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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금치 3

[제15화: 백로] 잎끝에 맺힌 흰 이슬 한 방울 — 텃밭이 밤을 견딘 흔적

[제15화: 백로] 잎끝에 맺힌 흰 이슬 한 방울 — 텃밭이 밤을 견딘 흔적 흰 이슬이 맺힌다는 절기, 백로(白露)이다. 여름내 부지런히 줄을 쳐둔 거미줄에 아침이면 물방울이 조롱조롱 매달리는 계절이어야 하는데, 아직 그런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곧 이슬 내리는 날이 올 것이다. 절기 이야기: 식어야 맺히는 것백로는 24절기 중 열다섯 번째 절기로, 올해는 양력 9월 7일에 든다. 처서와 추분 사이, 가을이 제법 깊어지는 자리다. 한자를 풀면 '흰 백(白)'에 '이슬 로(露)'. 그런데 이슬은 사실 하늘에서 내려오는 물이 아니다. 밤 기온이 이슬점 아래로 떨어지면서, 공기가 품고 있던 수증기가 더는 몸을 유지하지 못하고 스스로 물방울로 몸을 바꾸는 것이다. 거미줄도 마찬가지 이치다. 실은 처음부터..

[소자농의 자연농사] 섞어짓고 사이짓기

[소자농의 자연농사] 섞어짓고 사이짓기 — 밭은 비어있을 틈이 없다 밭을 설계하는 게 아니라, 흐름을 잇는 거예요텃밭에서 말하는 '섞어짓기'와 '사이짓기'가 단순한 재배 기술이냐고 묻는다면, 저는 아니라고 대답하겠어요. 그건 밭을 하나의 살아있는 생태계로 바라보는 태도거든요. 수확량 중심의 단작 구조에서 벗어나, 서로 다른 작물들이 어울리며 균형을 이루는 장면을 만들어내는 과정 — 저는 그게 텃밭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심는 때가 같아야, 밭이 어울린다섞어짓기에서 가장 먼저 따지는 건 파종 시기와 수확 시기예요. 함께 심고 함께 거둘 수 있는 것들끼리 맞춰야 밭이 엉키지 않거든요. 봄철엔 상추 같은 잎채소끼리, 여름철엔 고추·토마토·가지처럼 과채류끼리 어울려요. 키 높이나 뿌리 깊이를 고려하는 건 그다음 이..

[제2화: 우수]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는 생명의 전령

[제2화: 우수] 얼어붙은 대지를 녹이는 생명의 전령 대지의 갈증을 해소하는 하늘의 선물, 우수(雨水)입춘(立春)이 봄의 관념적인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면, 우수(雨水)는 물리적 실체로서의 봄이 대지에 내려앉는 시기입니다. 태양의 황경이 330도에 이르는 이 무렵은 양력으로 대략 2월 18일이나 19일경에 해당하며, 이름 그대로 '눈이 녹아 비가 되고 얼음이 녹아 물이 되는' 전이의 정점입니다. 선조들은 이 시기의 기상 변화를 단순히 온도의 상승으로만 보지 않고, 우주의 음기가 물러나고 양기가 지표면으로 스며들어 만물을 소생시키는 역동적인 생명 활동의 서막으로 이해했습니다. 우수와 관련된 가장 유명한 속담인 "우수 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는 말은 긴 겨울 동안 대지를 짓누르던 동토의 제약이 해제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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