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장은 점수가 아닌 얽힘의 확장!" - 식용도시 스터디 2회차 모임
안녕하세요! '식용도시 스터디 - 혁명을 위한 놀라운 먹거리' 2회차 모임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지난 2026년 7월 29일 저녁, 온라인(Google Meet) 공간에 모인 우리 스터디원들은 책『놀랍다! 채소를 심어라, 혁명을 키워라(Incredible! Plant Veg, Grow a Revolution)』의 5장부터 8장까지의 내용을 함께 읽고, 각자의 일상과 현장에서 퍼져나오는 솔직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책 속으로 깊이 읽기 (5장 ~ 8장 요약)
5장. 위태로운 상황에 처한 삶 (Living on the Wobbly Side of Life)
5장은 공동 창립자 메리 클리어(Mary Clear)의 삶과 철학이 깊게 녹아있는 장입니다. 어린 시절 아동보호시설에서 자라며 가난과 생존을 먼저 경험했던 메리는, 삶이 위태롭고 하루하루가 힘겨운 저소득층이나 취약계층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나 '식생활 개선'이 우선순위가 될 수 없음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메리는 식용도시 운동이 지식인이나 중산층만의 교양 활동이 되어서는 안 되며, 사회에서 배제되고 잊힌 이들과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공공주택 단지와 같이 소외된 곳에 접근할 때는 위압적인 가르침이 아니라 수천 번의 소소한 대화를 통한 '신뢰 쌓기'와 '친절'이 선행되어야 함을 일깨워 줍니다.
6장. 먹으면 참여자 (If You Eat, You're In)
6장에서는 페나인 하우징(Pennine Housing)의 세입자 관리자 발 모리스(Val Morris)를 만나며 공공주택 단지로 확산된 '식용 페나인(Edible Pennine)' 프로젝트를 다룹니다. 고령자, 장애인, 저소득층 세입자들의 영양 결핍 상태를 목격한 발 모리스는 세입자들이 직접 채소를 키울 수 있도록 입문 키트를 나누어 줍니다.
초기 애션허스트 단지에서 수프를 나눠주며 다가갔을 때는 낯설음 때문에 외면받기도 했지만, 이동식 주방 '펄프 키친(Pulp Kitchen)'을 이끌고 온 토니 멀그루 셰프의 라이브 요리 시연, 아이들의 호기심 자극, 그리고 주민들이 직접 소유하는 상자텃밭과 퇴비 기부를 결합하면서 마침내 주민들이 마음을 열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은 먹거리의 '선택'이 아닌 '접근성'을 높여주는 것이 이웃 간 대화와 공동체 회복의 시작임을 증명합니다.
7장. 잊힌 기술 (The Lost Arts)
7장은 대형마트와 가공식품 중심의 사회에서 농사짓고, 요리하고, 수확물을 보존하던 '기술'을 잃어버린 세대의 문제를 직시합니다. 외형 기준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엄청난 양의 식량 폐기물과 요리에 대한 두려움을 지적하며, 식량 시스템의 단절이 인간관계의 단절로 이어졌음을 이야기합니다.
이러한 단절을 극복한 눈부신 사례가 바로 폴린이 주도한 '모든 계란은 소중하다(Every Egg Matters)' 계란 캠페인입니다. 마을에서 닭을 키워 남는 계란을 파는 이웃들을 연결한 '계란 지도(Egg Map)'는 배움(가금류 교육)-공동체(이웃 간 연결)-비즈니스(지역 순환 경제)라는 식용도시의 3대 회전 접시가 동시에 돌아가는 선순환을 만들어냈습니다. 또한 마을 곳곳에 1,000그루 이상의 과실수를 심고, 가지치기와 접붙이기 기술을 서로 가르쳐주며 '공유원'을 가꾸는 배움의 가치를 실천했습니다.
8장. 학교 급식 (School Dinners)
8장은 낡고 평판이 좋지 않던 토드모던 고등학교가 먹거리를 만남으로써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를 소개합니다. 전문 셰프 출신인 토니 멀그루(Tony Mulgrew)는 냉동 가공식품 위주의 학교 급식을 신선한 현장 조리식으로 바꾸고, 제이미 올리버의 캠페인 및 '푸드 포 라이프 파트너십(FFLP)'과 연계하여 급식의 질을 대폭 높였습니다.
특히 먼 외국산 고기 대신 인근 지역 농가인 '스톱스 리(Staups Lea) 농장'의 조너선 & 샐리 부부와 안정적인 직거래 계약을 체결하여 지역 농가와 학교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었습니다. 학생들은 시식회를 통해 메뉴 결정에 참여하고, 직접 텃밭을 일구며 정크푸드에서 벗어나 신선한 먹거리의 즐거움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 패들렛에 오간 생각들


책을 읽으며 밑줄 그은 문장과 질문을 패들렛에 실시간으로 남기며 밀도 있는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호돌은 5장의 "공동체 만들기는 늘 시간이 필요한 일이다. 수천 개의 아주 작은 발걸음들이 쌓여 신뢰를 형성해 가는 과정이다"라는 문장과 함께, 7장에서는 "영국 채소 작물의 거의 1/3이 외형 기준 때문에 밭에서 방치돼 썩고, 이렇게 낭비되는 식량이 전 세계 160만 톤에 이른다"는 통계를 짚으며 "B급 농산물의 유통에 우리는 나설 수 있나?"라고 물었습니다. 실제로 철원군 농민회와의 간담회에서 "못생겼지만 맛도 있는 농산물을 기부하고 싶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경험도 함께 나눴고, 별꾸러기 님은 여기에 태양광 드론 배달을 활용한 셀프 유통 아이디어를 보탰습니다.
멋친사람 님은 "영국에 맥도날드 매장보다 푸드뱅크가 더 많다"는 현실이 브렉시트 이후 어려워진 민생경제와 맞닿아 있다고 짚었고, 6장에서는 "교수자와 학습자"를 나누던 시대를 지나 "모두가 참여자"가 된 관점의 전환을, 8장에서는 아이들이 진학을 결정할 때 "급식 맛있는 곳"이 상위 기준이 된다는 이야기로 급식의 중요성을 새삼 확인했습니다.
아메바(김충기) 님은 "베이컨은 고기가 아니에요. 비닐에 들어있고, 엄마가 마트에서 사오는 거잖아요"라는 책 속 아이의 말을 인용하며, 채소 기르기·집 수리하기처럼 "잊혀져 가는 소중한 생활기술을 이어가야 한다"는 소회를 남겼습니다.
별꾸러기 님은 "요리가 두렵다"는 말에서 출발해 "교육은 학생들로 하여금 열등하다는 것을 알게 한다"는 교육사회학의 문제의식을 나눴고, "라면 끓일 줄 알면 모두가 요리에 재능이 있다, 시간이 좀 오래 필요할 뿐"이라는 결론에 아메바 님도 "지금의 교육은 열등감을 갖게 하는 것 같다"고 공감했습니다. 꿈수레 님은 6장 86페이지의 "우리는 안 된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좌우명을 4장의 운동 원칙(말이 아닌 행동, 허가를 기다리지 말라)과 연결지으며 실천의 힘을 짚었고, 7장 98페이지 "폴린에게 일어난 전환점은, 어떤 일을 시작하려면 먼저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생각 자체를 떨쳐낸 것"이라는 문장에는 호돌 님의 "모든 전환은 중심부가 아니라 주변부에서 일어난다"는 화답이 이어졌습니다.
책 이야기를 넘어, "나는 무엇을 상상하는가", "나의 위치는 어디인가", "대화를 시작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이라는 질문판에도 각자의 삶이 담겼습니다. 멋친사람 님은 인천의 한 섬에서 5년 안에 산림다차를 준비 중이라는 상상과, 미추홀구 용일시장 안에서 사회적협동조합 '삶은연극'을 운영하며 은퇴한 어르신들과 꽃으로 이야기 나누는 일상("원도심 혹은 격오지")을 나눴고, 이에 석지영 님은 "일상이 예술이네요"라고 화답했습니다. 대화를 시작하는 방법으로는 "눈 마주치기—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시선에서 관심과 배려를 느낀다"는 짧지만 깊은 답이 남았습니다.
마음을 두드렸던 대화와 참가자들의 목소리
책 내용을 바탕으로, 온라인 모임 방 안에서는 참여자 각자의 삶과 활동을 비추어 보는 뜨거운 성찰과 나눔이 이어졌습니다.
"전문가라는 자격증을 장롱 속에 집어넣기로 했습니다" (진행자 석지영 님)
*"저는 도시농업 활동가로서 늘 '어디에 땅을 구해서 작물을 키우나', '남이 따가면 어쩌나' 하는 틀에 갇혀 시작을 못 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어제 문득 깨달았습니다. 메리와 팸은 농업 전문가가 아니었기에 그냥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도시농업 전문가라는 자격증을 장롱 속에 넣고, '재배'가 아닌 **'먹는 것을 매개로 대화의 물꼬를 트는 시작'*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가볍게 벼 화분 하나 내놓고 지나가는 사람들과 이야기 나누는 것부터 시작하렵니다."
"불꽃을 피우는 한 명의 동지, 그리고 마을의 기술 연결" (김충기/아메바 님)
"폴린이 계란 캠페인을 성공시킬 수 있었던 결정적 계기는 '베릴'이라는 다른 한 명의 동지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혼자가 아니라 뜻을 같이하는 '한 명'과 연결될 때 생각에 불꽃이 튀고 커뮤니티가 확장됩니다. 또 마트 포장 식품에 익숙해져 수리나 요리 기술을 잃어버린 시대에, 마을 안에서 소중한 생활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연결하고 나누는 것이 식용도시의 본질임을 확인했습니다."
"실패는 배움의 기회... 버려지는 농산물에 대한 고민" (방제식/호돌 님)
"메리가 가디언지 독자(중산층·지식인)만의 운동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했던 것처럼, 우리 먹거리 운동도 특정 계층에 갇히지 않았나 성찰하게 됩니다. 6장에서 첫 수프 나눔이 실패했음에도 그것을 '좋은 배움의 기회'로 삼았던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외형 기준 때문에 버려지는 농산물이 160만 톤에 달하는데, 최근 농민회 간담회에서 나눈 것처럼 못생겼지만 맛있는 비품 농산물을 시민들과 연결하는 유통 체계를 우리도 만들어갈 수 있을지 고민이 깊어집니다."
"하루에 인사를 몇 번 하나요? '맛있는 라면 끓이기' 같은 즐거운 연출" (김종현/깨끼대왕 님)
*"현대 도시인들은 하루에 한 번도 인사를 주고받지 않을 정도로 군중 속 고립을 겪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사는 안 해도 살아도 먹지 않으면 죽기에, 먹거리는 사회적 관계망을 회복하는 가장 강력한 매개체입니다. 공동체 활동은 **'맛있는 라면 끓이기'*와 같습니다. 맛있는 라면을 끓이자는 목표가 생기면 구성원들이 각자 집에서 자란 파, 계란, 냄비를 자발적으로 챙겨오듯, 촉진자(연출가)는 참여자들이 가진 자원을 즐겁게 끌어내고 판을 펼쳐주면 됩니다."
"안 될 이유를 찾기보다, 일단 뛰어들어 저지르기!" (김경희/꿈수레 님 & 박병남/알깨고나오기 님)
김경희 님: "새로운 일을 기획할 때 늘 '예산이 없어서, 사람이 없어서' 안 될 이유부터 찾곤 했습니다. 하지만 토드모던은 준비가 완벽해서 행동한 것이 아니라, 먼저 작게 시작하니 예상치 못한 자원과 도움이 따라왔습니다. 부딪혀보고 툭 던져보면 길은 열립니다."
박병남 님: "저 역시 생각이 많아 행동이 늦는 편이었습니다. 혼자 잘 살면 된다는 생각에서 자녀를 키우며 타인과 어우러지는 공동체의 필요성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사는 5년동에서 안 될 이유를 떠나 일단 작은 행동이라도 저질러 보려고 합니다."
"기후위기 생존 시대, 최후의 방주에 탈 진짜 스승은 농부" (JH Kim/별꾸러기 님 - 전남 초등교사)
"학교 교육은 아이들에게 '잘한다'면서도 정작 어른들에게는 '못한다'는 자괴감을 쉽게 줍니다. 저는 무인도에 떨어지면 굶어 죽겠지만, 농부님들은 어떻게든 먹을 것을 찾아 생존해 내실 겁니다. 기후위기 시대, 생존을 위한 최후의 방주에 탄다면 교사가 아니라 생명을 키워내는 농부님이 탑승해야 합니다."
"우리 문화에 맞는 친절과 식생활 기술의 복원" (전경순 님 & 김정임 님)
전경순 님: "영국의 사례를 우리 문화와 정서에 맞게 어떻게 친절로 풀어낼지 고민입니다. 핑계를 찾기보다 용기를 내어, 앞으로의 20년은 지역에서 무엇을 베풀며 살아갈지 작은 실천을 시작하려 합니다."
김정임 님: "밀키트와 즉석식품 때문에 젊은 세대가 요리하는 법을 잊고 음식을 너무 쉽게 버리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농민들이 애써 기른 채소가 버려지지 않도록, 공동체 안에서 함께 요리하고 식생활 기술을 복원하는 역할이 절실합니다."

에필로그: 점수가 아닌 얽힘의 확장을 향하여
모임을 마무리하며 석지영 진행자는 올해 자신의 개인적 목표이자 스터디 전체를 아우르는 소중한 메시지를 던져주었습니다.
"올해 저의 목표는 '점수의 성장이 아닌 얽힘의 확장'입니다. 버스정류장을 땀 흘려 청소하시는 할머니에게 건네는 따뜻한 한마디 인사처럼, 일상에서의 소소한 만남과 얽힘이 곧 공동체 형성의 시작입니다."
참여자들은 남은 스터디 기간 동안 스스로에게 다음 3가지 질문을 계속 던지며, 각자의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실천을 하나씩 그려나가기로 했습니다:
- 나는 무엇을 상상하는가?
- 나의 위치(사는 곳, 하는 일, 만나는 사람)는 어디인가?
- 이곳에서 가장 쉽게 시작할 대화와 행동은 무엇인가?
거창한 계획이나 예산을 기다리지 않고, 오늘 내 이웃에게 건네는 따뜻한 미소와 인사 한마디, 작은 화분 하나를 내놓는 가벼운 실천이 인천과 각 지역을 '누구나 먹을 수 있는 풍요로운 식용도시'로 바꾸어가는 위대한 출발점이 될 것임을 확신하게 된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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