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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토달의 에세이

마음이 흐뭇해지는 감자 샐러드

by 토달볶음 2025. 8. 20.

 

 생각보다 영양가가 높은 감자

 

  하지감자가 출시될 때가 오면 가슴이 설렌다. 감자 샐러드를 마음껏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감자 샐러드는 차갑게 먹는 음식이라 여름에 잘 어울리고 영양가가 높다. 감자는 구황작물로 알려져 있지만, 탄수화물과 비타민C가 풍부하고 단백질까지 들어있어 완전식품에 가깝다. 으깬 감자에 삶은 달걀과 각종 채소를 넣어 샐러드를 만들면 다채로운 맛과 식감을 즐길 수 있다.

 

으깬 감자와 삶은 계란, 채소를 다져서 만드는 감자 샐러드

 

빵에 발라 먹기 좋은 감자 샐러드 

 

  맛도 맛이지만 감자샐러드는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다. 나는 점심을 아침보다 가볍게 먹고, 아침식사를 든든하게 먹는다. 저녁을 오후 5시에 먹고 아침 6시에 일어나니 12시간 넘게 공복으로 있는 셈인데, 배가 안 고플 수가 없다. 반찬을 푸짐하게 늘어놓고 아침상을 제대로 차린다. 이렇게 잘 먹으니 점심식사는 상대적으로 간단하게 먹고 싶은 마음이 든다. 이럴 때 빵에 감자 샐러드를 얹어서 먹으면 안성맞춤이다.

 

  폭염이 계속될 때 피신을 간 도서관에서 점심 메뉴를 나와 같은 것으로 선택한 사람들을 보았다. 어린이와 청소년, 부부로 이루어진 가족이었다. 그들은 시원한 도서관 휴게실에서 식빵 한 봉지와 잼 병, 감자 샐러드 한 통을 늘어놓고 만찬을 즐겼다. 나도 옆 테이블에서 감자샐러드를 두껍게 넣은 호밀빵 샌드위치를 손에 들고 한 입 베어 물던 참이었으니, 사람 마음은 마찬가지인가 보다.

 

왼쪽은 블루베리 베이글에 얹은 감자샐러드, 왼쪽은 호밀 식빵에 얹은 감자 샐러드다. 도시락으로 갖고 다니기 좋다.

 

 

주재료는 감자, 부재료는 냉장고 속 채소들

 

  여름이 오면 일주일에 한 번은 반드시 감자샐러드를 만든다. 감자샐러드를 만들 때는 시간이 충분해야 한다. 먹을 때는 순식간이지만 만들 때는 품이 많이 들어간다. 주재료인 감자와 부재료인 채소들을 씻고 껍질을 벗기는 것부터 시작해서 달걀과 감자를 삶고, 양파와 당근, 오이, 파프리카 등 채소를 종류별로 다진다. 여기까지 하면 감자샐러드를 거의 다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 이제 마요네즈를 적당히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모든 재료를 잘 섞으면 끝난다.

 

전동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칼 한 자루와 포크 하나로 감자 샐러드를 만든다

 

 

전동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손으로 직접 썰기

 

  채소가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다듬는 것도 일이지만 다지는 게 제일 힘들다. 다지는 기계를 사용하면 채소를 한꺼번에 빠르고 손쉽게 다질 수 있지만, 나는 칼을 들고 내 손으로 다지는 걸 좋아한다. 채소들이 저마다의 특성을 가졌다는 것이 머리가 아닌 손으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당근은 오이보다 단단해서 칼을 쥔 손목에 힘을 줘서 조심히 썬다. 양파는 눈이 매우니 후다닥 빨리 썬다. 파프리카는 사각사각 시원스레 칼날이 지나가지만 모양이 울퉁불퉁해서 어떻게 잘라야할지 고민이 된다. 큰 감자는 감자 칼을 이용해 껍질을 벗겨서 찜 틀에 넣고, 작은 감자는 찐 후에 손톱으로 살살 껍질을 벗긴다. 감자가 식지 않아야 부드럽게 으깨지고 다른 재료와 잘 섞이기 때문에 뜨거울 때 껍질을 벗겨야한다. 손을 데지 않도록 감자 껍질을 벗기기가 쉽지 않지만, 감자의 모양이 고르지 않고 울퉁불퉁하기 때문에 오히려 감자칼로 껍질을 제거할 때보다 손실이 적다.

일본감자(레드문)은 크기가 작아서 껍질째 찐 후에 손톱으로 살살 껍질을 벗긴다

 

 

내 손으로 하나하나 요리하는 즐거움

 

  내가 직접 기르지 않은 채소라도 씻고 다듬고 요리에 맞춰 자르고 익히면 마치 내가 기른 것처럼 뿌듯한 마음이 든다. 내 손으로 하나하나 재료를 손질하며 손으로 재료와 대화를 나눈다. 오이 속이 덜 여물면 아쉽고 파프리카가 탱탱하면 제 때 온 것이라 반갑다. 달걀노른자의 빛깔이 선명하면 쾌재를 부르고 감자가 덜 익어 제대로 부서지지 않으면 망했다며 울상을 짓는다.

 

  이렇게 재료를 하나하나 자르다 보면 시간과 힘이 든다. 손목이 아프고 주방에 오래 서 있어서 다리도 뻣뻣해진다.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요리를 만들었다는 게 자랑스럽다. 만들 때마다 맛이 조금씩 달라지는 게 재밌고 그때그때 먹고 싶은 재료를 넣을 수 있어서 신이 난다. 단순한 작업이 주는 쾌감이 있다. 명상하는 것처럼 복잡한 생각이 정리되고 머리가 맑아진다. 버리는 것이 거의 없고 설거지가 편하다는 것도 장점 중 하나다.

 

왼쪽부터 자주감자, 홍감자, 일본감자로 만든 감자 샐러드

 

토종감자로 감자 샐러드 만들기

 

  얼마 전에 도시농업네트워크에서 토종감자를 5종류 구입했다. 늘 시중에 파는 수미감자만 먹다가 토종감자라고 하니 호기심이 일었다. 어떤 낯선 맛이 날지 궁금했다. 일본감자(레드문)자주감자처럼 보라색이나 붉은 빛이 나는 것도 있고 속노랑 고구마처럼 속살이 샛노란 홍감자도 있어서 눈이 먼저 즐거웠다. 토종감자는 수미감자보다 쫀득하고 고소했다. 쪘을 때는 맛이 조금씩 달랐지만 감자샐러드를 하면 큰 차이가 없었다. 감자는 워낙 담백하기 때문에 특유의 맛이 다른 재료에 묻히는 것 같다. 샐러드에 들어가는 채소의 양에 따라 맛이 조금씩 바뀌지만, 어떤 종류의 감자를 사용하더라도 감자샐러드는 기본적으로 담백하고 고소한 맛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토종감자들 (왼쪽부터 홍감자, 자주감자, 일본감자이다. 1kg씩 봉지에 들어있었다)

 

내년의 감자를 기대한다

 

  감자가 넉넉하면 마음이 흐뭇해진다. 여름이 오면 기꺼이 감자샐러드를 만들기 위해 오래 주방에 선다. 감자샐러드는 가볍게 먹기 좋지만 만드는 과정은 지난하다. 그래도 그 힘듦이 즐거운 건 내 손으로, 내 입맛에 맞게, 내가 먹을 음식을 만든다는 기쁨이 있기 때문이다. 이제 토종감자의 맛을 알았으니 앞으로는 더 맛있는 감자샐러드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말복이 지나니 살며시 찬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감자를 흐뭇하게 먹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서 아쉽지만 내년에는 또 새로운 감자를 만날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키운 감자와 채소를 넣어 감자샐러드를 만들 날을 기대해 본다.

 

 

<토달의 레시피 : 감자 샐러드 1주일분>

1.감자를 삶거나 찐다. (손바닥 반정도 크기의 큰 것은 2개, 작은 것은 4개 정도 )

2.달걀 2개를 삶는다. 

3.오이 1/2개, 당근 1/2개, 파프리카 1/2개, 양파 1/2개를 다진다.

너무 잘게 다지면 씹는 맛이 없지만, 너무 크게 자르면 맛이 겉돈다. 적당히 자기 취향껏 다진다.

(감자와 달걀을 불에 올려놓고 타이머를 맞춰두고 하기를 권한다.)

4.감자를 으깬다. (매셔라고 감자 으깨는 도구가 따로 있지만, 푹 익힌 감자는 포크로도 쉽게 잘린다.)

5.삶은 달걀을 포크로 잘라서 채소와 섞는다. 

6. 4를 위의 6과 합치고,  마요네즈를 적당히 넣고 소금과 후추로 간 한다.

7.6을 포크로 휘저어 가며 섞는다.

  감자의 전분과 달걀 노른자, 마요네즈가 엉겨서 채소 다진 것과 완전히 섞이면 완성이다.

마요네즈는 취향껏 넣는다. 적게 넣으면 매우 건강한 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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