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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방 후기] 우리 씨앗, 미래를 심다: 괴산 우리씨앗농장

by 아메바!(김충기) 2026. 2. 25.

[탐방 후기] 우리 씨앗, 미래를 심다: 괴산 우리씨앗농장


토종 씨앗의 본질

지난 2월 23일, 충북 괴산의 '우리씨앗농장'을 방문한 것은 단순한 현장 견학 이상의 의미를 갖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의 도시농업은 '도시농업 지원법'에 근거하여 지원되는 '행정주도형' 모델에 치중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지속가능한 도시농업을 위해서는 단순한 교육과 보급을 넘어, 농사의 근원인 '종자'와 토지(도시텃밭)의 '지속성'에 대한 근본적인 대안이 필요합니다.

 

기후 위기와 종자 독점이라는 거대 담론 속에서, 우리씨앗농장이 실천하고 있는 토종 농사와 생태적 가치가 어떻게 지역 공동체의 제도적 모델로 운영되는지 알 수 있었던 기회였습니다. 괴산 우리씨앗농장에서 우리가 마주한 것은, 현대 산업적농업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종자주권'의 현장이었습니다. 동시에 도시농업이 지향해야 할 지속가능한 방식의 미래였습니다.

 

'공공 농장' 거버넌스: 사회적 자산으로의 진화

우리씨앗농장의 놀라운 점은 개인의 신념이 '한살림 공공농장'이라는 독특한 거버넌스로 제도화되었다는 점입니다. 이는 토지 가격 상승과 개발 압박이 심한 인천과 같은 대도시의 도시농업 활동가들에게 '농지의 사회적 자산화(Social Assetization)'라는 시사점을 던져줍니다.

  • 태동과 발전: 2014년 지역 한살림 조직과 함께 시작된 활동은 2017년, 농장주(안상희 전대표)가 사유지를 기부하고 출자하여 공공농장으로 등기하면서 전환점을 맞이했습니다.
  • 운영 체계: 2021년에는 전국의 23개 한살림 지역 조합이 운영에 참여하며 공공 자산 모델을 구축했습니다.
  • 자산적 가치: 약 2억 9천만 원 규모의 마을기업 구조와 공공 자산화 전략은 "농사는 사람이 짓는 것이지 돈이 하는 것이 아니다"라는 철학을 실질적인 지속성으로 만들어 냈습니다.
[Land Trust Model] 이러한 모델은 서구의 '랜드 트러스트' 개념과 맥을 같이 합니다. 개별 농가의 선의나 정부의 일시적인 보조금에 의존하지 않고, 생산자와 소비자가 공동으로 자산을 소유하고 관리하는 방식은 자본 논리에 의한 농지 소멸을 막는 가장 강력한 방어 기제입니다.

 

326가지 생명의 기록: 종자 보전의 독립적 가치

7,000평의 부지에서 펼쳐지는 종자 보전 활동은 그 자체로 식량 안보의 보루입니다. 79세의 고령임에도 청년보다 뜨거운 열정을 보여주시는 안상희 고문님은, 2023년 말 기준 326여 가지의 품종을 체계적으로 문서화하고 보전하고 계십니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벼' 품종 보전 계획입니다. 우보농장에서 선구적으로 지키고 있는 400여 종의 품종 중에 우리씨앗농장에서도 함께 하고 있으며 기회가 되면 약 100여 종까지 확대하여 우리 벼의 다양성을 복원하겠다는 의지도 보이셨습니다. 바이엘(Bayer)과 같은 글로벌 거대 종자 기업이 장악한 획일화된 시장에 맞서, 일일이 손으로 씨앗을 거두는 고단한 노동은 '효율'이 아닌 '생명'의 가치를 증명합니다. 고문님은 이를 단순한 노동이 아닌 "재미있는 삶의 과정"이라 표현하며, 공원에서 파크 골프를 치며 시간을 보내는 노년의 삶과는 대비되는 생산적이고 가치 있는 노년의 모델을 몸소 보여주고 계십니다.

 

도시와 농촌의 연대: 교육을 통한 이타심의 발현

우리씨앗농장은 도시 소비자들을 위한 살아있는 학교입니다. 농장을 찾는 다양한 시민들을 통해 토박이씨앗을 알리는 것을 넘어 자연속 농사의 풍경과 직접체험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단편적 경험이 아닌 삶의 태도에 대한 변화이기도 합니다. 안상희 고문 자신께서도 농장을 방문한 아이들의 변화와 반응을 통해 이 활동을 지속하려고하는 마음이 생기셨다고 합니다.

  • 세대 공감 교육: 초·중학교 텃밭 교육과 연 1,500명에 달하는 방문객을 대상으로 한 종자 교육은 도시인들에게 농의 가치를 전파합니다.
  • 도시 가족 농부: 약 10가정 단위로 운영되는 프로그램을 통해 도시 소비자들은 씨앗 뿌리기부터 수확까지 농사의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합니다.
  • 심리적 변화와 사회적 투자 수익: 수확한 양파를 나눌 때 "내가 안 가져가면 다른 사람이 더 가져갈 수 있다"고 말하는 아이의 이타심은 도시 농업이 줄 수 있는 최고의 '사회적 투자 수익(Social ROI)'입니다. 이는 소유에 집착하는 도시 사회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적인 처방이 됩니다.

독립성을 지탱하는 연대의 경제

정부 지원금에만 의존하는 모델은 외부 환경 변화에 취약합니다. 우리씨앗농장은 "1인 1,000원"의 마음을 모으는 것을 제안하는 것에서 시작해, 현재 3,000원과 5,000원 단위의 CMS 후원 시스템을 통해 자생력을 확보했습니다.

안상희 고문님은 이 사업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얼굴 두껍게" 후원을 요청하신다고 말씀하시지만, 그 안에는 후원자가 단순한 기부자를 넘어 '종자 주권의 수호자'로서 기능하게 만드는 심리적 연대 구조가 자리 잡고 있습니다. 약 1,500명에 달하는 후원자들은 한살림의 생산자와 소비자를 잇는 재정적 토대가 되어 농장의 독립성을 지탱하고 있습니다.

 

인천, 도시농부 그리고 연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도 2017년 이후 본격적으로 토종씨앗을 이어가기 위한 소모임활동이 시작되었고, 지속적으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씨앗냉장고를 구입하기 위해 토종배추모종을 함께 키워 판매하기도 했고, 다양한 종류의 씨앗들이 냉장고 안에서 나눔을 위해 보관되고 있기도 합니다. 안정적이지 않은 채종포와 도시농부라는 비 전업적인 조건안에서도 '토종씨앗'이라는 가치로 이어가고 있는 소중한 모임입니다.

 

우리씨앗농장을 방문하고 몇가지 고민되는 지점들이 생겼습니다. 첫째는 지원금 없이도 안정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공간의 '사회적 자산화' 또는 '시민 자산화'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입니다. 둘째는 더 활발한 연대활동의 필요성입니다. 한살림경인과 올해 도시농부학교를 시작합니다. 이를 계기로 '토종운동'이 괴산 우리씨앗농장 뿐만 아니라 도시안에서도 도시민들과 함께 할 수 있는 다는 인식을 줄 수 있고, 서로에게 필요한 것들은 연대로 채워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입니다. 셋째, 역시 공간이 가진 매력적인 힘과 영향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가치도 중요하고 홈페이지도 있을 수 있겠지만, 물리적인 공간을 찾았을때 주는 분위기와 영감, 그리고 자연이 주는 힘만으로도 큰 가치가 있다는 생각입니다. 잘 조성해놓은 공원이나 인위적인 정원에서 주지 못하는 농장의 분위기가 있습니다. 역동적인 농사활동과 그안에 사람들 그리고 함께 자라고 있는 토종작물을 봅니다. 겨울인데도 말이죠.

 

이런저런 생각들도 있었지만 '인천에서 토종활동을하는 도시농부들과 다시 방문하면 좋겠다.'는 마음이 자라났던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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