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올 듯 말 듯 하늘이 준비를 마칠 즈음, 농부는 부랴부랴 준비를 합니다.
하지감자를 캐는 일을 말이지요.
만수마을이음텃밭의 참여 단체들도 6월 21일 하지에 함께 모여 감자캐기를 진행했습니다. 만수동 주민인 ‘오목눈이’ 기자가 빠질 수 없지요! 오늘은 사진촬영을 도와줄 짝꿍 ‘청둥오리’씨와 함께 만수마을이음텃밭으로 총총 걸어갔습니다. 감자캐기 및 교류의 시간을 함께 하며 그날의 정겨운 풍경을 담아보았습니다.
이곳저곳 동글동글한 모양이 많은 만수마을 이음텃밭입니다. 만수마을이음텃밭에는 총9개의 단체가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메바(인도농 김충기 대표)의 밭을 시작으로 남동도시농업네트워크, 예꿈마을 지역아동센터, 도시농업전문가과정 동기모임인 스배자(9기 - 스스로 배우는 자연농 학교)와 온새미로(12기), 만수종합사회복지관, 인천여성회, 와글와글작은도서관, 장수초 학부모회가 텃밭을 가꿉니다.
만수마을이음텃밭은 오로지 하늘물로 작물을 키웁니다. 하늘물이란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 즉 빗물을 말하는 것입니다. 하늘물로 농사를 짓는 일은 자원의 순환을 돕는 일입니다. 지붕을 타고 빗물이 내려오면 아래에 큰 빗물저금통을 연결하여 빗물을 모읍니다. 그리고 그 빗물은 다시 작물을 기를 때 땅으로 들어가게 되는 것이지요. 땅으로 들어간 물은 땅에 머물다가, 지하수로 흐르고, 증발하여 다시 공기 중의 수분이 되며, 또 다시 하늘의 물이 됩니다.
만수마을이음텃밭은 화학비료와 화학농약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만수텃밭 곳곳에는 벌들과 나비들이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꽃가루를 옮깁니다.
만수마을이음텃밭은 마당이 있습니다. 밭공간으로 사용하면 더 많은 수확량을 얻을 수 있지만, 만수텃밭은 공공성의 회복, 마을 구성원들 간의 관계맺음이라는 가치에 더욱 초점을 맞춥니다. 마당은 함께 먹고 마시며 수다를 떠는 공간, 아이들이 뛰노는 공간, 다양한 세대가 서로의 벽을 허물고 소통하는 공간이 됩니다.
오후 4시 즈음 만수마을이음텃밭의 구성원들이 마당에 하나둘 모이기 시작합니다. 그리고는 동그랗게 놓인 벤치에 둘레둘레 앉아 소개의 시간을 가집니다.
소개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감자캐기가 시작되었습니다. 여기저기에서 환호성이 터져 나왔습니다. 올망졸망 감자들이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호미로 살살 파내지 않으면 감자가 찍히는 불상사가 생깁니다. 이곳저곳에서 “아이쿠! 또 호미로 감자 찍었다..!!” “우와 지렁이 엄청 크다!” 탄성이 들립니다.
좋은 땅에는 지렁이들이 삽니다. 지렁이의 분변은 땅이 숨 쉴 수 있도록 만듭니다. 그리고 좋은 영양소를 땅에 제공합니다. 감자를 캐며 참여자 분들 모두 ‘지렁이 반 감자 반’이라며 농담을 하십니다.
‘오목눈이’도 감자캐기를 함께 했습니다. 옆으로 가려고 두둑을 밟았는데, 아이쿠 이런, 복지관 어르신께 한소리를 들었습니다. 감자를 다 캐고나면 고구마를 심어야하는데, 두둑을 잘 올려놔야 한다고, 밟으면 안 된다구요. 저는 감자를 캐는 것에만 정신이 팔려있었는데, 어르신분들은 그 다음을, 다음에 우리가 또 함께할 무언가를 계획하고 계셨습니다. 부지런히 다음을 준비하며 밭을 가꾸고 아끼는 분들이 있기에, 마을의 누구든 놀러와 편히 쉬고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만들어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크고 작은 감자들이 담긴 바구니가 여러 개 나왔습니다. 감자캐기 프로그램이 끝나고 캔 감자를 찌고, 전을 부치고, 각각이 준비해온 떡볶이, 김밥, 수박, 전통주 등을 나누며 식사와 교류의 자리를 가졌습니다.
한 선생님께서는 풍선을 가져와 재미있는 풍선아트를 해주시기도 했습니다. ‘청둥오리’씨는 카메라를 내려놓고 아이처럼 풍선아트에 빠졌습니다. ‘이봐, 우리 취재하러 나온거야..!’ 눈치를 줬지만, 들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만수마을이음텃밭 참여 단체 곳곳에는 도시농업전문가과정 수료생들이 포진되어있는데요. 최근에는 14기를 수료한 저 ‘오목눈이’가 밭 일손이 부족한 예꿈마을지역아동센터 텃밭을 함께 도와 관리하기로 하였습니다. 감자캐기 행사에서 처음으로 전문가과정 12기인 선생님들께 인사를 드렸습니다. 선생님들께서 “우리 텃밭 나올 때 오목눈이씨도 오세요~!”라고 하셨어요. 아뿔싸! 그런데 예꿈마을지역아동센터 선생님은 전문가과정 9기셨네요. “그럼 저 나올 때 12기, 14기 다 나오세요~!”라고 하십니다. 한바탕 웃음바다가 되었습니다.
즐거운 식사자리가 끝나고 어느 분들은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기도 하고, 또 다른 분들은 밭 정리를 하기도 했습니다. ‘오목눈이’와 ‘청둥오리’씨는 예꿈마을 텃밭을 재조성 하기로 했는데요. 주변 선생님들께서 슬며시 오셔서 조언을 해주셨습니다. 퇴비를 넣고 섞을 때의 요령, 낙엽을 푹신하게 깔아야 하는 이유 등. 무엇보다도 직접 해보면서 시행착오를 겪어 보는 게 중요하다는 말이 제일 와 닿았습니다.
각자의 텃밭이 있지만, 한데모여 서로가 서로에게 배움이 되며, 도움을 주고, 즐거움을 전합니다. 서로의 재능을 스스럼없이 나눕니다. 그리고 그 보답은 또 다른 재능으로 돌아옵니다. 만수마을 이음텃밭은 마을의 모든 구성원들이 어우러지고, 연결되는 공간입니다. 행사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가는 중 사진촬영을 했던 ‘청둥오리’씨가 이런 말을 하더라구요.
“농사는 어렵고, 전문적인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하나로 국한 된 무언가는 아닌 것 같아. 이제야 도시농업이 문화로 보이기 시작해. 서로가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고,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사람이 한 발짝 편안히 다갈 수 있었던 신기한 시간이었어! 새로운 도파민이었달까! 역시 즐기는 사람이 최고야”
감자 캐고 수다와 파티로 즐거웠던 동글동글 만수마을이음텃밭의 감자캐기 행사! 다녀왔습니다! (With. 청둥오리씨)
만수마을이음텃밭에서 캔 감자는 예꿈마을지역아동센터 아이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기부되었습니다.
뉴스레터 기자단 오목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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