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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들

[인천 도시농업 견학기] 지금 여기에서 작은 틈바구니를 만들고 하나씩 땅을 일구다.

by 아메바!(김충기) 2024. 11. 14.

작년 말 낯선 누군가에서 전화가 왔다. 청주인데 인천의 도시농업활동을 보고 배우고 싶어서 연락을 했다. 우리도 도시농부학교를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아직 땅도 없고 예산도 없지만 구해보겠다. 도와달라. 일면식없는 분의 거침없는 요구에 살짝은 귀찮음도 있었지만, 이렇게 열성적으로 도시농업을 시작하려고 하는데 도와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도시농부학교 과정을 짜서 보내주고, 강사진까지 추천해서 청주도시농부학교를 열게 되었다. 

지난 9월 수료를 하면서 꼭 한 번 인천견학을 오겠다고 하여 잡은 한글날 견학에 청주도시농부학교 수료생들이 함께 결성한 청주도시농업네트워크의 핵심 멤버들이 찾아왔다. 인천을 둘러보고 후기로 남긴 글을 공유한다. (일부 잘못된 정보는 수정 - 편집자)


 
어제(10.9) 청주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를 탐방했다.
 
학생들이 직접 가꾼 학교텃밭들. 그렇게 많은 잠자리를 언제 봤었는지, 나비와 곤충들의 자연스런 공존. 그야말로 생물종다양성이 그대로 살아있는 텃밭디자인에 놀랍고, 논까지 있어서 감탄연발이었던 구월초등학교이었다.

10년동안 공동체로 유지하고 있는 도림텃밭은 생태화장실에 텃밭도서관, 어린이들의 텃밭공간, 목공활동까지 모든게 도시농부들의 손길이 깊이 새겨지고 만들어진 공간들이었다.
해바람텃밭이라는 이름의 옥상텃밭을 마주했을때 우리 농부들의 감탄들이 터져나왔다. 인천남촌농산물도매시장 옥상에 자리잡아 시비로 조성될 수 있었던건 인천의 도시농부들의 오랜 기간의 땀들이 맺은 결실이었을 것이다. 나뭇잎 모양으로 조성된 텃밭과 함께 허브정원, 꽃정원, 지렁이상자 디자인도 훌륭하고, 무엇보다 퍼머컬쳐 디자인으로 텃밭의 구획이 조성되어 우리도 이렇게 해보자는 마음에 들뜨게 했다.

마지막 코스로 이음텃밭.
어찌보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대표적 공간이 아닐까 싶은 이 텃밭은 5천평 상당의 규모로 가장 특징적인 것은 수도시설과 전기시설이 없다는 것. 그러나 수도시설이 없다는 악조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는데 그것은 탄탄하게 형성된 텃밭공동체의 힘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음텃밭은 수백명의 회원이 참여하여 운영하며 그 속에 많은 텃밭동아리가 자율적으로 운영될 뿐만 아니라 상주하는 상근 활동가들이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가지고 있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그동안 17년 동안 매년 도시농부학교 기초과정, 전문가과정을 해오면서 거쳐간 연인원이 82만8천명이 넘는다는 놀라운 사실과 함께 학교텃밭강사진들 수십명이 양성되어 교육청에서 지난해까지만 해도 인천시 150여개 학교에서 텃밭수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는 점 등에 많은 귀감을 얻고 왔다.
 
모든 텃밭에 공통적으로 있는 것이 빗물저장고와 퇴비간이었다. 수도와 전기시설이 없는 이음텃밭엔 빗물저장고와 때론 둠벙을 이용하여 농수로 사용하고 있는데 전기시설은 태양광과 풍력을 이용하여 공동사무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기후위기시대, 식량위기와 먹거리 위기, 공동체 붕괴에 맞선 대안적 사회상, 운동상을 인천은 이미 실현하고 있는 듯하다.
새로운 사회라는 것은 장막이 완전히 새롭게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작은 틈바구니를 만들고 하나씩 땅을 일구듯이 이렇게 만들어지는 것일 것이다.
이제 우리 지역의 자원을 하나로 엮어가며, 우리 지역의 색깔로 틈바구니를 만드는 일, 작지만 미래를 만드는 일을 다시 시작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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