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솥 밥 요리에 푹 빠졌다. 예전에는 솥 밥이라고 하면 솥 밥만 전문으로 하는 식당에나 가서야 먹을 수 있는 걸로 여겼는데, 막상 내 손으로 해보니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오히려 특별한 반찬이 필요하지 않고, 솥에 밥만 지으면 일품요리가 완성되니 품이 덜 들었다.
요즘 뭐 해 먹고 있어?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요즘 무얼 해먹고 있느냐며 수다를 떨다 솥 밥 이야기를 들었다. 한식은 반찬이 있어야 구색이 갖춰지는데, 몇 가지만 만들어도 주방에 서 있는 시간이 한 시간이 넘어간다. 남은 반찬을 며칠 걸려서 먹어치우는 것도 고역이다. 이런 나의 불평에 친구는 솥 밥을 추천했다. 솥 밥은 반찬이 필요 없었다. 밥이 거의 다 지어지면, 밥 위에 재료를 얹기만 하면 된다는 말에 귀가 솔깃했다.


쌀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
솥밥 전문점에서 고구마와 당근, 연근을 넣어 갓 지은 밥을 먹었던 적이 있다. 강된장을 얹어 잎채소에 쌈을 싸 먹었을 뿐인데도 두고두고 입맛을 다실 정도로 맛있었다. 쌀을 가장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 중 하나가 솥에 밥을 지어 바로 먹는 것이다. 별난 반찬 없이 그냥 밥에 김치만 곁들여 먹어도 맛있다.
무쇠로 만든 솥을 얻었다
솥 밥 짓기의 첫 단계는 솥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살림의 고수인 시어머니께 혹시 여분의 솥이 있는지를 여쭤보았다. 평소 어머니는 같은 종류의 가재도구를 두세 개는 기본으로 갖고 계시곤 했다. 무거워서 안 쓰신다는 무쇠로 만든 솥을 받아왔다. 3~4인분의 밥을 지을 수 있는 크기에 한 손으로는 절대 들 수 없는 무게였다.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아서 2인분의 솥 밥을 만들기에 적당했다.
나의 첫 솥 밭
나의 첫 솥 밥은 평범하지 않았다. 처음이니 평범하게 전기 밥솥으로도 해먹던 콩나물이나 무 밥에 도전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그날따라 친구가 보내온 사진 한 장에 혹했다. 바로 동글동글한 소시지와 올리브가 들어간 솥밥이었다. 남편이 제일 좋아하는 것이 바로 소시지였다. 처음 해보는 솥 밥인데 함께 밥을 먹는 남편이 좋아하는 걸 해주고 싶었다.
마트에서 프랑크 소시지와 절인 올리브 한 병을 사왔다. 솥에 밥을 안치고, 밥이 되는 동안 올리브를 체에 올려 물기를 빼고 소시지를 송송 썰었다. 밥 뜸을 들일 때 소시지와 올리브를 올려놓고 십 분 정도 뜸을 들였다. 소시지와 올리브를 밥과 잘 섞어서 대접에 담아 저녁상을 차렸다. 올리브가 짜서 따로 양념장을 만들지 않았다.
소시지와 올리브를 넣은 솥 밥을 남편은 맛있게 먹었다. 반면, 나는 거의 먹지 못하고 물만 엄청 마셨다. 내 생각보다 올리브가 너무 짰다. 나중에 친구에게 물어보니 올리브가 소금에 절여서 오는 거라서 많이 짜다며, 물을 갈아가며 소금기를 빼야 한다고 했다. 그걸 모르던 나는 소금소태를 밥에 넣은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안 짰냐고 물어보자 남편은 먹을 만은 했다고 말하는데 그래서 더 미안했다.
가장 즐겨하는 가지 밥
내가 가장 좋아하는 솥 밥은 가지를 넣은 것이다. 딱딱한 채소의 경우 뜸들일 때 넣으면 밥이 다 될 때까지 익지 않는 경우가 있는데 가지는 금새 익어서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익은 가지는 쌀밥보다 더 부드럽고 감칠맛이 폭발한다. 여름이 좋은 건 가지를 양껏 먹을 수 있어서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번 여름에 가지밥을 많이 먹었다.
채소의 단 맛과 양념 간장의 짠 맛
그 외에 양배추와 참치를 넣거나 콩나물과 무를 얹어 솥밥을 지었다. 채소의 단 맛과 짭쪼름한 양념간장과 어우러지니 단짠단짠의 조화가 기가 막힌다. 나는 익히지 않은 채소를 밥 뜸 들일 때 넣어서 밥과 익혀 나중에 양념간장에 비벼먹는 것을 선호하지만, 다른 방법도 있다. 솥에 쌀밥만 하고 미리 간을 해서 볶아둔 채소를 밥 뜸 들일 때 올리는 것이다. 이러면 양념간장이 필요가 없고 살짝 익혀 쫄깃한 채소의 식감도 느낄 수 있다.



밥을 할 때 단백질을 보충하기 위해 콩을 넣곤 한다. 생콩이 아닌 마른 콩은 쌀과 함께 불리면 잘 익지 않는다. 미리 콩을 하루 정도 불려서 냉동실에 넣어두고 밥 지을 때마다 조금씩 꺼내서 쌀 불릴 때 물에 넣어 해동하면 편하다.
고기와 생선에도 도전해 보자!
고기나 생선은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솥 밥 재료로 삼기엔 걱정이 앞선다. 양념을 강하게 해야 냄새가 안 나는데, 나는 재료 자체의 맛보다 양념 맛이 더 진한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래도 가끔 맛있어 보이는 요리 레시피를 보면 마음이 동한다. 표고버섯과 소고기 솥밥이나 연어 솥 밥, 전복 솥 밥, 닭고기카레 솥 밥은 언젠가 도전해 보고 싶다.
<토달의 레시피 : 가지 솥 밥 2인분. 1시간 소요>
1. 쌀 한 컵(300ml)을 씻어 30분 동안 불린다. 쌀 양은 먹는 밥 양에 따라 조절한다.
2. 쌀을 불리는 동안 가지를 깨끗이 씻어서 썰어둔다. 길게 반으로 잘라서 어슷하게 토막낸다.
3. 양념장도 미리 만들어둔다. 간장 2, 식초1, 액젓1, 매실액1, 참(들)기름1, 간마을1, 고춧가루와 깨소금 약간, 쫑쫑 썬 파를 넣는다.
4. 솥에 밥을 안친다. 물은 불리기 전의 쌀과 동일한 양을 넣는다.
5. 불을 켜고 강불에 5분간 끓인다. 시간은 솥 두께에 따라 달라진다. 밥물이 끓어넘치거나 뚜껑을 열어보니 밥물이 거의 없다면 약불로 줄이고, 썰어둔 가지를 올려 다시 5분간 끓인다.
6. 뚜껑을 열고 가지와 밥을 나무 주걱으로 섞는다. 불을 끄고 5분간 뜸을 들인다.
7. 뜸을 들이는 동안 취향에 맞게 계란후라이를 한다. 싫어한다면 안 넣어도 좋다.
8. 대접에 가지와 밥을 골고루 옮겨 담고 계란후라이를 얹는다. 양념장을 곁들여 상을 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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