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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시대, 토종씨앗이 답이다 - 2026 도시농업의 날 토종씨앗 나눔행사

by 아메바!(김충기) 2026. 4. 13.

기후위기 시대, 토종씨앗이 답이다 🌱

2026 도시농업의 날 기념, 토종씨앗 나눔행사 현장 리포트

 

4월 11일 아침,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 교육실에 60여 명의 도시농부들이 모였습니다. 손에는 빈 봉투를 하나씩 들고서요. 창밖엔 봄볕이 가득했지만, 강단에 선 유형민 강사의 목소리엔 묵직한 위기감이 담겨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 농업은 기후위기 앞에 너무 취약합니다."

'토종으로 만나는 도시농부'라는 슬로건 아래 열린 이번 행사. 단순한 씨앗 나눔 행사가 아니었습니다. 기후 격변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농업의 미래를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그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는 자리였습니다.

 

지금 우리 농업, 어떻게 무너지고 있나

기후위기가 농업을 위협한다는 말,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장의 숫자는 냉혹합니다.

  • 창가 온도 34도 → 배추 모종 고사, 4차례 재파종
  • 6~7월 불규칙한 강우 → 옥수수 알이 차지 않는 불임 현상
  • 폭염과 가뭄 반복 → 들깨 모종 고사, 토란잎 타들어 감

문제는 단순히 날씨 탓이 아닙니다. 현대 관행 농업 시스템 자체가 기후 스트레스에 극도로 취약한 구조라는 데 있습니다.

유전적으로 획일화된 개량종 종자, 화학비료와 농약에 의존한 단작, 화석연료를 대량 소비하는 하우스 재배… 이 악순환의 고리는 기후위기를 심화시키는 동시에, 스스로도 기후위기에 의해 무너지고 있습니다.

왜 지금 '토종씨앗'인가?

토종씨앗은 그냥 오래된 씨앗이 아닙니다.

수백 년간 이 땅의 가뭄과 홍수, 혹한과 폭염을 견뎌내며 살아남은 종자입니다. 그 유전자 안에는 과거의 기후위기를 극복한 생존 정보가 고스란히 새겨져 있습니다.

이날 특히 주목받은 건 **영천 불콩(SD7250)**이었습니다. 2017년 보성사 토종농부로부터 수집된 이 콩은 푸른 바탕에 군청색 무늬가 섞인 오묘한 외형이 특징입니다. 2022년부터 전국으로 퍼지기 시작해, 현재는 기후 적응력의 살아있는 증거로 꼽힙니다.

강화 지역의 토종도 빛났습니다.

  • 강화푸른밤콩(SD6528) — 달고 찰진 맛이 일품인 밥밑콩
  • 강화메주콩(SD6524) — 단맛이 좋고 비린내가 없는 우수 품종
  • 토종 메주콩(SD9914) — 손으로 주물러도 메주 모양이 잡힐 만큼 찰진 것이 특징 (발로 밟아야 겨우 뭉쳐지는 개량종과는 비교 불가!)

우리 민족이 콩을 '태(太)'라 부르며 8품종 이상을 재배해온 역사는 1103년 『계림유사』에도 기록되어 있습니다. 서양보다 훨씬 앞선 콩 농사의 역사, 토종씨앗은 그 자부심의 증거이기도 합니다.

 

옛 농서에서 찾은 기후 대응법

놀라운 건 기후위기 대응책을 최신 기술이 아니라 조선 시대 농서에서 찾았다는 점입니다.

**연팽술(軟膨術)**은 풀, 짚, 두엄을 땅속에 묻어 토양을 부드럽게 만드는 기술입니다. 토양의 '떼알구조'를 형성해 뿌리 생육을 돕고, 가뭄 저항력을 극대화합니다.

**구종별법(區種別法)**은 박지원의 『과농소초』에서 나온 방법으로, 가을에 말뚝을 박아 구멍을 만들고 봄에 그 자리에 숙토를 넣어 씨를 뿌리는 방식입니다. 척박한 밭에서도 높은 수확을 가능하게 합니다.

이 전통 농법이 오늘날 도시농업에선 이렇게 응용됩니다:

고추·토마토 직파 시 페트병을 씌워 냉해를 막는 미니 온실 효과를 내거나, 완두콩 싹을 새 피해로부터 보호하는 데 활용!

오래된 지혜가 현대의 기후 문제를 풀어내고 있는 셈입니다.

 

3년의 도전 끝에 적응한 강화오이

이날 가장 인상적인 사례는 **강화오이(SD0544)**였습니다.

3년 전만 해도 폭염과 과습 앞에 속수무책이었습니다. 하지만 농부가 꾸준히 씨를 받아 다시 심기를 반복하자, 오이는 서서히 환경에 적응해 나갔습니다. 2025년 7월엔 길이 40~45cm, 무게 최대 2kg짜리 당당한 오이를 수확했습니다. 특유의 쓴맛은 장아찌로 담그면 자연스럽게 사라지고, 두툼한 살이 훌륭한 식감을 만들어냅니다.

이것이 토종의 힘입니다. 적응하고, 살아남고, 다음 세대에 그 기억을 넘겨줍니다.

 

탄소 잡는 도시 텃밭

섞어짓기, 사이짓기, 돌려짓기를 실천하는 도시 텃밭은 단순히 채소를 키우는 공간이 아닙니다. 그 자체가 탄소를 흡수하는 생태 공간입니다.

가을이나 봄에 호밀·밀·보리 같은 녹비작물을 심는 '덮개 농사'는 땅을 갈지 않는 무경운 농사와 결합해 탄소를 땅속에 가두고 미생물 생태계를 살려냅니다.

『임원경제지』의 4단계 김매기(모으기→펴기→북돋기→손질하기)도 재조명됐습니다. 제대로 된 김매기 한 번이 비료 한 번 주는 것 이상의 효과를 낸다는 것, 이미 수백 년 전에 알고 있었던 지혜입니다.

 

씨앗 한 알이 연대의 시작

행사가 끝날 무렵, 참가자들의 손엔 처음보다 묵직해진 봉투가 들려 있었습니다.

토종씨앗 한 알을 나누는 건, 수백 년의 생존 지혜를 함께 나누는 일입니다. 내 텃밭에서 씨를 받아 이웃에게 건네는 그 작은 몸짓이, 결국 기후위기에 맞서는 가장 근본적인 대응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선택이 미래의 기후를 결정한다."

오늘 나눈 씨앗들이 이 땅에서 깊이 뿌리내리길, 그리고 우리의 식탁과 기후를 함께 지켜내길 바랍니다. 🌱

 

 

한편, 이번 행사는 토종씨앗도서관을 운영중인 인천업사이클에코센터, 2018년부터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동아리로 활동하며 토종학교를 운여하는 씨앗이음, 인천시가 조성하고 운영중인 텃밭교육 견학 체험을 하는 생태전환교육의 장인 해바람텃밭, 오랫동안 토종농사를 지으면 씨앗나눔을 하고 있는 소자농 그리고 인천의 도시농업을 실천하며 교류하고 정책활동을 하는 6개 단체가 연합되어 활동하는 인천도시농업시민협의회가 함께 준비하고 운영했습니다.

 

[사진 더 보기] https://photos.app.goo.gl/iQDqRBdydiHsJy5N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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