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가을을 무색하게 했던 따뜻한 날씨가 갑자기 차가워졌다. 토종농부단의 올해 마지막 공식 모임인 겉절이 파티가 열리는 날이 다가오는데, 야외에서 배추와 무를 씻고 겉절이를 만드는 것이 가능할지 걱정되었다. 논의 끝에 배추와 무를 수확해서 인도농 사무실로 옮겨와 겉절이 파티를 열기로 했다.


마음이 놓여서 그런지 막상 모임 날에 늦잠을 잤다. 8시까지 밭에서 모이기로 했는데 8시에 출발했으니 한 시간이나 지각한 것이다. 밭에 도착한 토종농부 단원이 서리 맞은 배추 사진을 토종농부단 단톡방에 올렸다. 아침 햇볕을 받은 배추들이 새파랗게 빛나는 모습이 꽃처럼 예뻤다. 단톡방에 늦게 출발한다는 메세지를 남기려는데, 벌써 수확이 끝나서 인도농 사무실로 이동한다는 메시지가 와 있었다. 수확에 참가하지 못했다는 아쉬움과 미안함을 안고 곧장 인도농 사무실로 향했다.


도착해 보니, 이미 배추와 무를 다 씻고 무전과 배추전을 하고 있었다. 오자마자 무전을 맛보라며 내미는데, 미안한 마음에도 무전이 잘도 들어갔다. 무는 생으로 먹어도 씁쓸하니 맛있는데 익으니 달콤한 맛이 났다. 이제 막 밭에서 막 캐 와서 싱싱한 무가 프라이팬 위에서 금세 맛좋은 요리로 탈바꿈했다. 다음은 배추전이었다. 손바닥만한 배추에 묽은 반죽을 발라서 한 장씩 구우니 한 입에 넣기에 딱 좋았다. 배추전은 양념간장을 찍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간했다. 밀가루 냄새가 너무 나지 않게 쌀부침가루를 밀가루와 섞고, 간장과 간 마늘을 넣어 반죽을 만들었다고 했다. 씨앗 선생님의 어머니가 가르쳐준 비법이었다.


배추전과 무전, 갖은 양념으로 무친 겉절이, 지영미 선생님이 직접 담근 삼양주까지 곁들여 근사한 한 상이 차려졌다. 진하면서 깔끔한 맛이 나는 삼양주는 어떤 음식이든지 기가 막히게 어울렸다. 쌀과 물에 술을 빚은 이의 정성과 시간이 어우러지니 걸작이 만들어진 것이다.


겉절이 파티의 끝판왕은 겉절이 비빔밥이었다. 큰 양푼에 따끈한 밥과 겉절이를 넣고 고추장 한 숟갈과 참기름을 넣어 비볐다. 웃고 떠들며 한입 두입씩 먹다보니 자리를 정리할 무렵에는 큰 양푼이 어느새 비워져 있었다. 역시 식사의 마무리는 밥이다.



유기농으로 키워진 무와 배추는 크기는 작았지만 아삭하고 맛이 풍부했다. 오래 씹을수록 고소하고 감칠맛이 났다. 배춧잎의 씁쓸하고 단 맛이 봄동과 비슷하게 느껴졌다. 토종농부단에서 심은 것 중에 구억 배추가 갓을 연상시키는 매콤한 향과 씁쓸한 맛을 가졌다고 한다. 속이 꽉 차지 않은데다 푸른색 잎이 많고 달지 않아서 김장용으로 제격이다. 요즘 김장용으로 나오는 배추와 다른 ‘옛 맛’을 내는 배추라고 하니, 언젠가는 이 배추로 옛 맛이 나는 김치를 담가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토종농부단이 심은 배추와 무는 오늘 모인 단원들이 한 포기씩 나눠 갖고 전과 겉절이 할 만큼만 수확하고 채종을 위해 남겨뒀다. 추운 겨울에 배추와 무가 얼지 않을까 걱정되었지만, 이번에 토종농부단이 심은 것 중에 구억 배추가 많아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배추의 하얀색 줄기가 수분이 많아서 배추가 얼기 쉬운데, 구억 배추는 푸른색 이파리가 많아서 겨울을 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고 한다. 민들레처럼 잎을 땅에 붙여서 버티며 겨울을 난다고 하니, 배추들이 겨울을 버티고 봄까지 장하게 살아남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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