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베를린에서 오슬로로, 열 명의 유랑단이 들고 간 질문
아메바(김충기)

2026년 9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해외탐방단 열 명은 베를린 일정을 마치고 북쪽으로 향했습니다. 아메바(김충기), 김보혜, 이인휴, 박하(김태분), 바다(이해인), 산오리(김진덕), 최영이, 조이(석지영), 보늬(이유진), 호돌(방제식). 저마다 돌보던 텃밭을 잠시 두고 떠난 사람들이라 스스로를 '탐방단'이라 불렀습니다. 그리고 각자의 유랑기를 준비해서 들려주려 합니다.
우리가 베를린과 오슬로로 들고 간 질문은 네 가지였습니다. 땅은 어디서, 얼마나 오래 지을 수 있는가. 사람은 누가 머물며 가꾸는가. 재정은 운영비와 인건비, 조성비를 어떻게 마련하는가. 제도는 무엇이 뒤에서 받쳐 주는가. 인천과 전국 도시농업 현장에서 늘 부딪히는 이 과제를 저곳에서는 어떻게 풀고 있을지가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떠나기 전에 사전학습 자료를 함께 읽고 세 차례(8월 10일, 24일, 31일) 준비모임을 가졌습니다. 현지에서는 매일 저녁 두 시간 가까이 모여 그날 본 것을 나누었습니다. 인상 깊었던 장면, 더 알아볼 것, 인천으로 가져올 것을 이야기하다 보면 밤이 금방 깊었습니다.
노르웨이, 오슬로 한눈에 보기
노르웨이는 국토가 남한의 약 4배이지만 인구는 10분의 1 정도입니다. 산과 피오르의 나라라 농지는 국토의 3.5%에 불과하고, 식량 자급률은 열량 기준 43%, 과일은 7%에 그칩니다(2025). 넓은 땅, 적은 사람, 그리고 더 적은 농지. 그들이 처한 조건의 의미가 우리와는 또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인구 약 70만 명의 수도 오슬로는 2019년 유럽 녹색수도로 선정되었고, 같은 해 도시농업 10년 전략 「싹트는 오슬로(Spirende Oslo) 2019–2030」을 내놓았습니다. 이 전략은 행정이 먼저 만든 것이 아닙니다. 2004년 무렵 학교텃밭을 지키고 공공장소에 텃밭을 일구던 시민들의 풀뿌리 운동이 2010년 시의회 의제가 되었습니다. 2017년에는 시 도시환경청에 전담 업무와 연 200만 크로네의 보조금이 생겼고, 2019년 10년 전략으로 이어졌습니다. 시청에서 이 이야기를 들으며 "결국 현장이 먼저구나" 하는 공감이 오갔습니다.

오슬로 이야기에서 자주 들릴 낯선 단어 몇 가지를 먼저 소개합니다.
- 두그나드(Dugnad)는 함께하는 무보수 공동노동입니다. 유치원도, 학교도, 텃밭도 이 방식으로 움직입니다. 송 콜로니하게는 1년에 13~15시간, 오버랜드 공동체농장은 한 시즌 8시간의 두그나드를 회원의 몫으로 정해 두고 있었습니다.
- 콜로니하게(Kolonihage)는 작은 오두막이 딸린 단지형 분양정원입니다. 독일의 클라인가르텐, 영국의 얼라트먼트와 닮았지만, 노르웨이의 휫떼(hytte, 별장) 문화와 만나 조금 다른 모습을 띱니다.
- 스콜라하게(Skolehage)는 학교텃밭입니다. 학생들이 찾아와 배우는 공간으로, 1909년 문을 연 야이트뮈라 시립학교텃밭농장은 지금도 4.2ha 규모를 지키고 있습니다.
- 나르밀요하게(Nærmiljøhage)는 동네 이웃텃밭입니다. 파셀(parsell)이라 부르는 개인 구획을 분양해 운영하는 공동체텃밭으로,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형태입니다.
- 안델스하게(Andelshage)는 개인 구획을 나누지 않고 회원 모두가 함께 짓고 함께 거두는 공동경작 텃밭입니다. '안델(andel)'은 지분을 뜻합니다. 같은 원리를 농장 규모로 키운 것이 안델스란드브루크(Andelslandbruk), 곧 CSA(공동체지원농업)입니다. 회원이 한 해 농사비를 미리 나누어 내고 농부와 함께 위험과 수확을 나누는 방식입니다. 개인 분양에 익숙한 우리에게는 가장 새롭게 다가온 대목이었습니다.
오슬로의 여정 따라가기
9월 12일 이른 아침, 베를린에서 기차를 타고 항구도시 킬로 향했습니다. 그곳에서 배에 올라 발트해와 북해를 건너며 하룻밤을 보냈고, 이튿날 오슬로에 닿았습니다. 도착한 날 린데루드 농장을 먼저 둘러보았습니다. 저녁에는 현지 통역을 맡아 준 가브리엘라(이경진) 님의 초대를 받았습니다. 잔치국수와 어머니의 양념으로 버무린 김치 앞에서 모두의 마음이 따뜻해졌고, 주민이 출자해 만든 숲놀이터에서는 다 함께 아이가 되었습니다.



그날 밤 10시, 침대칸 야간열차에 몸을 뉘었습니다. 다음 날 스타방에르에서 프레이케스톨렌에 올랐습니다. 두 시간을 오르고 한 시간 반을 내려오는 길, 절벽 위에서 내려다본 피오르 앞에서는 저마다 감탄이 터져 나왔습니다. 스타방에르에서 연어회 파티로 기운을 채우고 다시 밤기차에 올라 오슬로로 돌아오면서, 본격적인 탐방이 시작되었습니다.



나흘 동안 열 곳
9월 13일 린데루드 농장, 15일 오버랜드 공동체농장과 국립도시농업센터, 16일 오슬로시 도시환경청과 루싸떼르, 복센엔가 동네텃밭, 17일 야이트뮈라 학교텃밭과 어린이음식문화센터, 외콜로기스크 노르게, 송 콜로니하게. 정책·연구 기관 세 곳, 교육 거점 두 곳, 공동체 농장과 텃밭 다섯 곳을 만났습니다.
그 여정에서 세 개의 단어가 남았습니다. 시간을 견딘 텃밭의 ‘100년', 담 없이 사는 사람들의 '이웃', 그리고 먼 곳에서 만난 같은 고민에서 느낀 '동질감'입니다. 이 단어들을 따라 이어지는 다섯 사람의 '나의 유랑기'에서 열 곳의 이야기를 더 깊이 만나 보세요.

100년의 오래된 농장-도시텃밭-토양-사과나무의 멋
이인휴

오버랜드 농장
100살 먹은 사과나무와 푸른 잔디가 찾는 이들을 반기는 곳이다. 넓은 잔디밭 위에 심어진 오래된 사과나무는 노르웨이 농업의 전통을 말해주고 있다. 오래된 농장에는 의례히 사과나무가 자리하고 있고 시간을 넘어서 맛과 멋을 잇고 있다.
오버랜드 농장은 70여년 전 당시 지주였던 피터 오버랜드의 이름으로 시작하였고, 공동체지원농업(CSA)의 사례로 유명하다. 약 2헥타르 규모의 농장으로 노르웨이 왕립농업협회에 유증하면서 농업의 가치를 인정받았고, 현재 운영단체인 협동조합은 약 300명 회원 규모로 5명의 실무이사회가 행정과 관리를 주무하고 있다. 재정은 주로 조합원 회비와 CSA 매출에 의존하며 국가지원금은 일반적 농업보조금 등 미미한 수준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한다.
조합 운영관리 중 두그나드라고 하는 시즌별 8시간 의무노동이 있으며, 미이행시 패널티가 있기도 하다. 회원 유지의 가장 큰 유인은 회원이 직접 참여하는 체험활동에 있다고 한다. 직접 농사활동에 참여한 회원일수록 이듬해 회원유지 가능성이 높고 조합의 가치활동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한다.
오버랜드농장의 주요 핵심 중 하나인 유기농 농법 유지를 위한 적극적인 토양관리에 있다고 전문 가드너인 보이텍의 설명이 인상 깊다. 보이텍은 농장의 토양관리 및 시비관리를 전담하고 있으며, 유기질 비료를 직접 만들어 사용하는데, 알브레히드 토양 정밀 분석 등 과학적 데이터에 기반하는 토양관리를 하고 있다. 농장 내에서 발생하는 잡초, 낙엽 등을 이용하여 액비를 만들고 인근농가에서 조달한 말똥을 이용해 퇴비를 만들어 사용하며, 주기적인 뒤집기를 위해 대형 교반기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작물별 주기를 정하여 엄격하게 윤작을 지키며 일부 토지는 휴경을 하기도 하여 땅심을 키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실천하는 농부집단이다.
오버랜드에는 깊고 오랜된 힘이 있다. 바로 100년의 세월을 담고 있는 사과나무와 그 공간을 농업의 가치를 이어내려는 CSA와 같은 지속적인 노력에서 그 힘을 느낄 수 있다. 농장운영의 주축인 세 사람의 땀과 열정에서 회원이 유지되고 농법이 지속되며 건강한 땅이 면면히 도시농업의 가치의 틀을 이어주고 있다. 놀라운 일들이 있었고 더 발전되기를 희망해 본다.




린데루드 농장

중세 왕실과 귀족이 살았던 장원이 공동체텃밭과 생태적 시민 소통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린데루드 농장은 특별한 과정과 협력으로 자리하고 있다. 농장의 소유는 린데루드 재단이 본관과 정원은 박물관 연합회에서 운영하고 있으며, 오슬로 시정부의 적극적인 지원도 비중을 두고 있다.
저택의 본관과 정원은 역사공원으로 개방되어 있으며, 저택의 내부시설은 사전 예약에 의한 학예사가 함께하는 도슨트투어를 할 수 있다. 가장 큰 관심사인 텃밭농장는 약 80가구의 회원이 운영하는 공동체텃밭은 연간회비가 있으며 두그나드라는 의무노동이 연간 12시간 부여된다. 개인텃밭이 아니라 공동경작 및 수확배분 방식으로 운영하며 일부 수확물은 CSA 방식으로 운영비로 확충하기도 한다.
농장에 방문한 시간에 만난 회원농부는 아이를 자전거 뒷자리에 태우고 온 분이었다. 천진난만한 아이의 모습이 농장과 아주 잘 어울린다. 사진에 담지 못해 아쉽지만 흙을 묻히며 뛰노는 아이의 모습에서 흙의 숨을 느끼게 한다. 몇 명의 농부들이 마늘과 감자를 캐면서 즐거워하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이래서 텃밭농사지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올라온다. 참 아름답다!
건너편 본관 옆에는 널따란 잔디밭 옆에 공공작업장과 작은 유리온실이 있다. 우리나라 산가요록에서 보았던 조그만 창호지로 피복한 온실을 연상케 한다. 그들도 추운 겨울에 채소를 먹기위해 이렇게 조그만 온실을 만들었나 보다. 동양이나 서양이나 그 필요의 결과는 비슷한 점들이 있다는 것이 새삼스레 느껴진다.
방문한 날이 주말이라 단체 모임의 야유회도 있고 새로운 인생을 기약하는 젊은이들의 결혼식이나 웨딩촬영하는 모습이 보인다. 바로 사과나무 정원과 잔디밭 사이에 자리한 꽃과 작물이 함께 있는 아름다움 텃밭정원이 연인들의 사랑을 반기는 곳이다. 이곳의 가로수길에 심어진 양버즘나무가 특이한 자태를 보인다. 나무의 수명을 높이고 생기를 불어넣기 위한 방법으로 측지를 살려 맹아덩이를 두고 키우는 방식이다. 오래된 나무키우기의 노하우를 만날 수 있어 적지않은 감동이다. 거주하는 콜로니하게의 정원에서도 비슷한 나무 관리방식을 본 적이 있다. 자연과 가깝게 살아가는 유럽인의 정서와 삶의 방식과 문화이다.




흙과 밥을 나누는 도시, 오슬로 — 루싸떼르와 아이트뮈라 텃밭 탐방기
박하(김태분)

루싸떼르
오슬로 도심 재개발 구역인 뷔외르비카 지구에 자리한 루싸떼르. 우리는 오슬로 도시환경청 직원 스테파니와 함께 전철을 타고, 바닷길을 걸어 루싸떼르에 도착했다.
루싸떼르에 들어서면 주변을 압도하는 높은 기둥 두 개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그 아래로는 배와 쟁기 모양의 목조 건축물이, 앞쪽으로는 작은 정원이 자리하고 있다.
루싸떼르 주변에는 오페라 하우스와 뭉크 박물관 등이 있다. 루싸떼르 아래로는 오페라 하우스로 이어지는 터널 도로가 지나는데, 높은 기둥은 바로 이 터널의 공기를 내보내는 환기구다. 목조 건축물 안에는 화덕을 갖춘 주방과 모임 공간, 옥상정원이 있다.
루싸떼르라는 이름은, 정비되기 전 이곳 지형이 '루'라는 동물을 닮았다는 데서 온 '루'에 노르웨이 전통의 산악 방목지를 뜻하는 '쎄떼르'를 더해 지어졌다고 한다. 이곳은 2011년 국제 예술가 그룹 퓨처파머스가 뷔외르비카 개발공사의 의뢰를 받아 시작한 곳이다. 2012년에는 '헤를리헤텐' 분양텃밭 100구획을 추첨으로 나누었는데, 약 4,000명이 신청했다. 오슬로 도시환경청은 이를 계기로 텃밭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이 크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2015년에는 노르웨이 전국 50여 곳 유기농장의 흙을 옮겨 와 하나로 섞는 '흙의 행렬' 행사를 열었다. 이를 거치며 이곳은 개인의 공간이 아니라 시민들이 함께 농사짓고 함께 밥을 나누는 공동체 구역이 되었다.
백일홍이 핀 작은 정원과 농기구·장작이 가득 찬 컨테이너, 생태화장실을 지나면 낮은 울타리를 두른, 크지도 작지도 않은 텃밭이 나온다. 밭에는 수확을 기다리는 파, 마늘, 양파, 호박, 참나물 등이 자라고 있다. 밭 한쪽 모서리에는 양털로 덮인 곳이 있는데, 아침저녁으로 쌀쌀해지는 기온에 얼지 않도록 덮어 둔 감자밭이다. 1년에 5개월 정도만 농사지을 수 있는 노르웨이만의 독특한 멀칭이다. 노르웨이는 9월 말이면 수확을 마친 텃밭이 긴 휴식기에 접어든다고 한다. 텃밭은 여럿이 함께 풀을 매고, 수확하고, 퇴비간을 정리하는 손길로 분주하다.


루싸떼르에서는 매주 수요일,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음식을 만들어 나누어 먹는 '오픈텃밭' 모임이 열린다. 우리 일행도 '김밥'으로 이 모임에 함께하기로 했다.
준비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한국에서 공수해 온 단무지와 우엉, 김치는 베를린 호텔의 공유 냉장고에서 도둑을 맞았다. 주방에는 화덕과 인덕션이 전부였는데, 큰 냄비가 인덕션에 맞지 않아 가운데만 익고 가장자리는 생쌀인 삼층밥이 될 뻔했다. 어찌어찌 밥을 익혀 소금과 토종 참깨로 맛을 내 간신히 밥을 완성했고, 마트에서 오이와 파프리카를 사서 채소김밥 재료 준비를 마쳤다.
김밥을 말기 시작하자 고소한 참기름 냄새에 회원들이 호기심을 보이며 함께하고 싶어 했다. 그래서 김에 밥을 고루 펴고 채소를 올리는 쉬운 과정을 회원들과 함께하며 김밥을 완성했다.
국물 요리로는 전날 오버랜드 농장에서 버려지던 우거지를 활용해 우거지 쌈장국을 끓였고, 우리 열무와 비슷한 비타민 채소로 겉절이를 만들었다. 신기하게도 주방 서랍에는 김밥 김, 당면, 고춧가루, 미역 등이 대용량으로 갖춰져 있었다.


이곳의 음식은 다채로웠다. 텃밭에서 수확한 호박을 잘라 화덕에 구운 뒤 믹서에 갈아 만든 수프, 껍질을 벗겨 숭덩숭덩 잘라 화덕에 구운 감자, 셀러리와 애호박 같은 채소를 솥뚜껑처럼 넓은 팬에 볶다가 밥을 넣은 볶음밥, 토마토와 참나물을 잘게 썰고 다져 소스에 버무린 레바논 아주머니의 타불레(샐러드)까지. 여러 나라 사람들이 함께 차린, 국경 없는 요리를 맛보는 시간이다. 6시가 되자 30~40명이 모였고, 예정보다 늦어진 7시 조금 넘어 요리를 소개하는 시간이 시작되었다. 우리 요리가 특별히 첫 번째로 소개되었다. 요리를 만든 사람이 어느 나라 음식인지, 어떻게 먹는지를 알려 주었다.
사람들은 우리 김밥을 먹고 엄지를 치켜세우며 '맛있다'고 말해 주었고, 겉절이는 특히 더 맛있어했다. 루싸떼르는 음식에 편견이 없는 곳이었다.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이지만, 서로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품으며 함께하려는 너그럽고 따스한 마음이 준비된 곳이었다.
아이트뮈라 시립 학교텃밭 농장
아이트뮈라 음식문화센터에서 나와 길을 건너면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오슬로 최대의 공공 학교텃밭, 아이트뮈라 시립 학교텃밭 농장이 나온다. 우리를 반겨 준 담당 교사의 안내를 받으며 둘러보니 여러 형태의 밭이 공존하고 있었다.
텃밭은 약 42데카르(약 12,700평)로, 머리로는 가늠이 안 되는 넓이다.
규모가 큰 만큼 이곳을 이용하는 곳도 유치원 15곳, 학교 20곳에 이르고, 일반 분양도 함께 이루어진다. 최고 전성기에는 약 90개 학교, 4,000여 명이 참여했다고 한다.

학교마다 전용 구역을 할당받지만 학교별로 따로 경계선을 두지는 않는다. 비교적 자유롭게 다양한 형태로, 다양한 식물을 심어 운영하고 있었다.
100년 된 텃밭에는 100년 된 사과나무와 배나무 등 여러 나무가 자연스러운 경계를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유치원생과 학생들이 텃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었다.
노르웨이에 머무는 동안 비가 수시로 내렸다. 특이한 점은 비가 온다고 뛰어서 피하는 학생도, 수업을 멈추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가방에서 비옷을 꺼내 입으면 그만이다. 유치원생들도 마찬가지다. 너무나 익숙하고 평온한 아이들의 모습에 오히려 우리가 당황하게 된다.


텃밭에는 장대로 사과를 따 먹는 아이들, 흙 묻은 채 떨어진 사과를 주워 먹는 아이들, 당근을 뽑아 수돗물에 씻어 맛을 음미하는 아이들이 있었다. 오슬로에서 함께한 위민이가 '당근 좋아여' 하며 잘 먹던 것도 바로 이런 교육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리라.
시립 학교텃밭은 교장을 포함한 4명이 상주하며 관리한다. 이들은 텃밭을 찾는 모든 사람을 직접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을 인솔하고 지도하는 교사들에게 텃밭 가꾸기와 활용법, 운영 중에 생기는 문제 해결 등을 교육하고 지도한다고 한다. 상주 교사가 모든 학교를 직접 맡았다가는 과로로 쓰러질 거라는 가벼운 농담도 덧붙였다. 농사철 5개월은 텃밭 현장 프로그램에 집중하고, 동절기(농한기)에는 교사 교육 프로그램 개발과 학교 정규 교육과정과 연계한 프로그램 기획 등을 맡는다고 한다.
텃밭 곳곳에는 야외 학습장이 있었다. 음식을 해 먹을 수 있는 공간, 허브를 길러 차를 대접하는 곳, 벌을 키워 꿀을 얻는 곳, 다용도로 쓰는 낡은 유리온실도 있었다.
내년에는 정부 지원을 받아 유리온실을 보수하고, 모종 무상 공급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오슬로의 학교텃밭 농장은 경작만을 위한 곳이 아니었다. 텃밭과 나무와 자연이 함께하는 시간 그 자체였다.


믿음이 담을 낮춘다.
바다(이해인)

야이트뮈라 어린이음식문화 센터

야이트뮈라 어린이음식문화센터는 2011년에 설립된 비영리 재단으로, 1755년에 지은 농장 본관을 오슬로시로부터 빌려 교육 공간으로 쓰고 있다. 이 건물은 1884년 시가 사들인 시 소유 문화재이다. 운영비는 공공 기금과 민간 기금을 함께 쓰는 구조이다. 2018년에는 한 은행 재단이 10억 원 남짓을 후원해 다른 도시에 센터 두 곳이 새로 생겼고, 지금은 우리가 방문한 마트할렌과 링사케트, 크리스티안산, 퇸스베르그로 네 개의 센터가 있다.
이곳은 아이들이 직접 텃밭에서 계절 채소를 수확하고, 씻고, 요리하고, 한 식탁에 둘러앉아 함께 먹는 과정을 배우는데 이중 놀라웠던건 위험을 대하는 어른들의 태도였다. 아이들이 요리하는 과정에서 실제 칼도 쓰고 불도 피우며 장비를 만지는 것을 금지하는 대신 쓰는 법을 보여 주고 직접 해 보게 한다.
요리수업을하는 과정 중 놀란 점이 하나 더 있다. 마트에서 포장된 고기만 보던 아이들에게 양 한 마리를 통째로 가져와 뼈와 장기를 관찰하고 인체구조와 비교해보며, 그 뼈는 버리지 않고 육수로 끓여낸다. 생명을 존중한다는 말이 구호가 아니라 냄비 안에서 실천되고 있었다. 칼에 베일까 덜 위험한 플라식틱 칼을 쓰고, 아이들이 놀랄까 해부교육을 없앤 우리의 모습이 떠오르며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교육과정이었다.
이곳은 14세에서 19세 청소년이 참여하는 '주니어 셰프'와 '주니어 가드너' 프로그램도 눈여겨볼 만하다. 청소년들이 농사와 요리를 배우며 정식으로 시급을 받는다. 봉사가 아니라 일자리이다. 대규모 행사에서는 이 청소년들이 어린이 체험 부스를 직접 맡아 운영한다고 한다. 돈을 받는다는 것은 책임을 진다는 뜻이고 어른으로 대접받는다는 뜻이라, 아이들의 자립심이 이렇게 길러지는구나 하고 느꼈다.
음식센터에서의 점심은 특별했다. 한국에서 온 우리들을 위해 학생들이 직접 텃밭에서 키우고 수확한 것들로 만든 수프와 납작한 전통 빵(플렛브레드)으로 점심을 먹었는데 훈제 연어와 제철 가을 채소 등 어떻게 보면 처음 본 이방인인 우리를 너무나 따뜻하게 맞이해주는 점심식사였다.




송 콜로니하게

한국에서 출발하여 베를린과 오슬로에서의 2주간의 짧고도 길게 느껴지던 탐방단의 일정 마지막날 방문지인 송 콜로니하게에 도착하였다. 이 곳에서 노르웨이 콜로니하게 연합회 회장이자 오슬로 지부 이사와 총무, 회계 담당자들이 회관 입구에 위치한 모니터에 우리 탐방단과의 만남을 환영한다는 문구와 함께 여러 다과과 음료를 정성껏 준비하여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이곳은 1923년에 문을 열어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으며 오슬로 최대규모의 콜로니하게 중 하나이다. 이 부지의 땅은 시가 소유하고 있으며, 장기 토지임대 계약을 통해 부지를 사용하고 있다. 현재 204구획으로 나뉘어 있으며, 회비로 토지 임대료와 공과금, 시설 수리비를 내고, 정해진 시간의 공동노동 두그나드(두레)로 정원과 건물을 돌본다고 한다. 연간 15시간의 두그나드를 채우지 못할 경우 벌금을 내야한다.
회관을 나와 콜로니하게를 둘러보니 단지를 구분하는 울타리 외에는 이웃구획 사이의 담장이 없거나 낮은 식물로 경계만 표시되어 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베를린의 클라인가르텐처럼 폐쇄적이고 개인의 텃밭만 가꾸고 돌아가는 공간이 아닌 이웃과 오며가며 마주치면 인사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만남이 이어져 나간다는 점이 낮은 담장 만큼이나 열린마음과, 서로의 신뢰관계를 보여주는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담이 없는 이곳은 회원들 뿐만 아니라 이웃에게도 열려 있어 동네 주민들의 산책로이자 어린이들의 놀이터, 요양원 어르신의 산책길이 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4월부터 10월까지 오두막에서 거주가 가능하다. 오두막안에서 전기와 수돗물을 끌어다 쓸 수는 있지만 주택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정화조나 하수관을 직접 연결하는 것은 금지되어 있으며, 대신 부지 안에 공용화장실과 샤워실, 세탁실 등의 공용건물이 있어 불편을 해결한다. 이렇게 오두막이 집이 되어 버리는 일은 막으면서, 생활에 필요한 시설은 함께 쓰도록 했다. 이러한 생활이 쌓이며 이웃간의 존중과 신뢰가 자연스럽게 자리잡은 것 같다.
잘 갖춰져 있는 시설과 공간, 이웃에게 열려있는 이 곳에 입주하기 위해 10년에서 15년을 기다린다고 한다. 입주하고난 뒤 머무는 기간이 따로 정해져 있지 않으며, 오두막을 사고팔 때 가격의 상한이 있고, 차례는 신청한 명부의 순서대로 돌아간다. 엄격하다면 엄격한 규율이지만 시민들이 그 기다림을 기꺼이 견디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새치기할 수 없는 땅이라는 믿음이 이웃 간의 신뢰를 만들고, 그 신뢰가 담을 낮추고 있는 것 같다 생각되었다.



인연의 시작 복센 이웃텃밭
김보혜

복센 텃밭 (복센들판 이웃정원, 복센엔가 나르밀리요르하게, Voksenenga nærmiljøhage)
시작: 2017년, 2026년 이전밭에서 100미터 옆으로 이동, 운영 - 비영리 단체
부지면적 및 소유관계: 대략 4,200평(14,000제곱미터), 오슬로시 소유 장례청 관리 유휴지 10년 임대
회원: 개인임대텃밭(Parsellhager) 100구좌(1,600제곱미터), 협동경작지(Andelshage) 대략 1000평-2000평(5,000제곱미터-10,000제곱미터) 회원수 미확인, 일반회원(Venner av Voksenenga), 인근 학교텃밭(슈타이너 학교 등)
회비: 개인텃밭임대료 년간 1구좌 5*5 면적 2000크로네(30만원정도),1구좌 5*2.5 면적 1000크로네(15만원정도), 협동경작지 회비 년간 4,000크로네, 일반회원 회비 년간 365크로네
농사규정: 화학비료 일체 사용금지 유기농법으로 농사
시설: 현재 미완, 과거 온실, 야외주방, 화덕, 닭장, 놀이터, 창고, 퇴비간
회원활동: 협동경작지 조합원 년7회 이상 두그나드(1회 3시간 이상 참여), 일반회원 격주 화요일 12시-2시 농사 등 마을교류활동 참여 가능
행사: 연례회의와 시작회의, 텃밭활동 4월-10월, 목요일 텃밭저녁식사(비회원도 참여가능), 텃밭 오픈의 날
홈페이지: https://www.voksenenga.no/
복센 텃밭을 떠올리며 다시 묻는 질문, 나는 왜 도시농업인가?
Ep1. 우리 일정 중 복센텃밭은 예정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곳의 운영방식과 모습에 궁금증이 있는 일행의 제안으로 영이,바다,조이,아메바,호돌,보혜는 올 봄 새롭게 이사를 하고 조금은 어수하고 미완의 복센텃밭을 방문했습니다.
복센텃밭에는 리더 파닐라가 있습니다. 이 텃밭을 처음 제안하고 프로젝트로 만들어 지금까지 운영할 수 있게 문을 열어준 장본인입니다. 지난 10년동안 그녀가 리더의 역할을 계속했던 것은 아닙니다. 텃밭이 시작하고 3년이 지나 새로운 리더를 선출하였습니다. 그 뒤로 누가 어떻게 리더를 계속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서류상 현재 그녀는 이 곳의 대표로 등록되어 있습니다.
그녀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마을공간’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으로 이곳에 공동체텃밭 프로젝트를 시작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회원으로 활동하던 2019년부터 2021년 이 곳의 회원수는 가족까지 포함 300여명 정도 였습니다. 이곳은 개인임대부지와 협동경작지가 있습니다. 새롭게 이사를 한 밭에도 절반 가까운 부지가 협동경작지로 이용되고 있었습니다. 저는 협동경작지의 회원으로 활동을 했었습니다.


Ep2. 우리 일행이 복센 텃밭을 찾은 시간은 저녁 6시가 훌쩍 넘긴 시간이었습니다. 밭에는 참여자들이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텃밭의 문은 열려 있었습니다. 온실로 지어질 아직 그 뼈대만 세워놓은 구조물이 입구 가까이 있었고 개인밭들의 구획은 아직 어수선해 보였다. 그래도 그 날 다행히 이곳과 인연이 닿았는지 예전에 알고 지내던 회원과 마주쳤습니다. 그녀의 이름은 엠피입니다. 바구니 가득 탐스럽게 수확한 작물을 담아서 돌아가려던 참에 저희 일행과 마주친 것입니다. 그녀는 다음날 오픈 저녁식사 준비를 위해 협동경작지에서 채소를 수확해 가는 길이라고 했다. 그녀는 세프입니다. 이전에도 행사가 있을때마다 그녀는 진기한 음식을 준비해서 사람들과 나누었습니다. 저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때 그녀는 자신이 만든 음식 가까이 서서 사람들에게 자신이 만든 음식을 소개하고 직접 담아 주었습니다. 지금보니, 그녀는 음식을 담아주며 그녀의 마음도 함께 담아주었던게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렇게 다시 만난 그녀가 반갑기 그지 없었습니다. 그녀는 다음날 저녁식사에 멀리 한국에서 온 우리 일행 모두를 초대했습니다. 그리고 저의 폰에 자신의 전화번호를 저장해 주었습니다. 언제든 오슬로에 오거든 연락을 달라며 그녀의 이름을 저장해 주었습니다. 우리 일행은 다시 복센텃밭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다음날 우리는 4곳의 기관을 만났고 우리 여정의 마지막 날이라 저녁 식사 시간 복센밭으로 가는 길이 버겁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언제든 다시 오라던 그녀의 연락처가 있으니 언제든 가 볼 수 있지 않을까합니다.
복센을 떠올리며 저는 저에게 질문을 던져봅니다. 나는 왜 도시농업인가 농사일도 잘 모르고 할 줄 아는 것보다 모르는게 더 많은 나는 왜 거기 텃밭에 서 있었을까.. 당장 답을 찾기보다 조금 더 고민을 해보겠습니다. 내가 떠나지 않고 머무는 이유를.. 하지만 다시, 저와 함께 엠피의 초대에 응해 그녀가 담아주는 마음과 그녀의 색다른 음식을 맛보러 활기 찬 복센밭에 함께 가 보실 분.. 계실까요?


국립도시농업센터(NCUA, National Center for Urban Agriculture)
설립: 2019년
책임: Trine Hvoslef-Eide, Professor Emerita
위치: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NMBU, Norwegian University of Life Sciences) 오스(Ås) 캠퍼스
홈페이지: https://www.nmbu.no/forskning/grupper/nasjonalt-senter-urbant-landbruk

다시 우리의 유랑기가 시작된다면 이곳은 빼겠습니다~ 그러나…
Ep1. 본격적인 오슬로 유랑이 시작된 첫 날, 오전 일정을 마치고 이동을 시작할 즈음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굵어지는 빗줄기에 걱정되었습니다. 우리가 가야할 곳이 기차로 한 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남쪽끝과 서쪽끝을 잇는 거리이기 때문입니다. 일단 버스로 이동, 기차역으로 가게 되었습니다. 그날따라 많은 비가 쏟아지는데도 외부활동을 가는 유치원 아이들로 버스는 무척이나 붐볐습니다.
Ep2. 국립도시농업센터와의 만남은 노르웨이 국립 생명과학 대학이 있는 오스 캠퍼스 내에서 있었습니다 국립도시농업센터가 NMBU대학 은퇴한 트리네 교수임을 확인하고 적잖은 충격에 횝싸인 채 2시간의 프리젠테이션을 학생의 자세로 경청했습니다. 그러니까 국립도시농업센터는 실제의 기관이 아닙니다. 선언만 한 곳 ‘내가 바로 국립도시농업센터 입니다’입니다. 2시간이 넘는 강의 이야기를 제가 이 자리에서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유랑의 여정에 끼어 들어도 좋을 이야기 세 가지를 보물찾기 하듯 이곳저곳을 헤쳐 찾아 보았습니다. 그리고 제가 찾은 세 개의 보물은, 하나는 트리네 교수의 열정, 둘은 도시농업의 잠재력, 셋은 다학제간 석사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노르웨이 생명과학대학 지속가능식량체계학과 내 세부전공 순환형 도시농업과에 관한 것 입니다.



은퇴를 한 트리네교수는 오전에도 고등학교에 들러 도시농업에 대해 소개를 하고 굉창한 찬사를 받고 왔다며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 제가 찾은 첫번째 보물을 가감없이 드러내 보였습니다. 실제 그 날 소개한, 그녀가 수행한 5년간의 오염수 순환사용에 대한 프로젝트는 연구자 자신에게는 매우 보람된 성과였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습니다. 제가 찾은 두번째 보물, 도시농업의 잠재력 또한 그 지점에 있었습니다. 도시농업은 도시의 경작 행위를 넘어서 사회, 환경, 경제, 생태적 차원으로 우리의 모든 일상에 지속가능성을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 찬 노교수는 도시농업의 잠재력을 그녀의 프로젝트에서 보여주었습니다. 이것은 도시농업을 재개념화한 것이며 우리도 이것을 주제 삼아 천천히 고민을 시작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세번째 보물, 석사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도시농업 학위과정입니다. 그녀가 소개한 프로젝트 기간 내 그리고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바로 앞 그녀는 두 가지 과제를 실천했습니다. 그 하나가 자신이 서 있는 곳을 국립도시농업센터로 선언한 것과 세부전공 도시농업 석사과정을 만들어낸 것입니다. NMBU 대학은 노르웨이에서 생명과학연구 대학으로 저명한 곳입니다. 그곳에 다학제간 순환형 도시농업 학위과정이 생겨난 것은 꽤 큰 의미가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러한 성과에서 그녀는 도시농업의 잠재력 뿐만아니라, 도시농업의 가능성을 누구보다 확실히 보여주었던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곳이 실체 없는 곳 일 거라며 눈치를 챈 일행도 있었습니만, 일정을 마친 지금 유랑에서 약간은 실패담 혹은 해프닝으로 전할 이야기가 생겼다는 웃픈 위안도 듭니다.
이번 방문을 통해 알게 된 사실 중 하나는 노르웨이 정부는 개별 혹은 한 사람의 프로젝트가 3년 이상 지속하고 그것이 많은 시민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공공성이 확인된 후에야 정부차원의 국가 전략이나 예산을 확보하고 실천을 계획한다는 점입니다. 그러니 열정 가득한 트리네 교수가 초석을 다진 이곳이 미래에 진짜 노르웨이 국립도시농업센터로 성장한다면 당연히 우리 방문지 1순위에 넣어 두겠습니다. 저의 유랑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오슬로 탐방5 - 다름에서 오는 배움, 동질감에서 느끼는 연대감
아메바 (김충기)

노르웨이 유기농협회, Økologisk Norge
오슬로 기관을 섭외하면서 처음에 김보혜 이사가 이곳 저곳 방문가능할 기관을 찾아보고 방문 메일을 보내면서, 이 기관 (외콜로기스크 노르게)에 대해 소개할 때는 사실 어떤 단체인지 제대로 알기가 어려웠다. 우리말로 번역하면 유기농 노르웨이. 노르웨이 유기농협회로 이해가 되었고 단순한 유기농업 생산자단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도시농업과는 조금 거리가 있을 것 같다는 판단이었다. 그런데 홈페이지를 소개해서 들어가보니, 학교텃밭 캠페인과 감각정원 프로그램 그리고 초창기 노르웨이 CSA농장이라 할 수 있는 안델스란드브루크를 지원하고 만들어가는 과정 등. 단순한 유기농업 생산자의 권익이나 연대를 위한 조직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리 많이 결정되어진 오슬로 일정인데도 적극적인 이메일 답변으로 일정의 틈을 비집고 아주 긴밀하게 짜여진 둘째날 야위트뮈라의 온실에서 30분의 면담을 하게 되었다. 담당자 카리 마르테 쇼비크(Kari Marte Sjøvik)는 단체 대표로 특이하게도 한국에(이태원) 거주한 이력이 있어서 특히 우리와 만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노르웨이 유기농업은 전체농업의 4% 수준이며, 농지는 전국토 면적의 3% 수준인데 채소류의 수입 의존도가 높다. 그래서 유기농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이를 정책적으로 지원하기 위한 체계를 만드는 것, 학교텃밭 확대를 통해 정규교육화하는 정책활동 중 하나로 현재 금융재단의 지원을 통해 학교텃밭 130개 만들기, 교사연수, 가이드북 제작하는 기금을 지원받고 실행중이다.
회원수가 4천명이 넘고 지역조직도 20개가 있을정도로 큰 조직이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처음에 생각했던 생산자 조직이 아니라 생산자와 소비자 관련기관 들이 모두 회원으로 참여하고 있고, 이날 같이 방문일정에 섞여있는 야이트뮈라 음식문화센터와도 깊은 관련있는 단체였다.


비상대비 텃밭 beredskapshage 의 개념이 여러 텃밭에서 볼 수 있었다. 아마도 낮은 식량자급률에 기후위기, 국제 정세의 불안 속에서 ‘도시민이 먹거리를 스스로 길러본 경험’이 도시의 회복력 중 일부로 중요하다고 여겨서 텃밭의 일부에 그런 메세지를 담은 곳을 운영 중인 것 같다.

싹트는 오슬로 Spirende Oslo

오슬로의 도시농업은 2004년 풀뿌리운동에서 출발했다.
이 경험들이 축적된 이후 2010년에 오슬로 시의회에서 공식적인 정치 의제로 언급되기 시작했다.
2017년 시청에서 도시농업 전담조직이 생기고, 보조금제도가 생겼다.
2019년 오슬로 도시농업 전략(2019-2030)이 만들어진다.
우리나라도 2004년 귀농운동본부에서 도시농부학교, 상자텃밭을 시작했고, 2007년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결성 그리고 2011년 도시농업법이 만들어졌다. 인천시청, 부평구, 미추홀구 등에서 2017-2018년 도시농업전담부서가 생겨났다. 한가지 다른점이 있다면 정치제도의 차이 때문일 텐데, 의회가 아니라 선출된 시장, 구청장의 의지가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어디나 의회의 구성에 따라 항상 조직의 존폐를 걱정하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느낌을 받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오슬로 도시농업전략은 이른바 싹트는 오슬로 Spirende Oslo 라는 제목으로 5가지 목표를 중심으로 한다.
- 더푸른 도시
- 가까운 먹거리
- 싹트는 만남의 장
- 녹색배움터
- 협력하는 지식도시

그리고, 협력하는 지식도시 목표에는 민간 차원에서 시행하는 도시농업프로젝트 공모지원사업이 매년 200만크로네(한화 약 3억원)의 보조금을 집행한다. 이 프로젝트로 복센텃밭도 생겨나고, 다양한 도시농업활동들이 자발적으로 수행하도록 돕고 있다. (시청 홈페이지 매년 선정된 공모사업 공개)
사진에서 보이는 조직도에서는 도시농업 전략과 연계된 부서들이다. 직접 모든 것을 다하는 것보다는 관련된 부서와 연결하고 지원하는 업무를 하는 것이 도시농업전담부서의 역할이다. 현재3명이 이 역할을 돕고 있다. 우리나라나 인천시의 경우 담당부서가 농업관련 부서이다. 도시농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농업의 가치확산에 있고, 대부분이 농업활동 체험이라는 단일한 목적에 묶여 있는 경우가 많다.
이런 한계는 어디에나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의 도시들이 도시농업을 택하는 이유를 나는 ‘회복력 높은 도시’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행정에서 역할이 어떻게 되어야할지에 대한 고민이 있다.


이번 탐방에서 유일하게 시간을 별도로 배치해서 우리단체를 소개하는 발표를 했다. 그만큼 오슬로 시청의 담당자는 방문하는 단체에 대한 궁금증, 인천시의 도시농업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고 질문과 호기심도 많았다. 하지만 그런 질문과 호기심은 우리도 많아서 우리 발표시간이 길지는 않았다.


시청미팅 이후 루싸떼르로 함께 향하면서 담당공무원(스테파니 데겐하르트 Stephanie Degenhardt) 도 함께 했다. 어딜가나 의욕과 적극성이 있는 조직은 만나보면 표가 난다. 이번 오슬로시 도시농업담당자들은 우리를 맞이한 준비나 서로를 알려고하는 적극성에서 확실히 표가 났다.
아마 우리가 만난 기관들도 만나기 전과 달리, 1~2시간 서로를 대하면서 진심이 느껴졌을 것이고 그렇게 그들이 우리를 대하는 태도 또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느낄 수 있었다. 짧지만 2시간여 이야기를 나누며 쌓아진 교감을 더 이어가지 못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선물을 건네며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그 작은 호미와 풍경에 어찌나 기뻐하던지… 예상보다 격한 반응에 우리도 함께 기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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