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라톤 전 날이라 일찍 잠자리에 들었지만 긴장한 탓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했습니다. 5키로는 이미 뛰니, 10키로도 무조건 뛸 수 있다는 짝꿍의 말에 오목눈이 기자는 호기롭게 10키로를 도전했습니다. 8월부터 매주 두 번씩은 달리기 훈련을 했는데, 10월부터 점점 해야할 일들이 많아져 오히려 마라톤이 다가올수록 연습을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국 마라톤 전에 10키로를 뛰어보려던 계획은 실패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유독 더 떨리는 마음을 가지고 새벽에 일어나 옷을 입고 준비를 했습니다. 인천지하철1호선에는 주말 6시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는데요, 복장을 보니 모두가 향하는 종착지는 문학경기장역 한곳이었습니다.
역을 나오니 화장실에 벌써 어마무시한 줄이 있었습니다. 그때부터 10키로를 잘 달릴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보다, 처음으로 마라톤대회의 풍경들을 보며 신기함과 전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선 오목눈이와 친구들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팀 부스를 찾았습니다. 여러 부스들을 지나치며, 함께 준비운동을 하는 분들, 서로에게 힘찬 응원과 격려를 해주는 분들, 단체사진을 찍는 분들, 그리고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반갑게 인사하는 분들이 보였습니다. 활기찬 분위기 속 오목눈이 기자는 그 에너지를 듬뿍 받았는데요, 왜인지 모르게 갑자기 덩달아 에너지가 차오르는 것 같았습니다.


인도농 부스에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있었습니다. 인사를 나누고,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금요일에 제작한 홍보물들을 등에 달았습니다. 지금와서 생각이 나지만, 달리는 중간중간 너무 포기하고 싶었는데요. 제 등에 도시농업을 알리는 소중한 문구들이 함께 달리고있다는 생각을 하니, 조금더 책임감을 가지고 끝까지 달릴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마라톤이 시작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많은 인파와 달려봐서, 긴장도 많이 되고, 원래 페이스보다 오버페이스를 했습니다. 중간중간 지치지 않도록 흥을 돋아주는 분들이 많이 있었습니다. 1키로를 지나니 풍물패가 신명나게 길거리 공연을 해주었고, 3키로 지점에 들어갔던 터널에는 디제이 부스가 있어서 마치 뮤직페스티벌을 방불케했습니다. 그때 너무 흥이나서 빨리 달려버렸는데, 사실 그 이후로 페이스가 망가져 바로 지쳐버렸다는 후문입니다. ㅎㅎ 소속된 팀원들을 응원하면서, 지나치는 수많은 러너들에게 응원을 주시는 분들도 많이 있었구요. ‘맥주가 이다리고 있다’는 재미있는 문구를 들고 응원을 해주시는 분도 보였습니다. 무엇보다 공룡 코스튬을 하고 10키로를 함께 달리신 러너분들이 계셨는데, 중간중간 웃음도 나고, 이분들은 얼마나 힘드실까 생각하며 뛰니 상대적으로 조금 덜 힘들게 느껴졌습니다.


그렇게 달리다보니 반환점을 이미 넘어서 반대편에 도시농부님이 달리는 모습도 보았습니다. 너무 대단하시다 생각하며 오목눈이 기자는 반환점에 다다르자 정말 멈추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함께한 짝꿍과 동생이 끝까지 으쌰으쌰 해주었고, 오목눈이 기자는 찡찡 거리면서도 끝까지 달리기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업힐 훈련을 안 했는데, 인천 마라톤 10키로에는 정말 여러번의 업힐이 있었습니다. 심지어 마지막 피니시라인으로 가는 길에도 어마무시한 오르막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마지막에 다다르니 젖먹던 힘도 나오게 되었습니다.
결승선을 넘으니 해냈다는 감격과 함께 달리면서 많은 분들이 도시농업 홍보물을 보았을텐데, 조금 덜 불평하고, 앓는소리 할걸 하는 후회도 밀려왔습니다. 내년엔 조금 더 준비하여서 멋지고 당찬 도시농부러너가 되어야겠다고 다짐했던 순간입니다.


처음 받아보는 메달은 참 영롱했습니다. 달리고나니 바로 몸이 추워지고, 허기가 그렇게 졌습니다. 지친몸으로 부스에 도착하니 바람과 먼저 결승선에 도착하신 도시농부러너분들이 계셨습니다. 다함께 부스를 정리하고 조금 떨어진 공터로 이동하였습니다.



그곳에서는 잔치국수가 준비되어있었습니다. 인도농 활동가님들, 농부님들이 준비해주신 잔치국수를 먹으니 몸도 마음도 따뜻해졌습니다. 거기에 선봉순 선생님께서 만드신 무생채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습니다! 아직 배고픈 오목눈이 기자는 그 무생채에 면을 그대로 비벼 잔치국수까지 먹었다죠!
혼자서면 10키로 절대 못 뛰었을 것 같습니다. 짝꿍과 동생, 그리고 도시농업, 생태농업의 의미를 담은 홍보물이 저의 등을 밀어주고, 지치고 허함을 달래주는 든든한 잔치국수가 저를 앞으로 당겨주었던 것 같습니다. 이 힘들만 기억나서 그런지 내년에는 하프도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근거없는 자신감을 내비쳐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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