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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도시농부들

[토종농부단] 여섯 번째 이야기 '텃밭 관리하기, 토종밀 파종'

by 오목눈이! 2025. 10. 21.

 

 

토종농부단의 짧은 방학동안 매일매일 비의 연속이었습니다. 비가 그친다는 소식이 들리는가 했더니 이제는 패딩을 꺼내야 한다는 소식이 왔습니다. 비가 그친 토요일 아침, 추운 공기를 가르며 서창동 텃밭으로 나섰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배추 무름병 소식을 들어서인지 토종농부단 활동을 하러 나가는 길이 더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잘 자라 있어야 할 텐데..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 씨앗과 함께 서창텃밭을 둘러보니 오목눈이의 걱정이 무색하게도 아주 옹골차게 배추 한 아이 한 아이가 자리잡고 있었습니다. 지금껏 속이 꽉 찬 배추가 온전한 것이라고 생각했던 오목눈이 기자였습니다. 그런 배추가 아니면 농사를 못 지은 것이라 생각하고 제 밭의 배추들을 부끄러워했습니다. ‘일찍 심는다고 능사가 아니에요’라는 씨앗의 말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비와 가뭄, 더위와 추위, 이제 날씨에 ‘적당히’가 사라지고 있습니다. 기후위기를 절실히 느끼고 있는 요즘. 그에 맞게 우리의 농사도 조정이 필요하고, 심는 작물들도 적응해 나가야하는 건 아닐까 싶습니다. 더불어 속 찬 노란 배추가 아닐지라도, 벌레와 날씨 피해 없이 튼튼히 크는 배추들에 만족할 수 있는 마음도 배울 때라는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아직 오지 않은 농부님들을 기다리며 씨앗이 곡성에서 가져온 감을 깎아주었습니다. 씨앗의 아버지가 태어나실 때 심었다는 감나무, 50년이 훌쩍 넘은 감나무에서 나온 감 맛은 정말 끝내줬습니다. 어떤 선생님은 ‘어쩜 사과처럼 아삭거리는지’ 하며 식감에 감탄하셨습니다. 맛도 달달함이 일품이었습니다. 50년 넘는 세월 꽃이 피고 지고, 감이 달리고,  떨어지며 한 가족의 양식이 되어준 감나무의 씨앗을 토종농부단 모두 하나 둘씩 싸갔습니다. 내년 봄에 그 시간을 품은 감나무가 우리 밭에서 잘 자라주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이날은 비어있는 밭에 토종밀을 파종하는 날이었습니다.

우선 밭에 난 풀들을 베어냈습니다. 비가 와준 덕에 풀들을 베지 않고 쉽게 뽑을 수 있었습니다. 예쁘게 핀 꽃들도 있었고, 무럭무럭 자란 쪽파도 있었는데요. “미안하다~” 하며 다들 밭을 정리했습니다. 아참참 잠자고 있다가 봉변을 당한 지렁이에게도 "미안하다~"해주었습니다.

 

 

 

 

정리된 밭에 검지 손가락 정도의 간격을 두고 구멍을 콕콕 냅니다. 발아율이 조금 걱정되어 5알씩 구멍에 넣어주었습니다. 비가 와서 땅이 많이 질기 때문에 위에 흙은 너무 꼭꼭 누르지 않습니다. 

 

 

 

 

작업을 마칠 즈음 조이의 짝꿍이 갓 나온 식빵을 사왔습니다. 한 토종농부님은 햅쌀로 직접 담근 술을 싸오셨습니다. 춥고 서늘한 공간이었던 서창텃밭이 어느새 따끈한 김이 모락모락, 웃음이 번지는 공간이 되었습니다. 

 

 

 

 

다음 11월 모임에서는 키운 배추를 수확하고 겉절이를 만들어서 수육과 함께 먹을 예정인데요! 다들 각자 무얼 바리바리 싸와야할까 고민하며 오늘의 모임을 마쳤습니다. 흐음 오목눈이는 뭘 가져가야할까요~? 다음 모임까지 골똘히 고민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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