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10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성과공유회 & 후원의 날
단체의 1년을 돌아보고 후원과 활동으로 함께 하신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시간이 준비됐다.
1부는 '생태전환', '미래세대', '공동체'를 주제로 세 개의 토크쇼로 진행됐다. 각 주제로 전개된 이야기를 소개한다.
성과공유회 1부의 첫 번째 이야기는 도시텃밭에서 마주한 '생태로운 삶으로의 전환'을 주제로 네 명의 청년들의 목소리를 담았다.



기후 위기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것과 더불어 '생태전환' 이라는 말이 많이 들리고 있다. 도시농업이나 환경 분야의 교육을 받아본 사람들에게는 익숙한 단어지만 여전히 낯설게 느껴진다. '생태전환'이 무엇일까?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듣기 전에 '생태전환' 에 대한 정의를 소개했다.
생태; 단순히 생물이 사는 모습(Life)을 넘어, 생물과 그 주변의 환경(Habitat)이 관계맺고 살아가는 총체적인 상태
전환; 환경, 사회 구조, 경제 등 다방면에서 기존의 방식을 개선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틀을 바꾸고 실현하는 것
따라서 생태전환이란,
'삶의 전반을 관계와 공존 중심의 생태로운 방식으로 바꾸고 실현하는 과정'으로 정의될 수 있다.
농사나 시골살이, 관계 중심의 마을살이의 경험이 적은 청년과 미래세대에게 '전환'의 삶이란 더 어렵게 다가올 수 있다.
도시 텃밭에서 생태로운 방식으로의 삶을 접한 청년들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씨앗에 미친 청년, 성현영


별명도 '씨앗'인 성현영은 2017년 홍성 귀농캠프에서 '씨앗받는 농사' 강의를 접한 것을 계기로 토종농사를 시작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소모임인 씨앗이음에서 활동하고 있다.
'씨앗이음'은 씨앗의 가치를 알고 이를 이어가려는 도시농부들의 모임이다. 함께 토종씨앗으로 농사짓고, 채종과 나눔하는 활동을 한다. 남촌농산물도매시장 과일동 옥상의 해바람텃밭에 채종포를 꾸리고 있다.
씨앗이음은 2025년에 회원과 시민을 대상으로 4월부터 10월까지 <도시농부의 토종학교> 과정을 운영했다. 여러 종류의 토종 작물을 심고 다양한 활동으로 연계했다. 이제 막 씨앗을 알아가며 열정 가득한 모습의 신규 회원분들을 보면, 처음 토종농사를 시작했던 시절이 떠올라 뭐라도 더 도와주고 싶다고 한다.
올해 초 상근활동가를 그만두고 텃밭강사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지만 여전히 고민이 많다.
"각자의 분야에서 바쁜 기존회원들의 참여가 어려운 점도 있고, 공동체 농사도 쉽지는 않아요. 토종학교를 수료하신 분들과도 재밌는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저의 역량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그것도 걱정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텃밭강사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생계도 걱정이지만 공부를 더 하고 싶은 욕심도 있습니다. 그래도 내년에도 토종 농사는 계속될거예요. 함께 하실 분들 주저하지 말고 연락주세요!"
일상속에 스며든 도시농업, 김한얼


김한얼은 2025년에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도시농업전문가 양성 과정을 수강했다. 아버지께서 인천 남동구에 있는 만수마을이음텃밭에 예꿈마을지역아동센터로 텃밭을 하고 계셔서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를 따라 텃밭에 자주 갔다. 텃밭 활동을 도우며 즐거웠던 기억이 커 언젠가부터 농사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됐다.
도시농업전문가 과정은 농사 외의 것들을 생각하는 기회를 주었다.
"단순히 농사를 잘 짓기 위한 기술을 배울 줄 알았는데, 점점 도시농업은 제 삶, 일상, 관계 등에 깊숙이 침투하였습니다.
기후위기 시대에 생태적인 방식으로 작물을 키우고, 땅 위에 살아있는 모든 존재들과 함께 힘을 합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이기주의와 혐오가 만연한 시대에 함께 농사를 짓고, 서로 안부를 묻는 곁의 공동체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내가 먹고 있는 음식이 어디서부터 왔는지 얼마나 무신경 했는지, 모종을 사서 심고 수확하는데 그쳤던 나의 농사는 얼마나 반쪽짜리였는지, 하나하나 나의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살아갈 나날들을 새롭게 계획하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김한얼은 25년에 전문가 과정 외에도 뉴스레터 기자단과 씨앗냉장고 마련을 위한 토종농부단 활동을 병행해 열정적으로 함께 했다. 전문가과정 동기들과는 공동체텃밭을 시작해서 가을농사부터 함께 짓고 있다. 뚝딱뚝딱 농사짓고 수확물로 요리를 해먹는 것이 재밌어 초보 농부 활동을 유튜브로 만드는 계획도 생각하고 있다.
김한얼은 재주가 많다. 이후에 어떤 분야에서 활동하든 도시농업은 삶을 지탱해주는 든든한 지줏대가 될 것이다.
해바람텃밭에서의 3년, 최소율


남촌농산물도매시장 과일동 옥상에 위치한 ‘해바람텃밭’은 시민들에게 텃밭 체험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도심 속 텃밭이다. 활동가 두 분과 시민봉사단이 가꾸고 수확한 작물 대부분은 기부한다.
최소율은 이 곳에서 중학교 1학년때부터 고등학교 진학을 앞둔 지금까지 3년이라는 시간 동안 청소년 텃밭봉사단으로 성실히 활동했다. 도시에 사는 청소년이 텃밭이나 작물을 재배하는 경험을 접할 기회는 드물다. 봉사 기회가 제공되는 많은 선택지 중에 텃밭 봉사를 선택한 동기가 무엇인지 궁금했다.
“중학교 1학년 때, 학교생활기록부에 남길 봉사 시간을 위해 신청했어요. 초등학교 2,3학년 때 방과후 활동으로 텃밭 수업이 있었어요. 지금 해바람텃밭의 김태분 선생님이 그 때 텃밭 강사로 계셨어요. 텃밭 활동이 너무 재밌어서 자연스럽게 텃밭 봉사활동을 선택한 것 같아요.”
지난 3년 동안 최소율은 거의 매주 봉사 활동에 참여했다. 이 시간은 그에게 작은 변화를 가져왔다. 먹거리를 기르는 수고로움을 알면서 음식을 잘 남기지 않게 되고 환경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다. 친구들에게 텃밭 활동을 권유해서 함께 하기도 했다.
“‘협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텃밭은 그걸 몸으로 익히게 해요. 어떤 활동은 혼자 하면 시간도 걸리고 힘들어요. 함께 하면서 더 즐겁고 결과도 좋을 때가 정말 좋아요.”
최소율에게 텃밭은 봉사 시간을 채우는 장소를 넘어 돌봄과 관계와 생명을 가르치는 또다른 학교가 되었다.
생태, 자립, 함께살이의 삶. 조은빛

올해 9월,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전국의 텃밭 활동가를 초대하여 <공동체텃밭활동가 대회>를 개최했다. 조은빛은 군포 대야미마을에서 텃밭두레 모임인 ‘범밧골배어듦’의 두레지기로 함께 했다. 텃밭을 중심으로 함께살이를 실천하고 있는 그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서울에서 가까운 도시에서 ‘농’을 기반으로 살면서 자급이 가능한지 궁금할 거예요. 저는 가능하다고 해요.”
150평 논농사와 350평 밭농사를 짓고 있다. 밭농사는 물론 논농사도 손으로 한다. 매주 월요일에는 6명 정도의 두레회원이 이 곳에서 함께 농사를 짓는다. 수확된 농산물은 자급하고 마을밥상에도 공급한다. 2인 가족의 식재료 자급률은 놀랍게도 80~90% 가까이 된다.
마을밥상을 시작한 지는 올해로 2년이 넘었다. 매주 목요일 저녁 6시~8시에 마을밥상이 차려진다. 전국귀농운동본부가 이 시간에 사무실을 기꺼이 내주었다. 덕분에 목요일 저녁이 되면 사무실은 밥 냄새와 사람들의 온기와 이야기로 채워진다. 국과 밥에 찬 두어 가지. 범밧골에서 그때그때 수확한 작물이 식재료가 되다보니 어떤 찬이 나올지는 당일 아침에 결정된다.
마을밥상이 가져온 변화는 컸다. 밥 먹으며 주고받은 얘기들이 씨앗이 되어 모임들이 만들어지고 공동체의 크고 작은 일들을 나누게 되었다. 마을밥상 전에도 공동체의 문화가 있었지만 ‘식구’가 되고 나서 연결의 확장성과 밀도가 달라졌다고 한다.
범밧골배어듦이라는 공동체 활동을 이어가면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농적인 삶을 중심으로 식의주락(먹거리, 입을거리, 지낼거리, 놀거리)의 전환을 만들어가고 그 속에서 자립을 모색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을 ‘생태로운 농사’라고 보았다.
“생태라는 말을 처음에는 자연이나 환경의 의미로 이해했지만, 갈수록 그것이 가지는 의미가 ‘관계’와 ‘연결’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자립도 마찬가지예요. 처음에는 내가 열심히 해서 농사를 잘 지어서 자립하는 것을 생각했어요. 그런데 자립 또한 관계와 연결 안에서만 가능하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너와 나의 경험과 가지고 있는 것을 서로에게 나누면서 자립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어요. 결국 관계가 없다면 나의 자립도 없는 것이죠.”
생태, 자립, 함께살이 이 세 가지는 조은빛 두레지기의 삶을 세우는 중요한 기준이 되고 있다.
이 자리를 계기로 도시텃밭에서 생태로운 삶의 전환을 마주한 청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청년들의 이야기는 내게도 울림이 되었다.
생태전환은 결국 내가 세상, 이웃, 존재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는가를 고민하고 실천하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 아닐까?
1부 생태전환 주제 토크쇼는 영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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