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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들

[지역탐방 -4] 누구나 모두의 마을텃밭, 강북마을텃밭

by 아메바!(김충기) 2024. 7. 29.

강북도시농업체험장 모두의 텃밭 전경

 

햇빛이 내리쬐던 지난 6월 17일, 바람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서울 강북구에 있는 도시농업체험장에 다녀왔습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곳에 가까워질수록 길이 구불구불해지고 오르락 내리락 하는 구간이 이어져 ‘아, 곧 텃밭에 도착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사람 많고 차 많고 건물 많은 서울 한복판에 도시텃밭이 있으니 규모가 크지는 않겠지, 하고 지레짐작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사무실 겸 교육실로 쓰이는 공간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골목을 따라 올라가니 짐작과는 다르게 커다란 하우스와 넓게 펼쳐진 텃밭이 보였습니다. 사무실 겸 교육실, 물품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는 하우스 내부는 에어컨이 가동되고 있어 매우 쾌적했습니다! 활동하시는 분들이 더위 때문에 힘드시진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도가 되면서도 조금은 부러웠습니다. (송도의 이음텃밭이나 남촌농산물도매시장의 해바람텃밭은 더위를 온몸으로 버텨야 하는 곳이기 때문이죠…) 환한 미소로 맞아주신 김선희 사무국장님, 그리고 활동가 선생님 4분을 만나 간단히 인사를 나누고 강북마을텃밭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강북마을텃밭은 2014년 마을대학 프로그램으로 에너지 자립, 도시농부학교를 열면서, 작은 상자텃밭과 함께 시작되었습니다. 지금 마을텃밭으로 운영되고 있는 자리가 그 때 당시에는 개인이 운영하는 주말농장이었다고 합니다. 분양단가도 높았고, 개인이 운영하는 강북구의 거의 유일한 주말농장이었습니다. 2015~18년에는 상자텃밭이 아닌 노지에서 제대로 농사를 지어보자는 생각에 현재 채종밭으로 쓰고 있는 밭을 임대받아 교육용 실습텃밭으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공간이 넓지는 않아 작은 공간에서 바글바글(!)하고 즐겁게 농사를 지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2019년, 이 주말농장의 주인이 LH에 텃밭을 팔고 주말농장 문을 닫기로 했습니다.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 공간은 당장에 개발 계획이 없어서 이런저런 문의와 논의를 한 끝에 강북마을텃밭이 임대를 하게 되었고, 기반시설이 전혀 없었지만 전 주말농장 주인분께 수도시설, 화장실, 창고 등 텃밭을 구상하는데 도움을 받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주민분들, 관심 있는 지역 단체들, 도시농부학교 강의를 해주셨던 분들의 도움으로 쓰레기도 치우고 생태뒷간도 만들고 텃밭도 조성하였습니다. 거기에, 예전에 작은 논을 만들어서 벼를 키웠던 경험이 좋았어서 주차장이 있던 자리에 논도 만들었습니다. 

 

 

그렇게 공동체 방식으로 회원들과 텃밭을 운영하고 있었는데 LH가 민원을 받게 되면서 토지 임대를 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이 텃밭을 지속하기 위해 또다시 방법을 찾아보니 서울시에서 도시농업을 위해 토지를 임대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해서 시 예산으로 텃밭도 지속할 수 있었고, 교육장소로 쓰일 하우스도 짓고 텃밭도 확장하고 강북마을텃밭도 사단법인이 되었다고 합니다. 안타까운 지점은 서울시의 도시농업 정책이 힘을 잃어갔던(도시농업 담당 부서, 도시텃밭이 없어지는  등…) 때가 강북마을텃밭은 참여자도 늘고 규모가 커지는 시기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애인단체, 돌봄단체, 이주여성 등 더 다양한 주체들이 참여하고 열린 텃밭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셨습니다. 거기에 활동을 하다보니 기후위기, 먹거리, 퍼머컬쳐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한 인식이 생기고 공부를 해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현재 하는 일은 체험장 운영, 연간 약 4천만원 정도의 사업비. 구에서 관리하는 예산이 따로 있습니다. 교육과정 진행, 주민들 소모임(논, 정원, 허브, 토종 등). 공동체 활동이 중심입니다. 시농제, 밭갈이, 모종 나누기, 모내기(토종벼), 여름 김매기, 추수 및 탈곡, 마무리 수확 잔치, 기후농부학교, 강사양성교육, 도시농업전문가과정(텃밭보급소와 연계), 어린이 도시농업 체험(대안학교, 어린이집 등), 등으로 1년 활동을 이어갑니다.

 

현재 강북마을텃밭은 변화하는 시기에 있다고 합니다. 초창기에는 '텃밭을 하는 사람은 모두 회원' 이라는 개념으로 공동체 단위로만 텃밭에 참여를 했는데(연회비 납부, 유기적 방법으로 농사짓기), 지금은 전체 공간 중 아래 쪽의 텃밭은 개인에게 분양을 하고, 공동체 텃밭의 모집도 구에서 일부분을 진행해 기존 회원들과 새로운 공동체들, 시민들이 섞여 참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텃밭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 단체는 또 어떻게 꾸려가야할지 고민이 고민이 많다고 하셨습니다.

 

구청에서는 텃밭을 매 해 참여자가 바뀌는 추첨식 개인분양, 공동체분양으로 하는게 편하다고 생각하지만 강북마을텃밭은 기본의 방식을 유지하고 싶어서 계속해서 조율중이라고 하셨습니다. 텃밭에 지속적으로 참여하는 공동체가 있는게 사람들이 공공에 애정을 가지고 텃밭관리를 함께하고 가꿀 수 있고, 공동체가 유지되고 관계를 지속가는 데에도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안내를 받으며 텃밭을 둘러보니 북한산 자락에 위치해 둘레길과 맞닿아 있어서 사람들이 들르기에도 좋고, 텃밭과 어우러지는 주변 풍경도 뛰어나고, 텃밭정원, 토종작물 채종포, 논, 퇴비간, 생태화장실, 잘 정리된 참고, 쉼터 등 공간이 가진 장점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리고 텃밭이 매우 넓은데도 불구하고 공동으로 사용하는 공간들은 깨끗하게 정된도어 있었습니다. 무엇보다 이 공간에 애정을 가지고 활동하시는 분들의 밝은 표정과 진심이 느껴져서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텃밭이 잘 운영될 수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배워야할 것이 많고, 고민을 거듭한다는 김선희 사무국장님의 말씀과 그런 사무국장님의 열정을 보고 함께 일하기로 결힘했다는 활동가 분의 말씀이 인상깊었습니다. 이런 보석같은 텃밭들이 지속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도시농업 기반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씨앗 (성현영_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지원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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