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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의 서가

[서평] 더 브레인ㅣ데이비드 이글먼,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ㅣ올리버 색스

by 조이 :-) 2025. 9. 30.

더 브레인

데이비드 이글먼 (지은이)  전대호 (옮긴이)  | 해나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

올리버 색스 (지은이)  이정호, 조석현 (옮긴이)  | 알마

 

 

ㅣ서평 김보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이사, 도림공동체텃밭 회원

 

 

생물학적 인간에 대한 사회적 이해 그리고 공동체텃밭

 

오늘은 차를 몰아 텃밭으로 가는데 눈에 눈물이 고였다. 그러나 나는 그닥 슬픈 감정도 없이 그저 간사하게 장난질을 하는 감정이 기분을 만드는 탓이라고 바로 눈물을 지웠다. 오늘의 하루를 온통 적어보아도 눈물의 실체를 알 수 없을 것이니 모든 것을 털어놓는 수고로움을 하지 않겠지만, 이 책 두 권을 어떻게 소개할지는 눈물로부터 시작해 보기로 했다.

 

아내를 모자를 착각한 남자더 브레인은 우리의 생물학적 신체에 대한 사실적인 근거 혹은 생물학적 한 기관의 손상에 따른 증상을 소개한 책들이다. 물론 책의 제목이 우리에게 알려주듯, 두 책의 내용은 뇌 그리고 뇌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신경 물질과 기관에 관한 이야기이다. 더 브레인은 뇌가 가진 기능과 역할을 사실적으로 보여주고 있으며,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에서는 증상에서 시작하여 신경적 진단을 곁들이는 여러 환자의 서사를 적고 있다. 이 두 책을 통해 인간을 이해하고자 한다면 그저 저자의 글을 잘 따라가기만 하면 될 듯 싶지만, 솔직히 아내를 모자를 착각한 남자를 읽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내 눈에 고인 눈물은 충동적이며 그 눈물을 지우려는 행위는 이성적이었을까, 아니면 눈에 고인 눈물은 이성적인 판단에 따른 신체 반응이며 지우려는 행위가 갑작스럽게 끼여든 충동적인 행위였을까. 질문의 맥락을 넘어 모두가 복잡하고 선명하지 않은 이유들이 작동했겠지라고 말하고 싶은 이도 있을 것이다. 이즈음 더 브레인의 두 가지 사례를 소개해 보겠다.

 

성직자들을 피험자로 선택한 것은 매년 쉽게 소재를 파악하여 정기적인 검사를 실시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집단일 뿐 아니라 음식과 생활 수준을 비롯한 생활 양식을 대체로 공유하기 때문이다. ... 매년 모든 피험자가 심리 평가와 인지 평가에서부터 의학적·신체적·유전학적 검진까지 수많은 검사를 받는다. ... 연구를 시작할 당시에 연구팀은 치매의 가장 흔한 원인인 알츠하이머병, 뇌졸중, 파킨슨병과 인지 능력의 쇠퇴 사이에 명확한 상관성을 발견되리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결과는 달랐다. 알츠하이머병으로 뇌 조직이 폐허투성이가 되었다 하더라도, 당사자가 반드시 인지적 문제들을 겪는 것은 아니었다. (더 브레인, p. 45)

 

 

연구자는 1994년부터 1,100명이 넘는 수도자의 뇌를 기증받아 연구했다. 그리고 위와 같은 연구 결과를 얻었으며 그의 연구팀은 뇌의 손상과 증상 사이의 괴리적 현상을 인지 유지력이라고 불렀다. 아래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사례이다.

 

평균적으로 보톡스 사용자들은 사진 속 표정에 담긴 감정을 알아맞히는 비율이 낮았다. 왜 그럴까? 한 가설은 그들의 얼굴 근육에서 유래하는 되먹임의 결여가 타인의 표정을 읽어내는 그들의 능력에 해를 끼친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톡스 사용자의 얼굴은 표정 변화가 비교적 적어서 그의 감정을 읽어내기가 어려울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누구나 안다. 하지만 그의 얼굴 근육이 마비되어 그 자신이 타인의 감정을 읽어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더 브레인, p.202)

 

 

뇌 일부에는 거울 뉴런이 있어 타인에 대한 공감을 만들어내는 기능을 한다. 그와 더불어 감각 수용체가 받아들이는 정보를 뇌는 직접 인식하지 않고 기억의 회로를 거처 되먹임 한 후 인식할 수 있다고 한다.

소개한 두 사례에서 뇌가 작동하는 근거가 되는 요인이 내적인 것과 외적인 것이 있으며, 뇌의 기능이란 서로가 보완하는 가소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증상이 현상으로 발현되는 것은 반드시 아니라는 점과 신체의 모든 부위가 감정을 읽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롭게 다가가는 지점이다. 여전히 모호하지만 '눈물이 났다 그리고 지웠다'는 분명 내가 그리고 텃밭과 내가 만들어낸 조작된 진실이다. 그리고 다시 이즈음 눈물과 지움을 정직한 나로 이해하기 위해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를 들여다 보면 좋을 듯 하다.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한 소재로 침대에서 떨어진 남자가 있다. 한 남자가 침대에서 떨어져 주저앉은 채 고래고래 소리를 치는 상황을 목격한 사례를 소개한다. 요약하면,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침대에 알 수 없는 다리가 눈에 들어왔다. 낯설 뿐 아니라 흉즉하게 보이는 그 다리를 보고 누군가의 도가 지나친 장난이다 싶어 침대 밖으로 다리를 내던졌고 자신도 함께 침대 밖으로 내던져졌다.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이러한 현상은 그 뒤로 수시로 그를 괴롭게 했으며 그 남자 자신은 계속해서 침대 밖으로 내던져진다.

 

이것은 고유감각의 상실증이다. 이 증상이 온 몸으로 찾아오기도 하고 부분적으로 찾아오기도 한 사례를 저자는 아주 상세히 기록하고 소개하고 있다. 뇌 혹은 신경계 손상이 가져온 -비록 손상의 원인은 정확히 알 수 없으나- 자신의 존재를 잃어버리는 상황에 직면한 것이다. 완치는 불가능하다. 그러나 존재한다. 증상과 함께 한 인간이 존재하고 있는 것이다. 누군가의 상실과 증상이 나의 발현과 존재를 설명해 줄 수 있다는 아이러니함을 담담하게 인정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나와 그를 이해하자는 다짐을 꼭 잊지 않으며, 나는 나의 조작된 실체와 정면으로 마주해 본다.

 

눈물은 고마움이었다. 그렇게 생각되었다. 그리고 그 고마움을 다 헤아려 갚아낼 용기가 없어 지워냈던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다.

 

밭에서 돌아와 예쁘고 묵직한 호박으로 된장찌개를 끓이고, 윤이 나는 가지로 가지볶음을 했으며, 길고 가는 고구마줄기로 고구마줄기볶음을 했다. 예쁘고 묵직한 호박과 진한 보랏빛 윤기가 흐르는 가지는 모두 밭을 함께 일구는 밭 이웃이 준 선물이다. 배가 너무 불러 더 이상 음식이 들어갈 틈이 없을 만큼 많이 먹었다. 즐겁게 저녁상을 차려낸 것은 나의 공동체텃밭이었다. 그리고 나의 공동체 텃밭에 변화를 함께 아파하고 위로할 서로를 만나지 못했다는 회환이 눈물로 맺혔는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감당하지 못할 감정이라고 지워버리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공동체텃밭 카톡방에는 내년 밭에 새로운 식구가 생길거라는 소식이 올라왔다. 전환을 할 기회를 포착한 나의 뇌는 신체과 함께 희망의 엔돌핀을 만들어냈음을, 어쩜 나의 존재를 존재답게 하는 방법을 이미 체득한 뇌가 그리고 내가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으나, 함께 새롭게 단장하고 활기를 띠게 될 모습을 상상했다. 나에게는 복잡한 기억과 기억을 떠올릴 밭의 실체가 있다. 공동체텃밭과 나 사이에는 어쩌면 나만의 것일 수 있는 눈물이 알려준 무언가가 있는 것이다. 그러한 증상에 마주하는 방법을 찾는데 이번 달 열심히 읽은 두 책을 활용하게 될 줄은, 이렇게 소개하게 될 줄은 미쳐 알지 못했다. 어설픈 감정의 도가니 속에 이 책 두 권을 도시농부에게 권하고 싶다.

 

ps.. 자명하게 이름을 호명해도 되는건지 모르겠으나,

호박은 황유순선생님이, 가지는 영이지기가 은희샘의 밭에서 따왔다며 건네주었다. 사람과 밭과 공동체가 이렇게 연결되는 것이었다.

 

 

 

ㅣ편집자 글

글쓴이는 인천 남동구 도림동에 위치한 도림텃밭에서 공동체텃밭을 일구고 있습니다. 도림텃밭은 최근 밭 주인의 토지 매도 의사와 더불어 새로 길을 내는 과정에서 혼란을 겪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상황이 공동체를 흔드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여전히 텃밭에서는 함께하는 텃밭 활동과 즐거운 경험으로 활기찹니다. 어려움을 함께 고민하고 나누는 과정에서 도림텃밭 공동체는 더 단단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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