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지역탐방은 대구지역으로 다녀왔습니다. 아시다시피 8월 한달 얼마나 더웠는지 일하기가 어려울 정도였죠. 사무실도 그렇고 텃밭은 두말하면 잔소리고요. 그런 와중에 대구에 가려고하니 다들 원망이 많았습니다. 왜 대구일정을 8월에 잡았냐는 것이죠. 대프리카 더위로 알려진 대구니까요. 하지만 최근 사정은 다르죠. 대구가 특별히 덥다고 느끼지 못할 만큼 전국이 더위로 한달내내 힘들었으니 별 차이가 없다는 위로를 드리며 대구로 향했습니다.
대구의 도시농업은 초창기 굉장한 관심과 투자가 있었습니다. 2-3회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를 유치하기도했고, 대구도시농업네트워크가 결성되어 민관에서 도시농업 초기논의가 시작되기도 했구요. 무엇보다 1회 도시농부 전국대회(동지대회)가 열렸던 곳이기도 합니다. 2012년 눈이 내리던 동지대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합니다.
다른지역도 비슷하지만 10여년 이어오면서 도시농업의 정체기를 맞고 있지만 그때부터 꾸준히 활동을 이어가는 단체와 도시농부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이분들이 새로운 시도와 결심을 하고 있고요. 대구지역 도시농업단체들의 협의회인 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에도 새로운 단체가 가입을 하기도 했습니다.
행복한 마을공동체를 도시농부들과 함께, 김지형 대표
이번에는 텃밭공간보다는 도시농부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탐방기를 쓰려고합니다. 김지형 대표는 대구 북구중에서도 강북지역에 기반을 두고 마을만들기 활동을 하는 단체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작은도서관(도토리도서관)부터 다양한 소모임, 지역행사 등을 통해 지역공동체활동을 하는 '행복한 마을공동체 북구in'의 회원들과 텃밭농사를 재미있게 짓다가, 마참 도시농업 법, 조례 등을 통해 제도적인 지원이 꿈틀거리자 본격적으로 도시농업활동을 모색하고 시작하게 되었죠.
강북도시농부학교를 해마다 열어서 지역주민들과 텃밭을 시작하고, 북구청과 함께하는 텃밭운영도 시작했습니다. 구청에서 농지만 임대를 해주고 사실상 김지형대표가 운영을 하는 형태로 시작한 공영농장에서 시작해, 최근에는 국비지원을 받아 그동안 고민되었던 다양한 도시농업모델을 경험할 수 있는 농장을 기획하고 조성하게 되었습니다. 그 농장이 이번에 방문한 '도남농장'입니다. 2017년에도 대구를 방문하면서 농장운영에 대해 들어보기도 했는데, 꾸준하게 활동을 이어갔기 때문에 이번 새로운 시도도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도남체험농장은 작년부터 구청과 긴밀히 이야기하면서 준비했습니다. 인근지역이 대부분 농지에요. 농장에 들어오면서 계속 이어지는 논들도 많죠. 구청에서 임대하고 국비지원으로 받아 올해 조성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에 담당 공무원이 바뀌면서 조금 일정이 늦어지기도 했지만, 차근차근 시설도 설치하고 있는 중이고요. 특히 기대가 되는 것은 바로 논입니다. 논을 통해 다양한 프로그램과 볼거리, 체험거리를 만들고 운영하는 것에 기대가 큽니다.
김지형 대표는 그동안 도시농업을 꾸준히 하면서 대구 북구주민들에게 "도시농업은 이런 것이구나"라고 느낄 수 있는 농장으로 만들어가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기본이 시민들에게 텃밭분양하는 것이지만 그것만이 아니라 다양한 체험거리가 있고 이를 통해 아이들, 주민들이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꿈꿉니다. 그래서 대구의 공동체를 만들어가는 핵심적인 역할을 텃밭으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큽니다. 도시농업은 그런 아주 큰 힘이 있으니까요.
사실 김지형 대표는 재능이 여러가지로 많습니다. 최근에는 드로잉 영상을 정기적으로 올리는 유튜브채널도 개설할 정도로 그림솜씨가 수준급이죠. 그리고 기타치며 노래하는 노래솜씨도 좋습니다. 이건 이날 밤에 둘이서 2차 뒷풀이를 하며 나누었던 이야기인데, 동지대회 때 공연도 해줄 수 있다고 했어요. 윤도현, 강산에, 김광석 쌉가능. ^^
이날 탐방에는 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 주요 도시농부들이 모였습니다. 뒤에 소개하겠지만 에코팜잉, 우포생태관광연구소에서도 오셨고, 도남농장에서 서로 소개하는 장면과 김지형대표 인터뷰 영상도 공유합니다. 매미들이 인터뷰를
대구 1기 생태텃밭강사, 김성수 대표
에코팜잉 협동조합 초창기를 이끌어왔고, 지금도 주축으로 활동을 하시면서 몇 년 전부터 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 대표를 맡고 있는 김성수대표는 도시농업활동 10년의 경험으로 이후 활동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새롭게 시작한 활동은 북구청 농장의 운영을 맡았다는 것입니다. 북구청에서 운영하는 공영농장 2곳인 동변농장, 팔달농장은 북구in 김지형 대표가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최근 도남농장을 시작하면서 여기에 집중을 하고 운영역량이 있는 에코팜잉에 협조를 구해 2개의 공영농장을 운영관리하는 것을 맡게 되었습니다.
김성수 대표는 에코팜잉활동과 공동체에 대한 고민을 최근에 많이 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활동가들 특히 젊은 활동가들이 어떻게 참여하고 지속적으로 활동할 수 있을까 하는 것이죠. 최근 조합에 사무실 근방에 도시농업카페를 내는게 어떻겠냐는 의견을 냈는데 현실적인 이유로 시작하지는 못했다고 합니다. 도시농업카페를 통해 시민들과 도시농업의 접점을 높이는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고민이죠.
올해 동변농장, 팔달농장을 맡으면서 조합원들이 돌아가면서 텃밭도 둘러보고, 참여자들에게 도움도 주고 있습니다. 특히 매월 참여자들 교육프로그램을 준비해 운영하는 걸 하고 있습니다.
"갱상도는 공동체가 안돼요"
최근에 전국도시농업시민협의회 활동가 수련회를 다녀오면서 공동체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그동안 나혼자만 가치있는 활동을 해왔구나, 함께 하는 가치에 대해 고민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내 입장이 아니라 참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어떻게 함께 만들어갈지를 고민한답니다. 그래서 농장에서도 참여자들이 하고 싶은 것을 중심으로 모으고 조합원들도 관심있는 주제의 사람들과 만나게 해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텃밭에는 인근에서 고라니도오고 멧돼지도 오고하면서 농작물 피해가 나기도 한다는데요. 이럴 때마다 김성수 대표는 "산신령님한테 세금 줬다고 생각하라고 말한다"고 합니다. 농사짓다는 것을 너무 수확중심으로 생각하는 욕심을 내려놓으면 더 재미있고 신기한 일들이 생길거라는 거죠.
본인도 도시농업을 시작하고 지금까지 열정을 가지고 하는 이유가 60평생 몰랐던, 벌레도 알게되고 풀과 꽃도 만나게 되면서 새로운 것을 알게되는 즐거움을 느꼈다고 합니다. 도시농업의 그런 매력 때문에 힘들다면 힘든 협동조합운영과 강사활동을 계속하고 있다고 합니다.
농부 아니고 놀부, 오승건 에코팜잉 조합원
언제부터인가 대구 도시농부중에 입담이 좋은 선생님이 행사 때마다 참여하셔서 아재개그 같으면서도 신박한 말재주로 주변을 웃게 만드시는 분이 계셨는데요. 바로 에코팜잉에 오승건 선생님입니다. 나름 그런 이야기들을 '도시농업 입문학'이라고 표현하시면서 표정하나 바뀌지 않고 웃게 만드십니다. 저는 많이 웃었거든요. 이번에 본인을 소개하실때도 농부가 아니라 텃밭에서 노는 놀부라고 소개해주셨죠.
지난 5월에 대구에 올 일이 있어서 위에 소개된 분들과 오승건 선생님이 멀리서 왔다고 저에게 닭똥집을 대접해주신 일도 있었는데 3달만에 만났는데, 레퍼토리가 다시 달라질 만큼 항상 새롭습니다.
인생은 생노병사가 아니라, 생농병사랍니다. 낳아서 농사짓다가 병들고 죽는... 김성수 대표님이 오승건 선생님에게 조합활동을 제안하실 때에도 같이 텃밭에서 놀자고 했답니다. 함께 놀 수 있는 분이 있다면 계속 활동을 할만 하지 않을까요?
생태춤 창시자, 노용호 박사님
올해 초, 겨울이었던 것 같은데 사무실로 한통의 전화가 걸려왔습니다. 우포늪에서 활동하는 누구인데 이음텃밭 책을 보고 감명을 받아서 전화했다고... 이후에 제가 전화를 받아 오랫동안 통화를 했습니다. 이렇게 받은 전화는 2015년 유형민 당시 소방서장님 말고는 처음인 것 같습니다. 어쨋든 이음텃밭 책을 받아볼 수 있었던 것은 김성수대표님과 인연으로 건네받았고 많은 감명을 받았다고 합니다.
노용호 박사님은 창녕 우포늪에서 태어나 이 지역에 대한 애정이 상당합니다. 이몽룡 아버지가 살던 곳도 있고, 산토끼 노래가 탄생한 학교도 있으며, 마당을 나온 암탁의 배경이 되었던 우포늪관련 생태광광연구소에서 소장을 맡고 계시면서 대구에서 일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번에 대구도시농업시민협의회에 가입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자신을 소개할때 생태춤 창시자라고 소개합니다. 소개를 하면서도 몸이 벌써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자연에서 있는 다양한 생태적인 컨텐츠를 몸으로 표현하는 생태춤. 도시텃밭도 일종의 도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생태적인 공간으로 의미를 가진다는데에서 텃밭이 시가 되고, 노래, 춤, 인문학이 된다고 합니다.
이런 재능을 얼마든지 도시농업에서도 기여를 하고 싶다고 하시네요. 도시농부들의 도시텃밭을 표현할 수 있는 생태춤을 만들면 좋겠다는 의견을 드렸더니, 이후로 춤 만드시는데 시간을 많이 쓰고 계시다고 합니다. 올 겨울에 도시농부들이 만날때는 꼭 초대해서 함께 배우는 시간을 갖도록 해야겠어요.
이번 탐방은 공교롭게도 대구 북구를 중심으로 농장을 둘러보았습니다. 저녁에 뒷풀이도 함께 하면서 많은 친분을 쌓았던 것 같네요. 초창기 대구에서 박람회도 열고 했던 도시농업의 붐을 일으켰던 중요한 도시였는데, 지금은 몇몇 구청에서 운영하는 공영농장이 남아있고, 민간에서는 조금 정체되었다고 하지만 이렇게 열의를 가지고 활동을 이어가는 도시농부들이 있어서 새로운 시도도 해보고,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결심도 해보고, 꿈도 꾸는게 계속되지 않는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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