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매우 좋았다. 새벽에 비가 와서 행사장 땅이 질어질 것이 염려되었으나, 다행히 낮 동안 햇볕이 쨍쨍하게 내리쬐었다. 걱정이 무색하게 새파란 하늘에 바람이 선선히 부는 전형적인 가을 날씨였다. 전철과 버스를 갈아타고 인천 송도 이음텃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가벼웠다. 다만 장화는 챙겨 신었다. 더 잘 놀 수 있기 때문이었다.
오후 4시부터 요리대회 참가자들의 사전준비가 시작되었다. 행사장은 다양한 공동체에서 온 사람들로 북적였다. 요리대회의 주제는 ‘우리 텃밭을 소개합니다’ 이고, 공동체 구성원 3인 이상이 모여 사전에 신청만 하면 참가가 가능했다. 요리대회 외에도 압화 만들기, 모닥불에 마시멜로 굽기 등 행사장 곳곳에 체험 공간이 마련되었다. 한살림에서는 토종옥수수로 만든 팝콘을 나눠주며 유전자조작작물(GMO)에 대해 알리는 홍보부스를 운영하기도 했다.
드디어 오후 4시 반이 되자 공동체텃밭 한마당 행사 시작을 알리는 오합지졸의 풍물소리가 울려퍼졌다. 이후, 요리대회에 참가한 단체들의 소개가 이어졌다. 모두 열 팀이었다.
첫 번째는 도림텃밭이었다. 텃밭에서 거둔 오이와 가지를 이용해 아이들이 좋아할만한 음식을 준비했다. 오이와 그릭 요거트를 넣은 베이글과 가지에 햄과 치즈를 넣은 가지 라따뚜이였다. 갖가지 색깔이 어우러진 화려한 차림새가 눈길을 끌었다.
두 번째는 서창텃밭이었다. 데친 가치를 이용한 가지 김치와 오븐에 구운 고구마 쿠키, 말린 고구마에 고구마와 감자를 잘 이겨 상투과자처럼 모양을 내어 얹은 한입거리를 준비했다. 방울토마토로 무당벌레를 만들어 여름 텃밭을 표현한 연출이 재미있었다.
세 번째 '마을엔 도시농부'의 주제는 '어향연'이었다. 다양한 향을 내는 재료를 사용해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축제를 만들고 싶었다고 당찬 포부를 전했다. 어향가지튀김과 새우를 넣은 채소쌀국수볶음을 만들었다.
네 번째는 가장 작은 규모의 텃밭을 꾸미지만 가장 긴 이름을 가진 단체였다. 주차장에 있는 텃밭이고, 이름은 '한살림 경인구월매장 공동체텃밭'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건강한 먹거리를 나눈다는 한살림의 가치공유를 위해 참가했다. 방울 토마토 마리네이드와 고구마 맛탕을 준비했다.
다섯 번째는 초등학생 다섯 명의 아이들이 모인 최연소 참가단이었다. ‘즐기러 왔다!’를 외치며 왁자지껄 떠들썩하게 요리를 시작했다. 비빔밥과 에그타르트라는 이채로운 조합이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다운 방식이었다.
여섯 번째는 도시농부전문가과정 12기 졸업생이 모인 ‘온새미로’였다. 텃밭에서 난 고추를 듬뿍 넣고 보리새우를 얹은 고추전을 준비했다. 전분을 최소로 하고 고추향이 물씬 나는 음식이라 보기만 해도 바싹해 보였다. 냄새가 너무 좋아서 만드는 과정에서도 군침이 돌았다.
일곱 번째는 유튜브 ‘송도튜브’를 운영하는 송도TUBE팀이었다. 가지찜 샐러드와 월남쌈을 준비했다. 가지찜 샐러드는 부드럽고 상큼했다. 이 팀은 원 없이 먹고 싶어서 월남쌈을 준비했다고 한다. 쌈을 찍어 먹을 비장의 소스가 어떤 맛일지 기대되었다.
여덟 번째는 이제 막 도시농부전문가 과정을 마친 14기가 모인 ‘풋풋’팀이었다. 도시농부로 첫 발을 내디딘 풋풋함을 기치로 내걸고, 가지 카르파치오와 호박잎쌈밥, 감자꼬마빵을 준비했다. 감자꼬마빵은 부드러운 감자에 라이스페이퍼를 넣어 뜻밖의 쫄깃함을 느낄 수 있었다.
아홉 번째는 여우재 텃밭이었다. 부추꽃 튀김과 부추꽃전을 준비했다. 지천에 널려있는 부추꽃을 이용한 연출이었다. 가을걷이 후에도 먹을 것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한다. 보라색 꽃이 아름답고 음식물쓰레기도 나오지 않아서 뒷처리도 아름다웠다.
열 번째는 수수리 순정이었다. 음식 이름에 맞춰 네 가지 요리가 나오는 월화수목 정식을 준비했다. 월남쌈, 수박화채, 스지탕, 강된장호박쌈이었다. 정성을 기울인 음식 가짓수가 많아서 제출할 음식을 고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심사위원단은 10대 대표 1인, 20대 대표 1인과 텃밭 반장, 요리연구가 네 명으로 이루어졌다. 심사평으로 텃밭 작물을 쓴 창의적 요리였다는 의견이 있었다. 요리대회가 펼쳐진 이음텃밭이 아이들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어서 좋았다는 말도 나왔다. 한편, 텃밭에 다양한 작물이 있는데 가지에 편중되어서 아쉬웠고, 애호박이나 고구마줄기 등 다양한 여름채소를 이용했으면 더 좋았을 것 같다는 평이 더해졌다. 올리브오일을 쓴 요리가 많아서 우리가 자주 쓰는 들기름 등을 이용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참가한 팀이 많고 제출한 요리가 많아 심사위원의 부담이 컸고 시간도 오래 걸렸다. 앞으로는 요리가짓수를 한두 가지로 정해놓고, 시식할 요리도 한 입 크기로 수저와 함께 준비하면 어떨까. 심사 절차와 과정이 보다 매끄럽게 진행되길 바라본다.
요리대회 시상은 특별상과 3, 2, 1등 순서로 발표되었다. 최연소 어린이 참가단인 즐기러 왔습니다가 특별상을 받았고, 어린이들에게는 도서상품권이 증정되었다. 400점 중 347점을 받은 3등은 수수리 순정팀으로 천연조미료를 받았다. 한점 차이인 348점을 받은 마을엔도시농부팀이 2등으로 한살림맛간장을 수여되었다. 1등은 357점을 받은 한살림 경인구월매장 주차장텃밭팀에게 돌아갔다. 1등은 상금으로 십오 만원을 받게 된다. 모든 참가팀들에게 인천도시농업의 조이가 만든 팀 깃발이 각각의 개성에 맞게 제작되어 전달되었다.
'단체 소식 > 다녀왔습니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5년 철원 통일쌀 벼베기 후기] 쌀을 먹으면 살 맛 난다 (0) | 2025.09.29 |
---|---|
[온라인 특강 후기] 귀농한 도시농부들과 대화를 전달합니다 (0) | 2025.08.31 |
내가 사는 곳을 아름답게 만드는 일(feat.마을공동체의 게릴라 가드닝) (1) | 2025.08.28 |
기후위기 시대에 춤을 추라고? 이송희일 감독님의 기후/생태위기 특강 다녀왔습니다! (1) | 2025.07.20 |
감자도, 밭도, 우리도 동글동글 - 만수마을이음텃밭 감자캐기 행사 다녀왔습니다! (0) | 2025.07.1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