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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도시농부들

도시농업과 나의 변화, 삶, 숨 – 도시농업전문가과정 14기 수강생 인터뷰

by eolybird 2025. 6. 17.

 

눈이 내리는 추운 봄, 이상하리만치 변덕스런 날씨와 함께 시작된 14기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이 두 달의 시간을 지나 어느덧 막바지를 향해 가고 있습니다.

 

 

 

 

 

올해는 인천대학교 평생교육 트라이버시티와 함께 협력하여 진행되어, 인천대 제물포캠퍼스 평생교육관에서 과정이 진행되었습니다.  

 

 

틀밭 제작 활동

 

 


땅에 대한 이해, 유기비료 만들기, 토종 종자 수업을 거쳐 퍼머컬쳐, 허브, 기후위기와 도시농업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와 내용으로 수업이 진행되었습니다. 그리고 평생교육관 앞에 설치된 실습 틀밭에는 어느덧 쑥쑥 다양한 작물들이 작은 숲을 이루었습니다.

 

 

왼쪽부터 유기비료 만들기, 허브밭 조성, 지주대 세우기

 

 

 

도시농업전문가과정 14기는 총 19명의 수강생이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미 밭을 가지고 있어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하나하나 적용하시는 분, 본투비 시골출신으로 지겹다 느꼈던 농사일에 대해 이번 수업을 들으며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이해하시는 분, 도시에서 나고 자라나 매 수업마다 신기하고 새로운 것 투성이신 분 등. 과정이 진행되며 자연스럽게 수강생분들은 서로의 농사 꿀팁들과 직접 재배한 작물들을 나누었습니다. 

 

 

 

이번 [도시농부들] 인터뷰에서는 종강을 한 달 남짓 앞둔 도시농업전문가과정 14기 세 분(권선녀님, 이미연님, 윤성은님)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⓵  어릴 적 귀찮았던 심부름에서, 스스로 찾아나서는 공부가 되기까지  –   권선녀님

도시농업전문가과정 조별과제 중인 권선녀님

 

 

Q. 도시농업 전문가과정을 어떻게 수강하게 되셨나요?

농학과에서 공부를 하다 보니 주변 사람들이 전문가 과정을 알려주었고, 농학과에서는 이론을 배우는데 전문가과정에서는 실습을 많이 한다고 들었다. 농학과 졸업을 곧 하게 되어 그것과 하나의 연결고리가 될 것 같아서 전문가과정을 듣게 되었다. 

 

 

Q. 수업을 들으면서 인상 깊었던 수업이 있다면 어떤 수업일까요?

나는 시골 출신이라 어렸을 때부터 농사를 많이 보고 자랐다. 그때는 어르신들이 시키니까싫기도 하고 그냥 했었는데, (웃음) 지금 전문가 과정 수업을 들으며 그때 어르신들이 왜 하라고 했는지 이해가 되었다. 예를 들어 거름을 주거나, 땅을 뒤집어라 하는 것도, 그냥 하는 게 아니라 다 뜻이 있었구나 생각하게 되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수업은 커피찌꺼기를 활용하여 퇴비를 만들었던 수업이다. 퇴비하면 ‘냄새 난다’라는 고정관념이 있었는데, 커피찌꺼기를 가지고 깔끔하게 퇴비를 만들 수 있다는 것에 정말 놀랐다. 저건 실생활에서 많이 활용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Q. 수업을 함께 듣는 동기들은 어떠셨나요?

첫날부터 조가 좋았다. 처음엔 조용조용했는데, 밥을 함께 먹으면서 서로 직업도 알게 되고 친해졌다. 각자마다 개성이 있었는데 팀원 누구 하면 딱 생각나는 특징 같은 게 있었다. 동화책 작가도 있고, 영화를 하거나, 농학 공부를 하고 있는 등. 각자만의 매력이 있어서 참 좋다. 

 

 

Q. 졸업 이후에, 도시농업과 연결하여 해보고 싶은 것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농학 공부를 하다보니까 정책 쪽으로 많이 알고 싶다. 활동으로서 농사를 열심히 짓는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수익이 나야 더 좋은 것일 텐데, 정책으로 받침이 되어있으면 농부들에게도 좋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이후 전문가 과정 수업 중에 도시농업 정책 수업이 예정되어있다.)

 

 

Q. 전문가과정 15기 분들에게 전하는 꿀팁이나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사람이 귀찮으면, 한번 빠지게 되고, 그러면 또 계속 그렇게 된다. 수업을 듣는 자리를 성실히 지켜나가면 좋겠다. 그러면 어느덧 동기들과 어색한 것도 사라질 수 있다. 한 번의 빠짐으로 어색하게 될 수 있다. 회사가 아니다보니까. 

 

 

Q. 본격 도시농업 전문가과정 영업을 해주신다면?

어렸을 때부터 했기 때문에 농사를 안 좋아하거나, 특별하게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와서 보니까 아예 몰랐던 사람들은 새로운 것을 알게 되어서 좋고, 이미 해봤던 사람들은 이걸 왜 해야 하는지 하나하나 이론적으로 접목할 수 있으니 너무 좋았다. 

 

 

본 인터뷰는 전문가 과정 1박2일 워크샵 중에 진행되었습니다. 권선녀님께서는 특별히 워크샵에 대한 후기를 함께 들려주셨습니다. 

 

 

Q. 도시농업전문가과정 워크샵 과정에 대해 이야기 해주신다면?

선생님들이 여행전문가가 아님에도 작은 것 하나 하나, 어딜 가나 신경을 많이 써주신것 같다. 모내기 할  때, 농민회 분들께 질문을 어떻게 해야 할지 인터뷰 수업을 들었는데, 그런걸 별로 안 좋아해서 처음엔 '왜 하나' 싶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하니 ‘말 한 번 하는 데에도 이러한 스킬이 있구나’, ‘이렇게 말하면 더 편안하게 말을 끌어낼 수 있구나’ 알게 되어서 좋았다. 

 

 

 

②  작물을 잘 키우는 법을 넘어, 나와 우리가 잘 사는 법을 배우다.  -  이미연님

좌: 도시농업 전문가과정 조별과제 중인 이미연님 / 우: 도시농업전문가과정 워크샵 레크레이션 활동중인 이미연님

 

 

Q. 도시농업 전문가과정을 수강하게 된 계기가 있으실까요?

농사와 인연이 이전부터 조금씩 연결이 되어있지 않았을까 싶다. 직장 근처에 조그만 임대 텃밭이 있었는데, 마침 지원자가 너무 없어서, 우리 회사 쪽으로 문의가 왔다. 그것을 계기로, 농사를 시작했다. 그런데 그 다음엔 지원자가 많아서 못했다. 그때 기억이 좋아서 상자텃밭 검색도 해보고, 당시 친구가 땅을 가지게 되어서 함께 농사 지어보고, 이런 것들이 계기가 되어서 여기까지 오지 않았나 싶다. 점점 규모가 작아지는 기분이라 더 크게 펼쳐 봐야하나 싶기도 하고. (웃음)

 

 

Q. 도시농업 전문가 과정 수업이 미연님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요?

직장 옥상에서 텃밭을 하고 있는데, 처음 했던 곳에는 그늘이 졌었다. 수업을 듣고 나서 위치를 다른 곳으로 변경했다. 수업에서 만든 퇴비도 가져다 뿌리고, 수업에서 배운대로 멀칭도 하고, 이러면서 적용을 했더니 지금은 작물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그냥 듣기만 하면 금방 잊어버릴 지식들을 직접 적용해보고, 자라나는 작물들을 매일매일 보는 재미가 크다. 동료들도 안 되는 밭을 보고 있다가, 이번엔 잘 되니까 다들 보기만 해도 새로운 즐거움이 있다고 한다. 옥상에도 원래는 거의 안 올라갔었다. 사무실 안에 거의 앉아있고 움직임이 별로 없다. 그런데 이제는 올라갔다가 또 내려왔다가. 운동도 된다. 다양한 것들을 심어보고 싶은데 제한이 있다. 수업에서 받아온것은 거의 물꽂이 정도만 해서 아쉽다.  

 

 

Q. 도시농업 하고나서 달라진 점이 있으실까요?

수업을 들으면서 ‘내가 흑백으로 갈린 생각을 많이 하고있구나’라고 느끼는 부분이 많았다. 수업에서 다양성을 강조하시지 않나. 여러 미생물들이 섞여있음에도 길항작용으로 서로의 범위를 침범하지 않고 잘 유지하는 것, 그런 모습들이 우리 사는것과 똑같지 않을까. 나는 불편한 사람이 있으면 곁에 가지 않고, 말도 안 걸고, 내가 피하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이 수업을 들으면서 불편한 사람일지라도 내가 모르는 쓰임이 다 있을 것이고, 내가 못하는 부분도 잘 할 수 있을테니 '같이 어울리는것도 괜찮지 않을까' 라고 태도가 조금씩 변하는 것 같다. 원래는 내 작물을 더 잘 키우기 위해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 내용들이 다 내 삶과 연결 되어있어서 ‘어떻게 하면 더 잘 사는 걸까’ 고민하게 된것 같다. 

 

 

Q. 전문가과정 15기 수강을 고민하고 계신 분들에게 전하는 말이 있다면!

자기가 느끼지 않으면 아무리 주변에서 말해도,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일단 해보십시오’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러면 본인도 느끼는 것이 있을 테니까.

 

 

Q. 졸업 후 계획이 궁금합니다.

이후에 더 활동을 해보고 싶은데, 지금은 본업과 병행을 하고있는 상황이라 실천이 어렵지 않을까 싶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단체와 계속 끈만 연결되어 있으면 언젠가는 크게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일단 이 인연을 이어가면 되지 않을까 싶다. 

 

 

 

③  땅도 살리고 나도 살리는 도시농업으로 초대합니다.  -  윤성은님

좌: 도시농업 전문가과정 수강중인 윤성은님 / 우: 도시농업전문가과정 워크샵 활동중인 윤성은님

 

 

Q. 도시농업 전문가과정을 수강하게 된 계기를 듣고 싶습니다!

도시에서 나고 자라서 땅이나 밭이나 전혀 배경지식도 없고, 항상 식재료는 사는 거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현재 초등학교 교사인데, 학교생활을 하다가 정말 힘든 일들이 있었다. 그때 학교에서 원예를 담당하시는 부장님이나 선생님들을 통해서 옥상텃밭을 경험해보게 되었다. 분양 받을 사람 신청을 하라해서 시작했다. 그런데 힐링이 되더라. 밭멍을 하면 회복이 되고. 

또 둘째아이가 아토피가 너무 심해서 아프면서 친환경으로 생활을 전반적으로 바꾸었는데, 그려면서 유기농, 식재료, 무농약에 대한 관심이 커졌고, 그러면서 ‘아 먹거리가 이렇게 중요하구나’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건강, 기후위기와 겹쳐지면서 마음에 깊이 와 닿았고 자연스럽게 관심이 계속 확장되었던 것 같다. 

주변에 같은 생각을 가진 친구들이 있었다. 기후위기에 대해 많이 깨달은 동료들인데 그 친구들과 같이 새탐조 등 여러 활동을 했다. 

휴직을 하면서 밭은 없지만 너무 궁금하고 해보고 싶었던 도시농업 공부를 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수업을 듣게 되었다. 

 

 

Q. 수업을 들으시고 인상깊었던 경험이 있으시다면?

나에게는 항상 주말농장의 마인드가 있었다. 그래서 내 공간, 수확하는 그런 기쁨만 생각하고 살았다.

그러다 도시농부 공부를 시작했는데, 강사님들이 매번 바뀌었지만 똑같이 하셨던 대부분의 말씀이, ‘입하 때 열매채소를 심어야 한다’는 말과(웃음) 두 번째는 주말농장의 마인드가 아니라 도시농부는 나누고, 공유하고, 그곳으로 초대하고 이야기를 만들라는 내용이었다.

대단히 충격이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나를 새롭게 발견하고, 기존에 가지고있던 생각을 바꿔 나가기 위해서구나’를 인지하게 되었고, 직업 특성상 무언 갈 배워 새롭게 교육적으로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까 너무 재미있었다. 

 

원래 텃밭이 없었다. 지금은 너무 감사하게도 강사로 오셨던 유형민 선생님이 운영하시는 텃밭의 16번째 회원이 되어서 텃밭 농사를 짓고있다. 정말 찐 초보기도하고 뒤늦게 시작해서 밭 만들기부터 시작하는데, 작물을 잘 키우고 싶은 마음이 들었지만 현타가 왔다. 지금은 내 몸이 한개니까 작물을 잘 키우는 것보다는 땅을 살리는데 목표를 두자라고 생각해서 마음이 편해졌다. ‘게으른 농부가 되어라, 밭에 맨살을 보이지 마라’라는 유형민 선생님 말씀이 생각나서 그렇게 해보려 했고, 풀만이라도 잘 덮어주려고 했다. 그렇게 4주가 지났는데 주변에서 놀랐다. “윤성은 밭 디게 잘자라네?” (웃음)

 

 

Q. 수업을 함께 듣는 동기들과의 특별한 일화가 있을까요?

우리 조 이름은 ‘숨소리’ 조인데, 말주변이 없어서 떨면서 팀원들에게 건넨 말이었다. 진심으로 내가 죽을 것 같을 때, 밭에 나가서 애벌래, 생명들의 숨소리를 들으면서 살 수 있었다고 말했을때, 다들 그걸 듣고, 조이름으로 하자고 하셨다. 너무 숨고 싶기도 했지만 이것마저도 나를 회복해나가는 시간들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든다. 

 

 

Q. 도시농업 하고나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작물을 잘 키워내는 것 이전에 땅을 살리는게(땅심을 높이는 것이) 우선 중요하다고 생각이 바뀐 것 같고, 이 가치를 많이 배워서 공유하며 더 확장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원래는 내 텃밭에 ‘가져가지 마세요’ 플래카드를 붙이고 싶고, 누가 내거 따가면 화가 나고 그랬는데, 이제는 ‘아 그렇게 해서라도 사람들이 이 안에서 뭔가 얻고 힐링을 하면 그것으로 족하지 않나’라는 이런 두 가지 마음이 내 안에서 부딪히고 있는 것 같다.

 

 

Q. 졸업 후 어떤 계획이 있으신가요?

다른 동기분들은 졸업 후 교육활동가로 활동을 준비하실 수도 있지만, 나는 이미 교육의 정점에 있는 학교에 있으니, 교직으로 돌아가서 아이들과 더 풍성하게 수업을 진행할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또한 ‘내가 자격을 갖추고 있으면, 중간관리자 이상의 분들에게도 도시농업관련 프로그램을 어필을 할 때 자신 있게 할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고, 예산을 사용하는 부분도 전문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생각만 했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지 그려지진 않는다. 실제로 교육활동가로 활동하고자 준비하시는 선생님들을 보면 수업을 훨씬 더 깊이 듣고, 고민을 하시는 것 같아 보였다. 나는 학교에서 있으니까 이들을 연결을 할 수 있지 않을까.

 

원래 내 마지막 목표는 학교를 그만두는 것이다. 사실 휴직기간동안 사회참여활동가로 활동했었다. 공정무역이나 유기농, 소비자 기후행동 이런 것들. 일을 당장 때려치고 싶지만, (웃음) 생업과 관련되어 있고, 원래 적성이기도 하니까, 앞으로 계속 고민을 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다.

 

 

Q.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에게 도시농업을 한 마디로 설명 해주신다면? 

아 참 너무 좋은데 뭐라 설명이 안 된다. ‘삶이 변하는 곳으로 초대하겠습니다.’ 땅도 살리고 나도 살리고 우리 다 살릴 수 있는 길인 것 같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수강생분들이 전해주는 이야기를 듣고 놀랐습니다. 

각자마다 분야는 다르겠지만 농업기술 향상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답변들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수강생분들께서는 더 나아가 도시농부로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지 고민하고, 어떻게 자신의 삶의 영역에 도시를 경작하는 행위를 적용해 나갈지 고민하고 계셨습니다.

 

이전의 경험들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금 마주하신 권선녀님, 자연으로부터 얻은 지혜를 삶 속에 녹여내신 이미연님, 땅의 숨소리를 들으며 또 다시 살아나갈 힘을 얻으신 윤성은님. 세 분의 인터뷰를 진행하며, 저 또한 도시농업의 소중함을 다시 한 번 되새깁니다. 이분들의 경험이 증명해주었듯이, 도시농업을 통해 나의 생각이 변화되고, 내 주변의 공동체가 변화되고, 지구가 변화되길 바랍니다. 

 

나와 너 그리고 지구를 살리는 도시농업 전문가과정 14기 남은 한 달도 14기 모든 분들이 각자만의 길과 방향성을 잘 찾아나갈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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