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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스케치] 기후위기 시대, 왜 다시 토종 씨앗일까? 변현단 대표의 토종배추·토종무 특강

아메바!(김충기) 2026. 9. 21. 21:42

[현장 스케치] 기후위기 시대, 왜 다시 토종 씨앗일까? 변현단 대표의 토종배추·토종무 특강

 

 

2026년 9월 5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토종씨앗 이음' 동아리, 그리고 토종씨드림 인천지부가 뜻을 모아 마련한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의 가을 특강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2008년부터 인천 도시농부들과 깊은 인연을 이어온 변현단 대표는 곡성에서 오랜 기간 토종 작물을 수집하고 보존해 온 경험을 바탕으로, 토종배추와 토종무의 생태적 특성과 재배법, 그리고 체종(씨앗 받기)에 이르는 풍부한 이야기를 풀어냈습니다.

 

이번 특강은 우리가 매일 접하는 배추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이야기로 시작되었습니다. 흔히 배추라 하면 속이 노랗게 들어찬 90일 재배기간의 결구배추(호배추)를 떠올리지만, 전통 민간에서 즐겨 먹던 조선배추는 재배기간이 60일로 짧고 속이 차지 않는 비결구 또는 반결구 형태를 띱니다. 조선배추는 생육 기간이 짧아 10월 초까지 기승을 부리는 벌레 피해를 피하기 쉬우며, 단맛과 부드러운 맛, 알싸한 풍미가 어우러질 뿐만 아니라 '뿌랭이'라 불리는 뿌리까지 알차게 먹을 수 있는 커다란 장점이 있습니다. 담양 조선배추, 순창 93번 쫑배추, 겨울을 견뎌내는 남원·곡성의 겨우살이(저시살이)는 물론, 최근 유전자 분석을 통해 갓이나 유체 모양을 하고 있어도 배추 유전자를 지닌 것으로 밝혀진 화순 가라시 등 다채로운 토종 품종들이 생생하게 소개되었습니다.

 

반면, 중국 산둥성 등지에서 유래해 1950~6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보급된 청방배추나 제주 유래의 장미포형 구억배추, 무름배추 같은 결구배추는 수분 함량이 80%에 달해 철저한 물 관리가 필수적입니다. 조선배추와 결구배추의 중간 성격을 지니며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인 순천 영선배추나 과거 종자회사 육종의 중요 모계로 쓰였던 포두련도 깊은 인상을 남겼습니다. 아울러 우리가 먹는 빨간 고춧가루 김치는 조선 말기와 일제강점기 소금 부족 문제를 매운맛으로 극복하는 과정에서 대중화된 것이며, 본래 전통 김치는 백체나 물김치, 혹은 배추를 말려 소금에 절이는 방식이 기본이었다는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도 함께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어진 강의에서는 배추 못지않게 다채로운 토종무와 양념 작물의 풍미가 서술되었습니다. 잎이 부드러워 김치나 시래기용으로 우수하고 매운 성분이 살아있어 무차로 쓰이는 산서무, 껍질이 얇아 손톱이나 이빨로 까서 먹을 수 있을 만큼 수분과 단맛이 풍부하며 미강과 치자로 전통 단무지를 만드는 1910년대 청수 궁중무, 그리고 크기는 작지만 단단하고 매운맛이 강해 폐 건강에 도움을 주며 무기름을 짜는 데 으뜸인 개걸무의 독특한 쓰임새가 강조되었습니다. 양념 작물로는 향이 진한 홍천 54 쇠꼬리파, 화성 돼지파, 양평 달래파 등의 쪽파류와 함께, 단맛 중심의 외래종 마늘과 달리 끝이 뾰족하고 매콤·시원한 맛이 동시에 살아있는 재래마늘의 가치가 재조명되었습니다.

 

자연을 닮은 올바른 재배법과 순수한 씨앗 받기(채종) 노하우도 상세히 이어졌습니다. 배추는 낮 기온이 28도 이하로 내려가고 밤낮 온도차가 10도 이상 나는 9월 중하순에 파종해야 병충해 고비를 넘기기 쉬우며, 무는 딱딱한 토양이나 황토를 피하고 밭흙을 아주 부드럽게 갈아주는 것이 성패를 좌우합니다. 교잡을 막고 고유 형질을 지키는 순계 유지를 위해서는 개체 모양을 세심히 살펴 선별한 뒤 이듬해 봄 장다리를 박아 체종해야 합니다. 특히 장마나 개인 일정으로 제때 체종하기 어려울 때는 꽃이나 꼬투리가 핀 줄기를 통째로 베어 하우스에 거꾸로 매달아 두면 영양분이 아래로 내려가 완숙된 씨앗을 얻을 수 있다는 실용적인 후숙 기법이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강의를 마무리하며 변현단 대표는 기후위기와 농촌 고령화라는 엄중한 현실 속에서 도시농부의 사명을 강조했습니다. 인위적인 육종을 거친 결구배추보다 야생성에 가까운 순무나 조선배추일수록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력이 훨씬 뛰어납니다. 나아가 식량위기의 본질은 단순한 기후 이상을 넘어 농촌의 급격한 고령화와 농사지을 인구의 부재에서 기인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미 전국에서 750여 품종의 토종씨앗 수집이 완료된 만큼, 이제는 도시농부들이 베란다 화분이나 텃밭에서 직접 토종 작물을 심고, 먹고, 씨앗을 받아 이어가는 일상 속 실천이야말로 토종의 생명력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임을 다시금 확인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한편, 이날 특강과 함께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씨앗이음에서 진행하고 있는 토종농부단(토종농사를 함께 짓고 씨앗을 채종하는 경험을 하면서 토종농사를 함께 익혀가는 과정의 농부들)에서 직접 준비하고 키운 토종배추(구억, 청방)모종을 판매하고, 씨앗을 무료나눔하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특강 시작과 마무리에 변현단 대표의 최근 새로 나온 책들을 안내하고 구입하기도 했습니다. 친필 서명을 해주신 토종농사와 관련한 책들에 관심이 많아 앞으로 토종농사를 짓는 도시농부들이 더 많아지길 기대합니다.

 

 


현장에 못 오신 분들을 위해 이날 녹화된 특강영상을 공유합니다.

https://youtu.be/TcsZZqoyIi8?si=Um-34wb3MJCq-T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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