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미로 도시를 경작하라!

지구를 살리는 도시농부들의 공동체

들깨 5

[제11화: 소서] 비와 풀과 함께 사는 법

[제11화: 소서] 비와 풀과 함께 사는 법 하룻밤 사이에 버섯이 돋았다.비가 며칠 이어진 뒤 아침에 텃밭에 나가보면, 멀칭해둔 마른 풀 더미 위로 자잘한 버섯이 우산을 펴고 올라와 있다. 어제까지 없던 것인데 심은적도 없는 녀석이 올라왔으니 놀랄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오히려 좋은 징조이다. 버섯은 죽은 유기물(리그닌, 목질)을 분해하는 균류(미생물)이다. 마른 풀과 낙엽을 흙으로 되돌리는 일을 한다. 흙 속에서 그 일이 한창이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던 흙의 살림이, 장마 습기를 빌려 잠깐 얼굴을 내민 것이다. 소서(小暑)의 텃밭은 그렇게 젖은 채로 부산하다.절기 이야기: 작은 더위, 그러나 만만치 않은소서(小暑)는 24절기 중 열한 번째 절기로, 양력 7월 7일 무렵에 든다. 한자를 풀면 '..

[소자농의 자연농사] 감자 수확하고 두 달, 그 빈 밭에 들깨를 심으세요

[소자농의 자연농사] 감자 수확하고 두 달, 그 빈 밭에 들깨를 심으세요감자를 캐고 나면 밭이 두 달쯤 빕니다. 김장채소 심기엔 아직 이르고, 그냥 두자니 아깝고. 그 자리에 들깨 모종을 한번 꽂아보세요. 잡초 걱정, 들깨가 대신 해줍니다풀을 뽑지 않고 버티려면 먼저 그늘을 만들어야 해요. 들깨는 한여름이 되면 넓은 잎을 활짝 펼쳐 밭 전체를 덮거든요. 햇빛이 차단되니 잡초가 기를 못 씁니다. 수분도, 지온도 안정적으로 잡아줘요. 장마철 폭우가 흙을 쓸어가는 것도 막아줍니다. 깻잎을 먹으면서 흙을 만듭니다여름 내내 깻잎을 따먹을 수 있으니 텃밭 활용도도 높고요. 들깨를 베어낸 자리에 남은 줄기와 뿌리가 썩으면 그게 그대로 유기물이 됩니다. 미생물의 먹이가 되고, 흙이 부드러워지고, 가을 김장채소가 자리 ..

[소자농의 자연농사] 풀을 없애려 하면 질 수밖에 없다

[소자농의 자연농사] 풀을 없애려 하면 질 수밖에 없다 마늘을 다 캐고 난 자리. 맨흙이 드러난 지 이틀, 벌써 풀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이게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풀씨는 이미 거기 있었거든요. 내가 흙을 건드리기 전부터요. 농사는 작물을 기르는 기술인 동시에, 풀과 공존하며 관리하는 기술이에요. 풀의 생태를 이해하면 김매기 노동은 줄고, 작물은 훨씬 안정적으로 자랍니다. 김을 매도 매도 또 올라오는 이유조선 후기 농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김매기 시기를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6월까지는 손이나 호미로 어린 풀을 뽑고, 7월 이후에는 낫으로 베어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요. 지금 텃밭에도 그대로 쓸 수 있는 원칙이에요. 풀이 끈질긴 데는 이유가 있어요. 밭흙에는..

[제8화: 소만] 찔레꽃 그늘 아래, 푸르게 부풀어 오르다.

소만, 차오르는 계절에 텃밭에서는산기슭 길가, 사람 손 닿지 않는 빈터마다 하얀 찔레꽃이 무더기로 피어납니다. 은은한 향기의 찔레꽃, 옛 어른들은 찔레꽃 피는 시절을 '보릿고개'라 불렀습니다. 가을에 거둔 곡식은 진작에 바닥났고, 들판의 보리는 아직 패지 않아 익기를 기다리는 시간입니다. 배고픈 아이들은 산비탈에 올라 찔레순을 꺾어 입에 물었습니다. 갓 올라온 연한 새순은 풋풋하고 달큼해서 잠시나마 허기를 잊게 해 주었다고 합니다. 어린시절 이맘때 재미삼아 꺾어 먹어보돈 찔레순의 맛이 아슴프레 기억이 날 듯합니다. 입하의 이팝나무가 흰쌀밥의 풍요 꿈꾸었다면, 소만의 찔레꽃은 그 풍요가 오기 직전, 가장 허기진 시간을 견뎌낸 사람들의 이야기입니다. 만물은 푸르게 부풀어 오르고 있으나, 정작 사람의 곳간은 ..

[제7화: 입하] 흰쌀밥이 나무에 피었습니다

[제7화: 입하] 흰쌀밥이 나무에 피었습니다— 5평 생태 텃밭, 여름을 세우는 법 흰쌀밥 한 그릇이 나무에 피었습니다. 도심 가로수 길을 걷다 문득 고개를 들면 이팝나무가 온몸에 탐스러운 흰 꽃을 소복하게 달고 서 있습니다. 이팝나무라는 이름 자체가 '이밥나무', 즉 흰쌀밥을 닮은 꽃이 피는 나무에서 왔다는 말이 있을 만큼, 꽃송이 하나하나가 밥그릇에 소복하게 담긴 쌀밥을 닮았습니다. 그런데 이 나무는 매년 어김없이 입하(立夏) 무렵에 맞춰 꽃을 피웁니다. 봄바람에 꽃잎이 흩날리기 시작할 무렵이면, 땅은 이미 봄의 문턱을 슬그머니 넘어서 있습니다. 만물이 푸르게 일어서는 절기, 입하입니다. 절기 이야기: 짙어지는 녹음 속에서 여름을 세우다입하(立夏)는 24절기 중 일곱 번째 절기로, 양력으로는 보통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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