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원군농민회 초청의 날> 에 다녀와서

지난 1월 25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철원군농민회를 초청했습니다.
매년 모내기와 벼베기 시기가 되면 단체는 시민들을 모아 철원 통일논 행사에 참여합니다. 행사 때마다 직접 손모내기와 추수를 경험하고 평화 통일의 가치를 마음에 담습니다. 귀한 경험을 나눠주는 철원군 농민회를 초청해 도시농업을 소개하고, 보다 깊은 이야기를 듣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철원군농민회에서는 김용빈 조직교육위원장과 이광휘 농업위원장이 오셨습니다. 농한기가 아니면 걸음이 쉽지 않을 분들입니다. 올겨울 유난히 추운 날이 이어지는 가운데 얼마전 내린 눈을 트럭 뒤 가득 싣고 인천으로 달려오셨습니다.
이음텃밭, 해바람텃밭 방문
도시농업 현장을 보여드리고자 인천 송도 이음텃밭과 남동구 해바람텃밭 방문 일정을 잡았습니다.
이음텃밭에서는 활동가 두 분이 안내를 맡아 텃밭 안내와 활동 내용을 소개했습니다.
이음텃밭은 올해 7종의 토종벼를 길러 수확했습니다. 부지 한 켠의 넓지 않은 구역이지만 시민들에게 도심 속 토종벼가 자라는 논 풍경을 보여드릴 수 있었습니다. 논을 본 시민들이 쌀의 가치, 나아가 농촌 농업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짓고 있습니다. 김용빈 위원장 역시 철원 오대쌀을 생산하는 농민이라 논에 관심이 많습니다.
도농교류 행사를 통해 매년 관계를 이어오고 있지만 도시농업을 하는 이유에 대해 자세하게 얘기나눈 적은 별로 없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이번 방문으로 농민의 입장에서 도시농업 운동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농민이 들려주는 '철원농업, 통일농업' 이야기
단체는 25년부터 <도농교류지속위원회>를 조직해서 도농교류 활동에 대해 실무적인 논의를 이어 오고 있습니다. 철원군 농민회 초청을 앞두고 주제에 대한 의견을 모았는데, 모두가 공감하는 질문은 '통일' 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우리의 질문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정치·사회의 변화에 따라 통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는데 지금 통일은 어떤 의미와 당위성을 가지고 있을까?
우리는 미래세대에 어떤 말을 들려줘야 할까?
철원군농민회는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가
이와 더불어 철원군농민회에서도 '철원 농업'을 주제로 제안하여 두 개의 이야기로 농민 특강을 열었습니다.
먼저 이광휘 농업위원장이 소농의 현실과 도농교류 확대 제안을 했습니다.
소농의 입장에서 도농교류라면 도시 소비자와의 직거래가 현실적으로 가장 큰 과제입니다. 가락시장 같은 큰 도매 시장은 가격을 맞추기 어려운 구조다 보니 소농에게는 소비자를 직접 만나 직거래하는 기회를 안정적으로 갖는 것이 필요합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회원 네트워크가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으니 농산물 직거래 또는 나아가 콩과 옥수수 등 주요 작물에 대한 계약 재배의 가능성도 제시했습니다. 소비자는 좋은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고, 농민은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할 수 있으니 실현된다면 상호 이득이 되는 것입니다.
사실 인천에서는 농부시장 마르쉐나 금천의 화들장 같은 장터가 열린 적이 없습니다. 필요성은 느끼고 있으나 민간에서 뚜렷하게 주체가 만들어지거나 확대되어 이어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현재 1년에 한 번 인천시청 앞 광장에서 인천 지역 농특산물 직거래장터가 열리고 부평구에서는 24년에 '착한농부장터'를 매주 열기도 했습니다. 다만 활성화되지 못하는 것은 장터가 관 중심의 사업으로 운영되어 다양한 생산자를 연결하거나 농특산물 외의 문화적인 부분을 담지 못한다는 점이 큰 것으로 보입니다.
단체에서는 직거래가 성공하기 위해 농민회와의 접촉면을 넓혀서 '관계'를 만들어 가고 작은 시도라도 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습니다. 당장은 수익을 위해서보다는 서로 하나씩 만들어가보자는 것으로 이야기를 마무리했습니다.

이어 '통일 농업'을 주제로 김용빈 조직교육위원장이 발표를 시작하며 품에서 한반도 단일기를 꺼냈습니다. '통일은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말에 모두 웃음지었습니다.
이전에 철원은 노동당사와 땅굴을 상징으로 반공의 부정적인 이미지가 서린 곳이었습니다. 국내·국제 정세에 따라 통일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다가도 한순간 긴장감이 도는 양상이 반복되곤 했습니다. 철원군 접경지대 주민들은 이런 상황에 더 큰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반복되는 상황에 농민회를 중심으로 문제 의식이 생겼습니다.
통일은 누군가 갖다주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한다.
통일이 되었을 때 가장 먼저 마주칠 우리가 북의 주민들에게 살가운 인사라도 할 수 있어야 하지 않을까?
가장 먼저 노동당사 옆에 느티나무를 두 그루를 심었습니다. 통일이 되면 느티나무 그늘 아래 둘러 앉아 막걸리 한잔 하자는 염원을 담아서요. 이어 영화제와 통일 소원 쓰기를 통해 시민에게 통일에 대해 알리고 매년 6·15 남북공동선언 정신을 기억하는 행사를 하고 있습니다.
지난 2,000년, 북녘에 쌀 보내기를 가장 먼저 시작한 단체가 전국 농민회입니다. 농민으로서 할 수 있는 일이 생명을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40만톤의 쌀이 전국에서 모여 인천에서 배를 타고 북한의 해주로 넘어갔습니다. 이것이 북한에 쌀 보내기 운동의 시작이었습니다.
연 2회 철원군농민회에서 개최하는 통일모내기와 벼베기 행사는 철원 농민 스스로 통일에 대한 희망을 마음에 새기는 일이자 시민들에게 의미를 알리는 일입니다.
김용빈 위원장은 지난 12·3 내란의 밤에 국회의원들이 국회 담장을 넘어 계엄을 막아냈듯이 남북의 접경지에 사는 동서 지역이 서로 통일을 위해 보이지 않는 장벽을 넘고 선의의 경쟁을 하면 좋겠다고 강하게 요구했습니다. 그의 마지막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통일이 될까요? 안될까요?"
모두가 통일이 된다는 것에 손을 들었습니다. 주저하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학교에 가면 학생들은 안된다는 쪽에 손을 많이 든다고 합니다. 그는 자신있게 말했습니다.
"통일은 됩니다. 왜나면 될 때까지 할거니까."
우리의 질문에 대한 답은 명쾌하고 분명하며 심지어 시원했습니다.

2026년 도농교류사업 제안과 간담회
올해는 철원군농민회와 도농교류사업을 확대할 계획입니다. 제안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김충기 대표가 발표했습니다.
'통일쌀 프로젝트' 를 통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재정적 기반을 마련하는 것과 미래 세대에 통일과 논의 가치를 확산하는 것이 주요 목표입니다.
단체는 다음과 같이 제안했습니다.
1. 철원군 통일논에 토종벼 심기
: 재배지 일부에 오대쌀과 구별되는 토종벼 품종을 한반도 문양으로 심어 '통일쌀 프로젝트'의 상징성을 드러내고자 합니다.
2. 클라우드 펀딩을 통해 기금 확보 및 시민 참여 유도
: 펀딩에는 수확한 통일쌀을 소포장해서 증정하고 모내기 및 벼베기 참여권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펀딩으로 모은 수익금은 철원군
농민회가 지원하고 있는 재일본 조선학교의 후원과 도농교류 사업을 위한 기금으로 사용할 예정입니다.
3. 철원군 학교에 통일논 조성하기
: 인천의 학교논 모델과 같이 철원군 학교에 한반도 모양의 논을 조성하고 학생들과 토종벼를 재배하고자 합니다.
제안 내용에 대해 농민회는 무척 흥미로워했습니다. 몇 가지 논의할 사항도 있었습니다. 한반도 문양으로 토종벼를 심고 추수하는 것은 농민에게 있어 부담이 될 수도 있습니다. 토종벼 품종은 모판을 인천에서 내어 사전에 작업하고 나머지를 손모내기 행사에서 심는 것으로 협의했습니다. 추수의 경우 품종 관계없이 한꺼번에 베어 탈곡하면 자연스럽게 두 쌀이 섞여 더 특별한 제품이 되겠지요.
사방이 논인 철원군의 학교에 통일논을 조성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광휘 농업위원장도 처음에 의아해 했습니다.
농업 종사자가 고령화된 지금, 다른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고 철원군 역시 학령기 학생의 부모들이 농부를 직업으로 삼고 있는 경우는 드뭅니다. 작물을 키우고 돌보는 경험은 농촌이나 도시 학생 모두 드문 일입니다. 통일논학교를 통해 먹거리에 대한 인식과 통일의 의미, 지역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계기를 만들어줄 수 있다고 설명하니 위원장 역시 크게 동의했습니다.
앞으로 과제도 많지만 단체는 농민회와 함께 할 수 있는만큼 시도해 보기로 했습니다. 많은 시민이 관심을 가지고 참여하면 좋겠습니다.


즐거운 교류의 시간
모든 일정이 끝나고 늦게까지 즐거운 교류의 시간이 이어졌습니다. 비빔밥과 함께 인천에 오신 만큼 제철인 석화를 준비해서 맛있게 먹었습니다.
'경의선 타고' 라는 민중 가요를 아시나요? 작년에는 철원에 가는 버스 안에서 '농민가' 를 배워 함께 불렀는데요, 이번에는 모두 함께 통일의 의미를 담은 '경의선 타고' 를 신나는 율동과 함께 불러봤습니다.
'...평화가 넘쳐 반백년 분단의 장벽을 걷고 통일의 새 날을 여네...'
한 곡을 따라 추고 나니 땀이 흠뻑 납니다. 올 해 버스 안에는 이 노래가 흐를 듯 합니다.
모둠을 나누어 함께한 윷놀이도 즐거웠습니다. 영어를 쓰면 말을 하나씩 빼는 훈민정음 규칙을 넣었는데요, 이광휘 위원장은 이 시간이 제일 기억에 남았다고 합니다. 윷놀이의 재발견이었습니다.

이번 '철원군농민회 초청의 날'은 무엇보다 교류와 연대에 대한 희망, 통일의 희망을 발견한 자리였기에 의미있었습니다.
앞으로 5월과 10월에 철원군 통일논에서 모내기와 벼베기 도농교류 행사가 있을 예정입니다. 많은 분들이 참여하셔서 농업과 통일의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지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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