먹거리 안에서의 텃밭이라는 것. 저는 식용도시라는 책에서 가장 핵심적이고 중요한 게 결론적으로 도시농업이라고 봅니다.

 

지금의 도시농업은 한계가 있고 제한적으로 운영되고 있죠. 이걸 벗어나는 건 결국 지역 사회와 사람과 지역 자원을 연결시켜 내고, 그 안에서 새롭게 전망되는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일이 아닐까 합니다. 도시농업을 업그레이드하고 전환하는 새로운 언어를 함께 만들어 나가고 실천해 봐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이 책으로 스터디를 하는 곳들이 있다고 합니다. 확인이 되면 전국 협의회 차원에서 사례와 성과를 함께 나눌 자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습니다.

 

네 번의 시간 동안 함께해 주신 모든 분들, 그리고 온라인으로 끝까지 자리를 지켜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제 정말 우리 차례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