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며 : 성실한 나라의 환경지킴이
장마가 시작되고 비가 얼마 내리지 않은 시점에 올 장마가 끝났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리곤 기나긴 폭염이 지속되었지요. 장마때 물이 모이지 못해, 논의 물은 바짝바짝 말라갔고, 작물들은 힘겹게 물을 찾아 뿌리를 뻗으며 자리를 지켰습니다. 그리고 반가운 비소식이 왔습니다. 하지만 중간은 이제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요? 이곳저곳에서 집중 폭우가 지속되고, 침수와 산사태, 홍수, 벽 붕괴 등의 뉴스들이 들립니다. 더 이상 하늘의 의중을 알아차리기 어려운 상황 속에서, 기후위기는 우리들의 발끝 앞까지 와있다고 실감합니다. 오목눈이 기자는 환경을 지키기 위해 텀블러를 쓰고, 분리수거도 꼬박하고, 채식도 오랫동안 해왔는데 말이지요. 심해지면 심해졌지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현 상황을 보면 무엇이 문제인 것인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7월의 시작,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는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어라>의 저자 이송희일 감독님을 모시고 기후-생태위기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전망을 들어보는 특강을 진행했습니다. 도시농부로서, 기후위기를 실감하는 지구인으로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곳에 무슨 일들이 벌어지고 있으며, 기후위기의 원인에 대해, 그리고 기후생태위기를 근절해나갈 대안적 방향성에 대해 고민해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습니다. 두 시간가량 펼쳐졌던 이송희일 감독님의 강연은 통해 '성실한 나라의 환경지킴이'었던 오목눈이 기자는 조금 더 넓고 깊게 기후생태위기를 바라보는 시야를 가지게되었는데요. 저만 알 수 없겠죠! 요목조목 강연내용을 정리해보았습니다.
1. 기후생태위기, 2018년을 기억하라!
우선 ‘기후생태위기’, ‘기후재난’ 등의 말이 언제부터 우리 앞에 등장했는지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 2018년을 기억해야합니다.
첫 째, 2018년은 남반구가 겪을 대로 겪었던 기후비상사태가 북반구에 본격적으로 들이닥쳤던 해입니다. 이전까지 기후위기는 남반구만의 일이라고 인식되었습니다. 80년대 이미 태평양 섬 국가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고통 받고, 아프리카는 가뭄으로 가축의 90퍼센트 이상이 죽어나가는 실정이었습니다.
국제 연구기관 아워월드인데이터가 1750년부터 2021년까지 전 세계 각국의 이산화탄소 누적배출량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아프리카 전체 탄소 누적배출량은 2.8%이었습니다. 또한 유엔 사무총장 안토니우 구테흐스가 태평양 섬나라 통가에서 열린 포럼에서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평양 섬 국가들의 탄소 누적배출량은 0.02%에 불과합니다. 미국과 유럽, 한국을 포함한 동아시아 국가들의 탄소 누적배출량이 90퍼센트 이상이지만 어느 국가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북반구 지역에 폭염과 가뭄 등의 기후위기 현상들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언론 곳곳에서 기후비상사태, 기후위기라는 용어를 사용하기 시작했고,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번째로 2018년은 스웨덴의 그레타 툰베리를 선두로 청소년 기후운동이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 증가를 했던 해입니다. 툰베리는 2018년 8월 앞으로 우리 세대가 살아나가야 할 세상을 기득권과 기성세대들이 망쳐놓았음을 비판하며 국회 앞 학교파업시위를 진행하였습니다. 이는 전 세계에 퍼져나갔고, 후년 청소년 수 백만명이 기후정의를 위한 학교 파업에 동참하게 됩니다.
정리하면 기후위기라는 용어는 2018년, 북반구의 기후생태 심각성 인지와 청소년 기후운동의 폭발적 증가를 경유하며 나타났습니다. 강연에서 감독님은 기후위기라는 용어의 등장에는 북반구의 ‘위선’이 살짝 섞여있음을 꼬집었습니다.
2.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가 상승하면 대기 중 수분이 7퍼센트 증가한다.’
감독님께서는 기후생태위기가 불러온 재앙 중에서도 물 재난과, 불 재난의 형태를 설명해주셨습니다. 기후재난을 이해하려면 ‘지구의 평균기온이 1도 상승하면 대기 중 수분이 7퍼센트 증가한다’는 말을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건 지구 전체 지표면의 ‘평균 온도’가 1도 올라갈 때를 말한다는 것입니다. 그럼 그렇게 높아진 온도에서 수분이 7퍼센트 증가한다는 것은 무엇을 이야기 하는 것일까요? 예를 들어 특정 지역에 폭염과 가뭄이 일어나면 수분은 수증기가 되어 증발하게 됩니다. 여기서 대기 중의 수분이 기온 1도당 7퍼센트 증가하기 때문에 점점 더 무거운 구름이 됩니다. 그 결과 이 물을 떨어뜨려야하는데, 어디에, 어느 정도의 양으로 떨어뜨릴지 알 수 없는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물 폭탄처럼 특정지역에 주르륵 떨어뜨리게 되는 이 현상을 ‘돌발홍수’라고 표현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2023년 충북 오송의 지하차도가 폭우로 침수되는 참사가 있었고, 같은 해 전 세계 가장 건조한 지역인 미국의 데스벨리에 천년에 올까 말까한 폭우로 인해 돌발홍수가 발생했습니다. 스페인 남동부 지역에서는 지난해 10월, 오랫동안 가뭄에 시달리다가 8시간동안에만 1년치의 평년 강우량이 쏟아져 지역이 마비되고 많은 인명피해가 발생했습니다.
202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는 대홍수가 발생했습니다. 그리고 올해 1월, 극심한 가뭄상태를 유지하다가 미국 역사상 가장 큰 산불이 발생하였습니다. 올해 3월, 우리나라 경북 의성에서도 대규모 산불이 발생했습니다. 3월임에도 25-28도를 넘나드는 온도였고, 평년의 1/5도 비가 오지 않았습니다.
한쪽에서 물 재난이 발생하면 또 한쪽에서는 불 재난이 발생합니다. 극단적 홍수 다음엔 극단적 가뭄이 번갈아 옵니다. 극심한 더위는 산불과 가뭄을 만들고, 이러한 고온현상은 폭풍과 대기 중 수증기 양을 증가시켜 홍수로 연결됩니다. 이렇게 번갈아 재난이 찾아오는 현상을 ‘기후 채찍질’이라 부릅니다.
3. 산업화, 자본주의의 발달이 우리에게 가져다 준 것
지구 역사상 기후변화는 고생대, 중생대, 제3기, 제4기, 변화 반복하며 지금까지 이어져왔습니다. 지구의 기후변화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 하지만, 최근 100년 정도의 시기를 홀로세가 아닌 새로운 지질시대로 명명해야한다는 논의가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왜 ‘인류세’, ‘자본세’, ‘플렌테이션세’ 등의 이름을 붙이자는 논의가 진행되는 것일까요? 이는 산업화 이후 인류 활동이 원인이 되어 기후변화가 급격히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 이후 화석연료의 사용의 증가는 지구 기온의 상승을 불렀습니다. 그런데 1980년부터 유독 지구 기온이 가파르게 상승하게 됩니다. 80년대에 들어서 한국을 비롯한 동아시아 국가가 본격적으로 산업화 대열에 진입하기 시작하였고, 미국, 유럽에는 파업으로 인한 임금상승과 환경규제, 오일쇼크 여파를 피해 아시아로 건너가 제조업을 외주화 했습니다. 그 결과 세계화가 이루어졌습니다. 항공 산업은 성행하고 신자유주의의 도래로 무역과 금융 등의 규제는 풀어졌습니다. 자연은 속속들이 수탈되어 상품화 되었습니다. 그 결과 온실가스 배출량은 급격히 늘어나고, 생태계는 파괴되었습니다.
또한 산업화와 자본주의의 발달은 또한 정치 지형도의 변화를 불러일으킵니다.
파시즘과 극우세력의 지지도를 보면 1920년대 무솔리니 이탈리아를 시작으로 파시즘의 인기가 상승합니다. 그 뒤로 나치가 이어지고. 2차 세계대전이 되면 정점을 찍습니다. 그러나 이후 쭉 떨어지는 양태를 보입니다. 그런 이들이 80년대부터 조금씩 다시 인기를 얻게 됩니다. 80년대 신자유주의의 도래로 복지, 의료, 교육 등의 분야들이 민영화 되고, 청년, 노년층을 비롯한 저소득층의 삶은 힘겨워집니다. 그들의 좌절과 분노는 극우, 기독교 세력의 형성에 기여하게 됩니다. 현재 2차 세계대전 나치가 얻었던 지지도를 다 회복하였습니다. 자본주의 경제체제 내에서 발전한 신자유주의는 가난을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게 하였고, 이 체제 안에서 시민들은 생계와 안전을 떠맡으며 각자도생하였습니다. 이에 따른 분노는 파시즘, 극우세력에게 힘을 실어주었으며, 우리의 공공성은 점차 훼손되었습니다. 그 결과 폭력과 혐오로 인한 파괴적 행태들이 정당화 되었으며, 기후위기로 인한 다양한 재난들은 개개인의 몫이 되었습니다.
4. 타노스가 나타나 생명의 절반을 없앤다면 기후위기는 해결될까?
산업혁명 이후의 인류의 활동이 기후위기를 급격하게 가중시켰으니, 인류의 절반이 사라진다면 이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까요? 지구는 태양에서 받은 열을 대기에서 1차로 튕겨내고, 북극과 남극의 얼음이 2차로 튕겨냅니다. 이때 이산화탄소가 많아지면 튕겨나가는 열을 우산처럼 가둬 못 빠져나가게 만듭니다. 이산화탄소는 짧게는 수 백년, 길게는 만년까지 수명이 유지되고, 어딘가 흡수되지 않으면 계속 대기 중에 남아 지구의 열을 잡아둡니다. 지금부터 인구 절반이 사라지더라도, 탄소배출을 0로 만든다고 하더라도, 기존에 있던 이산화탄소들이 대기 중에 있는 한, 지구는 계속해서 뜨거워질 수밖에 없습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COP 기후협약이 이루어졌습니다. 금세기 말까지 지구 평균기온을 산업화 이전과 비교하여 1.5도 상승으로 끊어보자는 것이 내용이었습니다. 모든 기후담론의 표준이 1.5도로 맞춰졌습니다. 그러나 5년이 지난 2020년 이미 1.2도가 넘었고, 2024년에는 1.5도를 넘기게 됩니다. 티핑포인트란 넘어서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이 붕괴되어버리는 지점을 말합니다. 열대우림이 사라지고, 영구동토가 녹고 있습니다. 모든 티핑 포인트를 넘어섰을 때, 그때부터는 과학자들의 추정치는 무의미해집니다.
이산화탄소 농도의 변화를 보아도 문제는 심각합니다. 찰스 데이비드 킬링박사는 1958년 인류 최초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측정합니다. 매년 하와이 마우나 로아 관측소에서 킬링박사는 이산화탄소 농도를 발표합니다. 1958년엔 315ppm 정도였습니다. 그리고 계속해서 농도는 올라갔습니다. 이산화탄소 농도가 350ppm을 넘으면 인간은 지구에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1988년 350ppm을 돌파하였고, 2025년 430.5ppm에 도달하였습니다. 현재, 아들 랄프 킬링이 이 업무를 이어받아 기후위기의 심각성을 입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달 1일 미국 국립해양대기국은 의회에 제출한 예산안에서 마우나 로아 관측소 폐쇄계획을 밝혀 탄소측정이 단절될 위기에 놓였습니다.
인간과 생명체가 살아가기 위해 생태적인 한계, 자연조건이 있습니다. 이 조건을 학자들이 9개로 나누었는데, 이를 지구위험한계선 또는 행성경계라고 합니다. 9개의 조건 중 하나가 기후변화입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기후위기가 아니라 기후/생태위기라고 명명해야하는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탄소중립이 해결되면 기후위기가 끝날 것이라는 탄소환원주의적 사고는 더 큰 조건들을 놓치게 만듭니다. 오존, 대기, 생물다양성 등을 우리는 함께 고려해야합니다. 현재 9개중 3개정도를 남기고 나머지들은 결계가 무너져 내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인류에 가장 빨리 치명적으로 다가올 수 있는 부분은 생물다양성의 파괴입니다. 이는 우리가 먹고사는 문제와 가깝게 맞닿아있기 때문입니다.
5. 화석연료를 먹고 자란 기후생태위기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에너지원으로 사용되는 화석연료를 근절하고, 재생에너지로 갈아타야 합니다. 하지만 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화석연료 기업은 정부 보조금을 받고, 다른 국가에 발전소를 지어 타국의 자연환경을 파괴하고 있습니다. 재생에너지가 증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이 말에 현혹되어선 안 됩니다. 화석연료를 결국 근절해나가는 것이 함께 이루어지지 않으면 에너지 자체 사용량만이 증가될 뿐입니다.
또한 에너지원의 전환과 더불어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토지이용을 변화시켜야합니다.
식물, 풀, 나무 이산화탄소를 빨아들여 자신들의 몸집을 키웁니다. 남은 탄소는 뿌리를 통해 땅속 미생물들에게 보내집니다. 미생물들은 이를 분해하여 유기물을 만들고 흙은 비옥해지며 탄소는 계속 흙에 머무르게 됩니다.
벌목은 탄소를 대기 중에서 풀려나오게 합니다. 이산화탄소를 지구상에서 가장 많이 흡수하는 것이 열대우림이었으나, 열대우림의 과도한 개발로 현재 바다가 1순위로 바뀌었습니다.
“농사를 짓는 것은 어찌되었든, 우림을 파괴하는 것과 달리 식물을 심는 일 아닌가요? 그럼 탄소를 흡수하는 일 아닌가요?”라고 반문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1차 세계대전 이후 등장한 자본주의 농법의 구조는 전통소작농법으로 이루었던 양분 순환의 고리를 끊어내고, 화석연료를 모든 방면에서 투입하며 탄소배출을 증가시키는 기후생태위기의 주요 원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자본주의 농법을 설명하기 위해 화학자 프리츠 하버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프리츠 하버는 인류역사상 처음으로 인위적으로 질소를 고정하는 방법을 발명하였습니다. 이는 화학비료의 원형이 됩니다. 또한 프리츠하버가 개발한 염소가스는 최초의 살충제의 원료가 됩니다. 마지막으로 그는 탱크 모양을 닮은 최초의 트랙터를 개발합니다.
자본주의 농법의 흐름을 이야기해봅니다. 인위적으로 만든 질소비료를 투여해 대규모 경작을 합니다. 이때 화학비료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화석가스가 필요합니다. 자본주의 시스템 안에서 이윤을 최대화하기 위해 대량 단작시스템으로 농사가 이루어지고, 대량 화학비료를 사용하니 작물들의 면역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때 살충제를 사용합니다. 대부분의 살충제는 석유를 원료로 사용합니다. 넓은 지대를 빠르고 편하게 관리하기 위해 트랙터를 통해 경운을 합니다. 트랙터를 통해 경운을 하게 되면 흙속 미생물들의 터전이 파괴되고, 흙은 점점 단단해집니다. 그리고 잡혀있던 탄소들은 풀려나게 됩니다. 트랙터를 쓰기위해 석유를 사용합니다.
이렇게 본다면, 자본주의 농법에서는 콩 1키로 생산을 위해 적게는 3키로 많게는 7키로 화석연료를 투입해야하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더 나아가 식량 자급률이 낮거나, 식량주권이 날아간 국가의 경우 작물을 타국에서 싣고 오기위한 화학에너지 사용이 불가피하며, 안전한 먹거리에 대한 타격을 받게 됩니다.
자본주의 농법의 최전방에는 녹색혁명이 있습니다. 냉전시기, 개발도상국의 식량난, 빈곤문제를 공산주의 확대의 원인으로 본 미국은 이를 막기 위해 녹색혁명을 착수합니다. 녹색혁명은 자본주의식 농법을 전통농법 대신 인도, 필리핀, 나아가 아프리카 대륙에 적용하였습니다. 또한 녹색혁명은 유전자조작을 통해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작물을 단작하여 생산량을 높이려한다는 특징을 가집니다. 대규모단작을 기반한 녹색혁명은 영양이 높은 다양한 곡물을 생산하기보다 전체 생산량만을 늘리는 데에 목적을 둡니다. 하지만 화학 물질을 토양과 작물에 투여한 결과 토심을 잃게 되었으며, 농업생태계가 파괴되었습니다. 또한 화학비료와 살충제, 그리고 기계 의존적 농법은 토착 소농민의 생계유지를 위태롭게 만들었고, 전통농법의 기반을 무너뜨렸습니다.
6. 기후생태위기, 개인이라는 감옥에서 벗어나라
탄소발자국이란 용어를 아시나요? 이 단어는 영국의 BP(British Petroleum)라는 석유기업이 처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자사의 홍보 일환으로 개인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인식할 수 있도록 유도하였습니다. 그리고 탄소발자국 줄이기 운동은 전 세계로 퍼져나가 이메일 지우기-디지털탄소다이어트 라는 캠페인 등으로 우리나라에 등장했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이메일을 지우기 위해 다시 전원버튼을 누르고, 에너지를 줄이기 위해 에너지를 써야하는 개미지옥 안에 빠졌습니다. 한 편에서는 화력발전소가 세워지고 있었는데 말이지요. 불을 지르는 방화범을 추적하고, 못 지르게 해야 하는데, 끊임없이 기업을 포함한 기득권세력은 기후위기의 책임을 개인의 발자국 형태로 전가하고 있습니다. 이를 외부화라고 합니다. 기업이 영리활동을 통해 발생되는 생태적인 기후적인 오염을 자연에, 대기에, 바다에 시민들의 선량한 마음에 버리는 것입니다.
세계 100대 기업이 전체 온실가스 배출 중에 대략 71퍼센트를 배출합니다. 그 중에 2/3가 화석연료 기업입니다. 한국 경우 상위 10대 그룹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국내 전체 배출량의 36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인구 전체 중에 소득 상위 1퍼센트가 전체 탄소 배출량 중에 17퍼센트를 배출합니다. 그리고 소득 상위 9퍼센트가 31퍼센트를 배출합니다. 상위 소득 10퍼센트가 전체 탄소배출 중에 절반을 배출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장 빨리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이들이 탄소를 토해낸 만큼, 돈을 토해내도록 조세제도를 바꾸는 것입니다.
2023년 미국의 버몬트 주 역사상 어마무시 홍수가 발생했습니다. 버몬트 시민들은 기후슈퍼펀드 제도를 통해 이 사태에 대응했습니다. 기후재난 발생에 따라 지출된 모든 비용을 화석연료기업 등 관련한 모든 곳에서 물리도록 하는 법안입니다.
2022년 독일에서는 9유로 티켓 실험을 하였습니다. 9유로 티켓은 9유로를 내면 독일 전역에서 운행되는 버스와 기차를 자유롭게 탈 수 있는 티켓입니다. 이 실험의 결과 월 평균 60만톤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게 되었고, 대기질은 7퍼센트 향상되었습니다.
코로나기간과 우크라이나 전쟁 기간에 이득을 얻은 화석연료 기업 등의 초과이윤을 가져와 진행한 스페인 기차 무상화 실험 역시 비슷한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독일과 스페인의 사례는 경제 불평등을 완화시키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정책은 에너지와 온실가스를 줄이는 효과를 함께 가져온다는 사실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7. 재생에너지를 공공에너지로!
가장 수도가 깨끗한 나라인 덴마크는 시민들 누구나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도록 주민조례를 통해 300미터 이내에 공공 급수대 설치가 의무화 되어있습니다. 그럼 텀블러 하나만 가지고 다녀도 어디서든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구조가 아닌 상태에서 환경을 위해 텀블러를 가지고 다니기를 강요하는 모습은 어딘가 아이러니합니다. 물을 모든 시민이 공유할 수 있도록 공공재로 탈 상품화하는 것은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기후생태위기를 근절하기 위해 중요한 움직임이 됩니다.
우루과이는 2008년 수입에 의존하는 에너지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 풍력, 수력 등 재생에너지를 공공재로써 기능하게 하였습니다. 민영이 아닌 국영기업을 중심으로 에너지 전환을 추진한 것입니다. 현재 100퍼센트 국내 에너지를 통해 자급자족이 가능하며 수출도 하고 있습니다. 태양과 바람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물어볼 때입니다. 한국의 태양열, 풍력 에너지는 90퍼센트 이상의 민간과 외국자본이 사유화하고 있습니다. 가장 빨리 화석연료를 퇴출시킬 수 있는 방법은 에너지의 공공화입니다.
2025년 6월 27일부터 7월 27일까지 공공재생에너지법 5만 국민동의청원이 진행되었고, 7월 25일 5만명 기준을 달성하였습니다. 석탄화력발전소 폐쇄에 따른 노동자의 삶의 전환과 재생에너지의 공공성 확대 내용을 담은 공공재생에너지법은 화석연료에너지에서 재생에너지로의 전환, 기후생태위기 근절의 커다란 행보로써 우리 모두가 자원에너지의 주인 될 수 있음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었습니다.
마치며 :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라고?
이송희일 감독님의 책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춰라>에 등장하는 ‘춤’의 의미를 이야기하며 마치려합니다.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은 1972년 10월 네덜란드 시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춤을 추며 [아이들을 그만 죽여라]라는 이름의 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매년 수 백명의 아이들이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자 시민들이 도로의 주인은 자동차가 아니라 ‘사람’이라고 목소리 냈던 것입니다. 결국 네덜란드는 시민의 요구에 응하였고, 무려 자전거 이용률 35-45퍼센트를 차지하는, 도로의 주인이 사람인 국가가 될 수 있었습니다.
꼭 춤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자동차, 자본은 춤을 추지 못합니다. 오로지 인간, 자연 생명체만이 춤을 출 수 있지요. 감독님은 책에서 ‘춤’ 그 자체로 생명의 증언이기 때문이라 말합니다. 기후위기란 결국 ‘춤추지 못하는 것들, 죽은 것들, 자본과 권력이 세계를 지배하면서 발생한 궁극의 비상사태’인 것이지요.
이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지 똑바로 질문해야합니다. 우리는 죽어있는 것들이 권력을 가진 세상 앞에, 이 땅의 주인이 진정 우리임을 상기시키며 저항의 춤을 추어나가야 합니다.
시간 관계상 대안의 두 번째 방향인 도시농업의 실천들을 자세히 듣지 못했지만, 이는 앞으로 도시농부들이 함께 찾아보고 우리들만의 춤사위를 고민해봐야 할 실천과제의 영역이 아닐까 합니다.
성실한 나라의 환경지킴이 오목눈이 기자는 본 특강을 통해 조금 더 넓고 깊게 기후생태위기의 현주소와 심각성을 직면했습니다. 또한 이 시대에 제가 물어야할 질문과 저항해야 할 타깃을 내 안에서 눈을 돌려 새롭게 설정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는 저만의, 그리고 우리만의 춤사위를 찾아 길을 나설 차례입니다. 둥글게 둥글게 그 여정을 함께 해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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