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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업/지역탐방기

[지역탐방 10] '불모지'에 도시농업을 퍼뜨리다 - 포항, 경주

by 보늬bonniee 2025. 7. 21.

포항·경주 도시농업 지역탐방 후기

이번 지역탐방에서는 포항과 경주 지역을 중심으로 도시농업을 선도하고 있는 경북사회적농업전문가협회와 다양한 도시농업 공동체들을 방문했다. 지역탐방은 정보나 자료만으로는 파악하기 어려운, 오직 직접 현장을 방문해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만 느낄 수 있는 무언가를 준다. 이번 후기는 그런 현장의 감각을 전하고자 한다. 각 단체에 대한 간략한 소개는 탐방 참여자 모집 글로 대신한다.

 

포항-경주 도시농업 단체 소개

 

[도시농업 지역탐방] 포항, 경주 1박2일 (7. 16-17)

[지역탐방] 7월 경북포항 경주에 확대되는 도시농장들! 2025. 7. 16 ~ 17.경북 포항, 경주 일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는 도시농업지원센터 사업으로 전국의 도시농업현장을 방문견학하는 [지역탐방]

blog.dosinong.net

 


1. 경북사회적농업전문가협회

풍성한 실습 밭

 

협회가 위치한 공간은 보는 이의 부러움을 자아내는 풍요로운 곳이었다. 교육장으로 쓰이는 커다란 하우스, 넓은 실습 밭과 야외 교육장, 농자재 보관용 하우스, 연못과 정자, 중증장애인을 위한 프로그램이 운영되는 틀밭, 넉넉한 주차 공간까지…. 실습 밭 한가운데에는 작은 정원과 호박 덩굴로 둘러싸인 터널이 있었고, 그 옆에는 토끼들이 자라며, 또 한쪽에는 학생들이 만든 트리하우스도 자리 잡고 있었다. 마치 필요한 모든 요소가 갖춰진 완벽한 도시농업 공간처럼 느껴졌다.

 

실습밭, 정원, 토끼들, 트리하우스.

 

협회는 2019년 설립 이후, 도시농업 전문가 양성과정을 시작으로 학교텃밭 프로그램, 어린이농부학교, 귀농귀촌·은퇴창업농 과정 등 다양한 공모 및 위탁사업을 수행하며 꾸준히 성장해왔다. 설립 초기 포항은 "도시농업 불모지"로 여겨졌고, ‘전업농이 아니면 도시농업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인식이 팽배했다고 한다. 그러나 협회의 끈질긴 설득 끝에 포항시 어린이농부학교가 눈에 띄는 성과를 이루며 지자체의 인식도 점차 변하기 시작했다.

 

이와 동시에 협회는 자체 사업도 활발히 운영하며 도시농업의 가치를 실천하고 있었다. 때로는 사업 확장 과정에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조직, 교육, 평가 등 전반적인 운영에서 철학이 분명히 느껴졌다. 공공 지원사업과 자체사업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란 쉽지 않은 일인데, 협회는 내실 있는 철학을 바탕으로 그 균형을 잘 유지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협회의 철학을 진실되게 설명해주셨다.

 

그럼에도 활동을 지속하려면 사업 확장이 필수적이다. 공공의 지원 확대와 더불어 자체적인 활로도 마련해야 한다. 협회가 주목한 또 하나의 길은 바로 '기업'이었다. 포항은 철강 도시이며, 경북 전역에는 제조업 중심의 산업단지가 밀집해 있다. 이런 기업을 움직일 수 있다면 공공의 지원이 부족해도 도시농업 사업을 충분히 확장할 수 있으리라 본 것이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협회는 민주노총 경주지부와 함께 주말농장 ‘농장아! 고마워’를 운영하고, 퇴직예정자들을 위한 귀농귀촌·은퇴창업농 과정을 개설했다. 올해는 지역 단체교섭에서 ESG 관련 안건을 제출해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중증장애인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으로 조성된 틀밭을 설명해주시는 김병일 대표님

 

이처럼 기업 자원을 활용하는 시도는 큰 영감을 주었다. 인천에도 현대제철, 동국제강 같은 철강기업을 비롯해 제조업, IT, 바이오 등 다양한 산업군의 기업이 분포해 있다. 아직은 관련 사례가 없지만, 포항-경주의 선진 사례를 참고해 인천에서도 도시농업이 기업의 사회공헌 사업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의미 있을 것이다.

 

한편, 협회가 다양한 도시농업 공동체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는 점도 인상 깊었다. 이후 방문한 마을기업 '꽃향기 둠벙', 도시농장 '봄길', 민주노총 경주지부의 주말농장 ‘농장아! 고마워’는 모두 협회의 교육생들이 만든 단체이자 농장이다. 협회의 교육을 받은 이들이 주체가 되어 도시농업의 확장을 이끌고 있는 셈이다.

 

 

2. 마을기업 꽃향기 둠벙과 초록마실 주말농장

꽃향기 둠벙에서 운영 중인 초록마실 주말농장

 

꽃향기 둠벙은 협회 교육생들이 설립한 마을기업으로, 초록마실 주말농장을 운영 중이다. 텃밭분과, 어린이 텃밭학교를 운영하는 어린이텃밭분과, 꽃 재배와 꽃차를 담당하는 꽃차분과로 구성되어 있다. 주말농장에는 90여 개 텃밭이 조성돼 있고, 80가구 넘는 가족이 참여 중이었다. 우리가 방문한 날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들이 텃밭을 가꾸고 있었다.

 

초록마실 주말농장

 

텃밭은 넓고 생명력이 넘쳤다. 약을 쓰지 않고 몇 년째 농사를 지은 덕분에 땅이 점점 비옥해지고 있다고 한다. 작물과 함께 어우러진 풀들, 날아다니는 나비, 새소리가 어우러져 자연의 생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공간에서 자라는 아이들, 그리고 어린이 텃밭학교에 참여하는 꼬마 농부들을 상상하니 기분이 절로 좋아졌다.

 

꽃차를 마시며 꽃향기 둠벙의 사업 설명을 들었다.


마을기업은 어린이 대상 프로그램 확장도 계획 중이었다. 창업 초기 4년은 투자비용으로 수익이 거의 없었지만, 5년 차부터는 조금씩 수익이 날 것으로 예상되어 사업 확장의 적기로 보였다.

 

우리가 마신 꽃차는 향과 맛 모두에서 지금껏 경험한 꽃차 중 최고였다. 단순히 진하게 우리기만 한 게 아니라, 꽃이 지닌 본래의 향이 진하게 배어 있었다. 아쉽게도 여러 어려움으로 인해 꽃차 사업 확장까지 이어지지는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수익 창출과 교육사업 확장을 통해 이 깊은 맛의 꽃차가 브랜드화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초록으로 가득한, 가능성이 무궁무진해 보였던 넓은 땅

 

3. 도시농장 봄길

 

도시농장 봄길의 온실과 마당

 

도시농장 봄길은 교육장 하우스 1동, 온실 하우스 2동, 그리고 야외 정원과 마당까지 식물로 가득한 공간이었다. 길 건너에는 대단지 아파트가 있어 도시 접근성도 훌륭했다. 교육장에 들어서자마자 허브와 꽃 향기가 가득해 마음이 차분해지는 기분이었다. 뿐만 아니라 웰컴티로 허브 코디얼 내어주셔서 눈과 코에 이어 입도 즐거웠다.

 

교육장 내부에도 식물이 가득했다. 그리고 허브코디얼과 웰컴티.

 

봄길은 온실과 정원에서 직접 기른 식물, 허브, 꽃 등을 활용해 치유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원예치유가 중심이지만 도시농업의 가치를 접목하려는 노력이 곳곳에서 느껴졌다. 특히, 온실에서는 무가온, 무농약, 비닐멀칭 없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실천하고 있었다. 실제로 온실과 정원의 식물들은 풍성하면서도 곤충이 먹은 흔적이나 병든 흔적이 뚜렷했다. 그래도 자연스러운 모습 그대로 풍요로웠다. 또 다양한 식물들이 어울려 자라고 있어 눈과 코가 즐거웠다. 야외 정원도 마찬가지였다. 반듯하게 깎지 않아 제멋대로 자란 식물들이 더 아름답고 새소리가 들리는 자연스러운 정원이었다.

 

풍요로운 온실. 그리고 애정과 열정이 넘치시는 대표님.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름답던 야외정원.

 

내가 사는 도시에도 이런 정원이 하나쯤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도시에서는 이런 자연스러움이 때로는 '관리 소홀'로 민원의 소지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함께 떠올랐다. 우리가 사는 이 도시에 초록이 많아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4. 농장아! 고마워

농장아! 고마워 전경. 논을 밭으로 만든 땅에 운영 중이다.

 

민주노총 경주지부에서 운영하는 주말농장으로, 조합원 가족이 12구좌, 일반 가족이 23구좌의 텃밭을 가꾸고 있다. 지난해 협회와 함께 주말농장 및 교육과정을 운영한 뒤 올해부터는 자체 운영을 시작했다.

 

논에 흙을 덮어 밭으로 만든 돌 많은 땅이라 첫해엔 농사가 무척 어려웠다고 한다. 첫해 회원 중 절반 이상이 그만뒀지만, 내년에는 더 많은 가족이 참여하길 기대하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교육장 하우스 안에는 동화책과 장난감이 놓여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다. 실제로 조합원보다 일반 가족 참여가 더 많은 만크 어린이 친화적인 운영이 인상 깊었다. 회원 의견을 반영해 농장 설비를 갖추고, 가족 참여 행사를 기획하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노동조합이 도시농업 사업을 하는 건 매우 드문 사례다.주말농장에 참여하는 가족들도 민주노총에서 이런 사업을 한다는 것에 의아해하지만 도시농업을 실천하며 그 가치를 몸소 배우는 가족들은 곧 그 의미를 이해한다고 한다. 나아가 노동조합을 넘어 기업과도 도시농업 사업을 연계하려는 시도가 이어지고 있다고 했다.

 

다양한 노력이 엿보이던 농장아! 고마워 텃밭

 


마무리하며

이렇게 포항·경주의 도시농장 네 곳을 방문했다. 농장마다 자연스럽고 풍성한 매력이 있었고, 운영자와 참여자들이 다양한 방식으로 도시농업을 실천하고 있다는 점이 특히 인상 깊었다. 포항시의 지원을 이끌어낸 것처럼, 경북의 다양한 지자체에서도 도시농업에 대한 관심과 지원이 확대되기를 바란다. 또한, 경북의 노동조합이 도시농업을 시작한 것을 계기로 지역 기업들도 도시농업을 사회공헌의 한 축으로 삼는 사례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인천에서도 기업이 도시농업에 참여하는 사례가 생기기를 기대해본다.

 

농장아! 고마워에서 지역탐방을 마무리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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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뛰게 하는 도시농업 이야기를 전하고 싶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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