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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체 소식/다녀왔습니다

[책모임] 대지와 함께 살기: 벡 엘루앙의 지혜를 깨우는 첫 번째 모임

by 아메바!(김충기) 2026. 3. 16.

대지와 함께 살기: 벡 엘루앙의 지혜를 깨우는 첫 번째 모임

 

새로운 문명을 여는 정원으로의 초대

현대 농업이 직면한 기후 위기와 산업 문명의 벼랑끝에서, 프랑스 노르망디의 작은 농장 ‘벡 엘루앙(Bec Hellouin)’이 던지는 메시지는 단순히 ‘친환경 농법’에 머물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지구 1.5개에 해당하는 자원을 매년 앞당겨 쓰는 약탈적 방식 속에 살고 있습니다. 화석 연료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산업 농업이 붕괴의 전조를 보이는 이 시점에서, 벡 엘루앙의 사례는 인류의 지속 가능한 생존을 위한 정교한 ‘생존 전략’으로서 의미가 있습니다.

우리가 『대지와 함께 살기(Vivre avec la Terre)』라는 방대한 매뉴얼을 펼쳐 든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취미로서의 가드닝을 넘어, 무너져가는 생태계 속에서 우리 삶의 주권을 어떻게 다시 대지로 가져올 것인가에 대한 실천적 답입니다.

이 몸임 동참하기 위해 강화, 파주, 의정부 등 전국 각지에서 모여든 이들을 통해 희망을 읽기도 합니다.

 

각지에서 모여든 다양한 열망들

첫 모임 현장은 ‘생태적 실천의 확장’이라는 하나의 줄기로 에너지로 가득했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얻으러 온 것이 아니라, 각자의 삶터에서 고민해 온 실천가들이었습니다.

강화도에서 두 시간을 달려온 10년 차 베테랑 농부, 파주에서 어린이 농사 공동체를 운영하는 전문가부터, 탁구 강습을 포기하고 ‘배움의 근육’을 선택한 도시농부까지. 특히 흥미로웠던 것은 참여자들의 다채로운 농사 철학이었습니다. 밭에 누워 하늘을 보다 일하는 베테랑부터, 뱀이나 호랑이가 나올 것 같은 자연스러운 밭을 꿈꾸는 참여자까지.

 

“기계와 화학 없이 손으로만 짓는 농사가 과연 대규모 기계화 농업의 생산성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요?”

 

 ‘몸으로 체득하는 농사’와 ‘체계적인 공부’ 사이를 메우려는 참여자들의 열정이 오히려 이 매뉴얼의 가치를 증명하는 것 같습니다.

 

벡 엘루앙의 10,000시간이 담긴 매뉴얼

이 책은 책상 위에서 쓰인 이론서가 아닙니다. 모임의 제안자이며 운영을 맡은 오선경님이 강조했듯, 6년의 집필 기간과 10,000시간에 달하는 현장 작업이 응축된 ‘생존 매뉴얼’입니다. 1,000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은 벡 엘루앙의 페린과 샤를 부부가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얻어낸 기록의 결정체입니다.

벡 엘루앙 농장의 실험은 프랑스 국립농업연구소(INRA)와의 협동 연구를 통해 과학적 데이터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기계 없이 손과 가축의 힘만으로 가꾼 1,000㎡(약 300평)의 농지가 기계화된 1ha(약 3,000평) 농지에 맞먹는 채소를 생산해 낸다는 사실은 에코컬처가 단순한 이상이 아님을 보여줍니다.”

 

오선경님은 이 책이 “사진과 그림이 많아 전문가가 아닌 이들도 안심하고 펼쳐볼 수 있는 친절한 지도”와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서두르지 않고 ‘농부의 발걸음’으로 대지의 리듬을 따라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될 것입니다.

 

농업에서 에코컬처로, 그리고 17가지 원칙

이번 모임에서 우리는 기존 농업의 패러다임을 전환하는 ‘에코컬처(Ecoculture)’를 맞이했습니다. 이는 자연 생태계를 모델로 삼는 ‘생체 모방(Biomimicry)’ 기술로, 화석 연료에서 벗어나 나무와 토양에 탄소를 저장함으로써 기후 위기를 극복하는 실질적인 해결책입니다. 책의 첫 시작인 서론과 1장, 2장을 함께 읽으며 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을 다채롭게 만들어주었습니다.

  • 서론: 자연 가꾸기는 다음 세대에게 물려주어야 할 ‘필수 지식’이며, 지역 경제의 근간이 되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 1장: 산업 농업의 붕괴 가능성을 직시하며, 퍼머컬쳐 농장이 혼란의 시기에 인류를 구할 ‘구명보트’가 될 것임을 역설합니다.
  • 2장 (에코컬처의 원칙): 에너지 사용의 최적화와 함께, 자원의 순환을 닫는 ‘순환 폐쇄(Boucler les cycles)’, 수직적 공간을 활용하는 ‘층위 경작(Étager les cultures)’, 그리고 ‘야생 식물의 가치(Valoriser les plantes sauvages)’를 재발견하는 17가지 원칙을 살펴봅니다.

“내면의 풍경을 가꾸는 것은 외부 생태계 회복과 직결됩니다.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는 것, 즉 우리 모두가 공동의 운명임을 인식하는 것이 진정한 생태주의의 시작입니다.”

 

 

“소박하지만 큰 땅”을 대하는 자세

이론적 토대 위에서 나눈 대화는 지식이 삶과 충돌하며 빚어내는 메아리였습니다. 참여자들은 벡 엘루앙의 수치보다 더 생생한 각자의 언어로 에코컬처를 정의했습니다.

“저에게 5평은 단순한 숫자가 아닙니다. 그곳은 자연의 힘에 기대어 살 수 있는 법을 배우는 저만의 거대한 우주입니다.”

“돋보기를 새로 맞추니 안 보이던 글자가 보이듯, 농사가 새로 보인다”는 비유는 우리 모두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이후 계획 및 운영 방식: 격주 월요일, 대지의 리듬에 맞추다

  • 운영 구조: 격주 월요일, 총 10회의 만남을 통해 1권의 4부 28장까지 완독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물리적 어려움을 고려해서 온라인모임과 오프라인모임을 병행하며(섞어가며) 운영될 것입니다.
  • 협력적 지성: 구글드라이브를 통해 원문을 공유하며, 번역본을 토대로 참여자들이 직접 문맥을 검토하고 수정하는 실제적인 수고를 나눕니다. 이는 우리가 이 방대한 매뉴얼을 우리만의 언어로 체득하는 과정이 될 것입니다.
  • 실천 철학: “욕심내지 말고 현재에 집중하자”는 운영자의 제언처럼, ‘빨리빨리’의 속도에서 벗어나 ‘농부의 속도’로 나아갈 것입니다.

 

정원(텃밭)으로 돌아가는 것, 가장 긍정적인 행동

 

첫 번째 모임을 마치며, 우리는 벡 엘루앙의 지혜가 단순히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이 책을 공부하는 것은 파괴된 생태계를 복원하고, 소외되었던 인간성을 회복하는 가장 적극적인 저항입니다.

 

“정원(텃밭)으로 돌아가는 것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긍정적인 행동 중 하나입니다.”

 

저자의 확신처럼, 대지의 리듬에 맞춘 우리의 이 작은 발걸음이 각자의 삶과 지역 사회에 깊은 뿌리를 내리길 축복합니다. 첫 모임의 설렘을 간직하며, 다음 시간 대지 위에서 꽃피울 더 뜨거운 대화를 기다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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