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농의 자연농사] 상추 씨앗 받는 날

상추가 꽃을 피웠다.
텃밭에 오래 두었더니 키가 훌쩍 크고 노란 꽃이 잔뜩 달렸다. 먹을 때는 지나쳤던 상추가 이제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꽃이 지고 나면 하얀 솜털이 올라온다. 민들레 홀씨처럼. 그 솜털이 80~90% 정도 올라왔을 때가 채종 타이밍이다.



씨앗이 준비됐다는 신호
솜털은 씨앗이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갈 채비를 마쳤다는 뜻이거든요. 자연 상태라면 그냥 날아가버릴 씨앗을 우리가 먼저 받아두는 거예요.
완전히 말린 다음에 털면 안 됩니다. 마른 잎이 바스러지면서 씨앗에 섞이거든요. 그러면 나중에 골라내는 게 훨씬 번거로워져요. 솜털이 충분히 올라왔을 때, 바로 그때 잘라야 합니다.
후려치면 됩니다
방법은 단순해요.
넓은 천막을 깔고 가운데 큰 통을 놓습니다. 상추대를 잡고 통 안으로 가볍게 후려칩니다. 탁, 탁. 씨앗이 툭툭 떨어집니다. 별다른 도구가 없어도 됩니다.
털어낸 씨앗은 솜털과 엉켜 있어요. 그늘지고 바람 잘 통하는 데서 며칠 더 말린 뒤 가볍게 정선하면 됩니다. 사진처럼 통 바닥에 씨앗이 수북이 쌓이는 걸 보면 — 그게 또 작은 기쁨이에요.



건강한 놈으로 골라 남겨두세요
올해 가장 튼실하게 자란 상추 몇 포기만 뽑지 말고 그대로 두세요. 꽃 피우고 씨앗 맺게 놔두는 겁니다. 평창적상추처럼 꽃이 늦게 피는 품종은 며칠 더 기다렸다가 솜털이 충분히 올라온 걸 확인하고 채종하면 됩니다.
씨앗 한 줌. 손 안에 쥐면 거의 무게가 없어요. 근데 그 안에 내년 봄이 들어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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