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퍼머컬처 완독 모임 10회차 후기: 흙에서 시작해 내면의 정원까지, 1권 완독의 여정과 새로운 출발
지난 3월 16일, 아직 찬 바람이 가시지 않은 초봄에 시작했던 퍼머컬처 농장 매뉴얼 완독 모임 〈Vivre Avec La Terre〉 1권 함께 읽기가 지난 7월 20일 월요일 저녁, 여름의 한가운데에서 10회차 모임을 끝으로 막을 내렸습니다.
격주로 만나며 프랑스 벡엘루앙(Bec Hellouin) 농장의 방대한 생태 농업 노하우를 함께 읽어온 다섯 달의 여정은, 단순한 책 읽기를 넘어 각자의 텃밭과 삶의 방식을 다시 들여다보게 한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 날 모임 철원에서 온 옥수수 찐 냄새가 가득했고, 완독의 기쁨과 아쉬움, 앞으로의 다짐이 교차하며 그 어느 때보다 이야기가 길게 이어졌습니다.
1권의 마지막 공부를 장식한 제10회차 공부 내용(제4부 26~28장)을 정리하고, 모두를 웃음으로 몰아넣은 깜짝 학기말 시험 풍경, 그리고 참여자들의 소감과 2학기 후속 계획까지 전해드립니다.
10회차 세미나: 유용 미생물, 비옥도, 그리고 기후변화에 답하는 탄소 농업
이번 모임의 읽을 범위는 제26장 유용 미생물·보카시·바이오차, 제27장 소규모 생태농장과 토양 비옥도, 제28장 소규모 생태농장·탄소·기후였습니다.
프랑스의 농학 기술자이자 프란치스코회 수사이며 균류학자인 에르베 코브(Hervé Coves)는 우리가 한 시대의 끝에 직면해 있으며, 석유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농업 체계는 지속 불가능하고, 결국 해결책은 자연에서 나온다고 말합니다. 1권의 마지막 세 장은 바로 이 '자연의 해법'의 과학적이고 구체적인 실천법으로 제시하고 있었습니다.
1. 극미(極微)의 세계가 부리는 마법: 토착 미생물(IMO), 보카시, 바이오차
건강한 토양 1그램에는 수억 마리의 세균이 살고 있으며, 영구 초지의 토양 속에는 지상 식생량에 맞먹는 규모의 세균과 곰팡이, 토양 동물이 살아갑니다.
- 토양 미생물의 10:10:80 법칙: 토양 세균은 약 10%의 유익한 세균, 10%의 해로운 병원균, 그리고 상황에 따라 어느 쪽이든 줄을 서는 80%의 중립적인 세균으로 구성됩니다. 우리가 유용 미생물(EM)이나 토착 미생물(IMO)을 땅에 살포하는 이유는, 이 80%의 중립 세균이 '좋은 세균'의 주도권을 따르도록 유도해 토양의 활력과 면역력을 끌어올리기 위함입니다.
- 한국자연농업(KNF)과 IMO: 벡엘루앙 농장의 페린은 조한규 박사가 정립한 한국자연농업(KNF)에서 영감을 받아 토착 미생물 배양법을 실험했습니다. 대나무 숲이나 활엽수림 부엽토에서 채취한 미생물 혼합토에 설탕 시럽, 천연 염화마그네슘(니가리) 등을 섞어 산소와 온도를 맞춰 발효시킨 IMO 액상 용액은, 퇴비 더미의 완숙을 돕고 모종의 초기 성장을 촉진시켰습니다.
- 보카시(발효 유기물): 산소를 차단한 혐기성 발효를 거치는 일본의 전통 보카시 퇴비는 호기성 퇴비화에 비해 양분 손실이 적고 에너지를 보존합니다. 부엌 쓰레기를 밀폐 용기에서 보카시 겨(접종제)와 함께 3주간 발효시키면 시큼한 발효 향과 함께 하얀 미생물 막이 덮이는데, 이를 식물 뿌리에서 조금 떨어뜨려 흙 속에 묻어두면 좋은 토양 접종제가 됩니다.
- 바이오차(Biochar)와 미생물의 결합: 아마존 원주민의 비옥한 검은 흙 '테라 프레타(Terra Preta)'의 비밀인 바이오차는 미세한 다공성 구조를 지녀 물과 미생물의 보금자리가 됩니다. 벡엘루앙 농장의 비교 시험에 따르면, 유용 미생물을 흡수시킨 바이오차를 모종 배지에 섞어 썼을 때 어린 모종이 눈에 띄게 빠르게 자랐습니다. 농장에서는 드럼통으로 가마를 만들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며 바이오차를 구웠고, 이 가마를 비닐하우스 안에 두어 봄철 밤 추위를 막는 축열 난로로도 활용하는 영리함을 보여주었습니다.
2. 소규모 생태농장이 실현하는 '자급 비옥도(Autofertilité)'
벡엘루앙 농장은 기계화된 대규모 유기농 채소 재배와, 손으로 일구는 퍼머컬처 소규모 농장의 토지 활용을 비교했습니다.
- 기계화 농업의 한계: 트랙터가 지나가기 위해 상당한 면적을 고랑과 길로 비워두어야 하고, 잦은 땅갈이로 이산화탄소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며 비옥도가 씻겨 내려갑니다. 이를 메우기 위해 밭 외부에서 화학비료나 유기물 풋거름을 끊임없이 들여와야 하므로 지속가능성이 떨어집니다.
- 에코컬처의 대안: 온전히 손으로 일구는 '집중활동영역(구역 1)'은 좁은 면적에서도 트랙터로 경작하는 넓은 밭에 맞먹는 양을 생산합니다. 흙을 갈지 않고 영구두둑 체계를 유지해 이산화탄소 방출과 양분 씻김을 막고, 비워둔 나머지 공간(과수원, 연못, 임업, 축산 등)에서 나오는 유기물(낙엽, 전정 가지, 동물의 분뇨 등)을 집중활동영역으로 순환시킵니다. 이렇게 외부 자원에 의존하지 않고 농장 스스로 비옥도를 높여가는 자급 비옥도(Autofertilité) 단계에 들어서게 됩니다.
3. 기후위기 시대의 게임 체인저: 탄소 농업(Carbon Farming)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인류의 먹거리 생산 사슬에서 발생합니다. 흙을 갈아엎을 때마다 저장돼 있던 탄소가 대기 중으로 배출되며, 지구 경작지 탄소의 상당량이 이미 대기로 유실되었습니다.
이에 대응해 프랑스 정부가 COP21에서 출범시킨 국제 이니셔티브가 바로 '1000분의 4(4 per 1000)' 목표입니다. 지구 모든 경작지 흙 속 탄소 저장량을 해마다 0.4%씩 늘릴 수 있다면, 인류 활동으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증가를 멈출 수 있다는 계산입니다.
벡엘루앙 농장은 벨기에 리에주 대학 연구팀과 함께 농장의 토양을 정밀 분석했고, 결과는 예상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 벡엘루앙 텃밭 흙의 유기 탄소 농도는 관행 농업 흙을 크게 웃돌았습니다.
- 농장 흙의 탄소 격리 속도는 '1000분의 4' 이니셔티브 목표치를 여러 배 앞질렀습니다.
- 유기물 멀칭 덕분에 점토가 거의 없는 척박한 미사질 흙임에도 양분을 붙잡아 두는 힘인 양이온 교환 용량(CEC)이 극대화되었고, 염기 포화도도 최대치에 이르렀습니다.
- 다량의 유기물 투입이 수질 오염을 부를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식물의 흡수 주기에 맞춘 느린 분해형 멀칭과 연못 수생식물(갈대 등)의 정화 덕분에 농장 밖으로 나가는 물의 질산염 농도는 들어올 때보다 오히려 낮거나 같았습니다.
이로써 소규모 생태농장은 단순한 식량 생산지를 넘어 강력한 탄소 흡수원(Carbon Sink)이자, 지구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 방식임이 과학적으로 확인되었습니다.

치열하고 유쾌했던 완독 기념 '학기말 깜짝 시험'
마지막 읽기가 모두 끝난 뒤, 모임 공간의 조명이 어두워지며 슬라이드 화면에 깜짝 학기말 시험 문제가 등장했습니다. 🙈 "졸업했는데 웬 시험이냐"며 여기저기서 웃음 섞인 탄식이 나왔지만, 모두 이내 진지하게 지난 열 번 동안 함께 배운 내용을 복습해 나갔습니다.
- "생태계를 모델로 삼아 순환 시스템을 설계하는 이론적 틀과 저자들의 농업 실천은 무엇인가?" (정답: 퍼머컬처와 에코컬처)
- "미생물에 의해 변환되어 안정된 탄소와 무기물로 이루어진 영양분 저장고를 무엇이라 하는가?" (정답: 부식질)
- "아메리카 원주민들이 발견한 숯으로, 탄소를 오래 가두고 미생물의 집이 되어 주는 물질은?" (정답: 바이오차)
가장 길게 토론한 문제는 서술형 문항이었습니다. "내면의 정원을 가꾸는 원칙(에코컬처 제17원칙)이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하시오"라는 문제였지요.
우리는 정답을 맞히기보다 그 의미를 되새겼습니다. "내면의 생태학 없이는 외부의 생태학도 존재할 수 없다"는 저자들의 철학처럼, 퍼머컬처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대지를 사랑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감수성을 기르는 일이며, 내 삶의 태도와 내면을 가꾸는 마음 수련의 과정이라는 점에 모두가 공감했습니다.
참여자들의 수료 소감: 현실의 벽, 그리고 한국식 퍼머컬처의 모색
시험을 마친 뒤, 음료와 옥수수를 나누며 다섯 달간의 완독을 마친 참여자들의 솔직한 회고가 이어졌습니다.
"책은 완벽하고 아름답지만... 우리의 현실은?"
한 참여자분은 현실적인 의문을 던져주셨습니다.
"솔직히 벡엘루앙 농장 이야기는 경이롭고 재밌지만, 주말농장에서 고작 5평, 10평 농사짓는 우리 현실과는 조금 동떨어진 느낌도 들었어요. 넓은 땅의 90%를 숲과 목초지로 두고 거기서 나오는 유기물로 나머지 10%의 집중 경작지를 채운다는 자급 비옥도 모델은, 좁은 도시 텃밭을 분양받아 농사짓는 사람들에겐 꿈같은 이야기잖아요. 당장 밭에 갈 시간도 부족하고, 땅 한 평이 아쉬운데요."
이 질문은 스터디 내내 모두가 마음에 품고 있던 화두였습니다. 이에 한 회원님이 답을 이어가 주셨습니다.
"맞아요. 우리가 벡엘루앙 농장의 규모나 방식을 그대로 복제할 수는 없겠죠. 하지만 핵심은 **'원리의 적용'**인 것 같아요. 손바닥만 한 텃밭에서도 맨땅을 비워두지 않고 풀이나 낙엽으로 덮어주는 유기물 멀칭, 매년 깊게 갈아엎지 않고 미생물을 살려두는 영구두둑, 화학비료 대신 쌀뜨물 발효액이나 음식물 보카시를 묻어주는 작은 시도들. 이만큼의 공간에서도 나만의 순환고리를 설계해 볼 수 있잖아요. 수확량보다 내가 이 땅을 어떻게 대하고 살려내는가가 진짜 퍼머컬처의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서양식 퍼머컬처를 넘어 '한국식 퍼머컬처'로"
기존 서양식 퍼머컬처 교육의 한계와, 우리 기후·문화에 맞는 토착 퍼머컬처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오갔습니다.
"예전에 수락산 텃밭이나 유명 퍼머컬처 농장들을 투어했을 때, 좀 낯설고 배고픈 경험을 한 적이 있어요. 밭에 가득한 작물이 허브나 유럽식 샐러드 채소 위주라 어떻게 요리해 먹어야 할지도 모르겠고, 우리 식습관과 안 맞으니 정작 텃밭을 돌고 나도 먹음직스러운 게 없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안철환 선생님 강의를 들으면서 무릎을 탁 쳤습니다. 우리나라 퍼머컬처의 진짜 핵심은 서양식 다년생 채소가 아니라, 우리 땅에서 매년 자라나는 다년생 '산나물'과 '토착 잡초'여야 한다는 거죠. 나물 문화야말로 잡초와 단년생 재배의 한계를 넘는 우리 고유의 지속가능한 다년생 농업입니다. 밭 디자인이라는 겉모양만 유럽 방식을 좇을 게 아니라, 우리 전통 농업과 한식 식습관에 맞게 변형된 한국식 퍼머컬처(Korean Permaculture)를 고민해야 합니다."

앞으로의 계획: 2학기, 이론을 넘어 현장과 실습 속으로
1권 완독이라는 큰 산을 넘었지만,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입니다. 참여자들은 이어서 나올 2권과 3권 스터디를 기약하며, 그전에 가을 학기 동안 책 속 지식을 몸으로 익히기 위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2학기 테마: 현장 탐방과 천연 농자재 워크숍
글자로만 읽었던 생태 농업 현장을 눈으로 보고 비교하기 위해 격월로 텃밭 탐방을 떠나자는 제안.
- 수락산 '수락텃밭' 탐방: 여러 공동체가 어우러져 다양한 퍼머컬처 실험을 이어가는 현장을 찾아 산나물과 잡초 멀칭의 실제 모습을 관찰.
- 남양주 공동체 텃밭 탐방: 남양주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해 공유지를 이웃들이 주체적으로 일구는 퍼머컬처 기반의 공동체 모형을 만나기.
- 만수마을이음텃밭 및 해바람 텃밭, 도림텃밭 방문: 도심 속에 작지만 알차게 조성된 공동체 정원들의 동선과 지속가능한 관리 팁을 배우는 투어.
농막 앞마당에서 펼쳐질 천연 농자재 워크숍
이론으로만 보았던 미생물과 바이오차를 직접 만드는 실습에 대해.
- 왕겨를 이용한 훈탄(바이오차) 만들기: 정미소에서 왕겨를 구해와 이중 가마 방식으로 연기가 나지 않게 서서히 구워, 우리 밭을 위한 바이오차를 직접 생산해 보자는 제안.
- 보카시 및 IMO 미생물 액비 배양: 쌀뜨물과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한 보카시 퇴비를 함께 만들고 밭에 직접 접종해 보는 현장 실습.
흐름의 조직자가 된다는 것, 그리고 선물의 경제
벡엘루앙 농장의 저자 샤를은 책 후반부에서 깊은 성찰을 전합니다. 농장에서 우리가 맡은 핵심 소임 가운데 하나는 '흐름의 조직자(Organisateur de flux)'가 되는 것이며, 농업 생태계 안의 길과 구역과 동선, 그리고 각 구성 요소의 관계를 매끄럽게 연결하고 상호작용하도록 돕는 일이라고 그는 말합니다.
그러나 농장은 물리적 디자인이나 땅, 식물, 건물만으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저자는 회복력 있는 농경 체계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엄연히 실재하는 '인간적 구축(human construction)'을 함께 세울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말합니다.
농부와 그를 둘러싼 이웃들 사이에 맺어지는 존경과 유대, 성실한 평판, 어려운 해를 버티게 해준 시골 고유의 '선물의 경제(Économie du don)'가 계획의 성패를 가르는 결정적 요인이 된다는 것이지요. 이웃 관행농 농부들이 트랙터를 끌고 와 벡엘루앙 농장 일을 돕고 건초를 대가 없이 내주었던 것처럼, 우리의 이 작은 스터디 역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안에서 서로를 채워주는 유대로 자라났습니다.
인천, 서울, 멀리 의정부에서까지 격주 월요일마다 먼 걸음을 달려와 자리를 채워주신 회원님들, 프린트물 대신 음성 리딩을 지원하는 AI 비서를 써가며 끈기 있게 책을 읽어오신 회원님들 모두가 이 보이지 않는 흐름의 일원이었습니다.
에르베 코브의 말처럼, 퍼머컬처는 자전거를 타는 것과 같아서 일단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하면 저마다의 균형을 찾아갑니다. 1권 공부는 끝났지만, 우리 텃밭과 삶 속에서 생태적 다양성을 실현하려는 발걸음은 이제 막 페달을 밟기 시작했습니다.
2학기 가을 탐방과 내년 2권 스터디의 새로운 여정에도 퍼머컬처를 사랑하는 예비 농부님들의 동행을 기대합니다. 그동안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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