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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농부들

[지역탐방-2] 5월의 광주에서 느낀 주민들의 힘 "한새봉농업생태공원", 토종과 공동체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

by 아메바!(김충기) 2024. 5. 29.

5월 광주하면 대부분의 국민들이 떠오르는 역사의 한 장면이 있다.

매달 한 지역씩 탐방을 가는 일정을 짤때 광주를 5월로 정한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고, 막상 광주로 떠나던 5월 20일에도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다. 

 

5월초 광주농업기술센터에 볼일이 있어 일정을 마치고, 여기까지 왔는데 아직 한 번도 방문 못했던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를 한번 가보고 싶다는 생각에 신수오 대표님께 메세지를 남겼다. 카톡으로 받은 주소를 찍고 도착하니 "오월밥상"이라는 간판이 먼저 보인다. 이 건물 3층에 귀농운동본부가 있다. 민청학련 피해보상금으로 후배들에게 건물과 광주마당이라는 단체를 넘겨준 선배 활동가들의 뜻을 이어 밥집과 단체들이 함께 쓰는 공간이다.

 

그렇게 한시간 남짓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의 활동과 최근 상황 그리고 신수오 대표님이 지금자리까지 있게 된 배경을 짧게 나마 들을 수 있었다. 그렇게 보름정도가 지나고 다시 광주로 향했다. 4시간 30분. 멀다.

 

광주에서 일정은 신수오 대표님이 짜주셨다. 사전 방문이 있었었던날 책자를 하나 받았는데 '잼있는 도시텃밭 투어'라는 책이다. 2022년 공모사업으로 발행한 광주의 도시텃밭을 소개하는 책자이다. 생각보다 다양한 텃밭들이 곳곳에 있었다. 5월 탐방할 텃밭들도 모두 여기에 있었다.

잼있는 도시텃밭 투어 @광주

 

1시 정도 도착하자 마자 식사를 하면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현장에 도착해서 본격적인 질문들이 쏟아졌다. 

 

가장 먼저 들린 텃밭은 유덕동텃밭정원(광주 서구 유촌동 820-8), 2022년 만들어져 광주만의 공동체 방식 텃밭을 위해 광주광역시가 조성하고 민간단체가 운영하는 방식이다. 텃밭은 단체에서만 참여한다. 텃밭 곳곳을 둘러보다보면 멋진 붓글씨체 간판들이 눈에 띈다. 못쓰는 자투리 나무조각에 신수오 대표님이 직접 쓴 글씨가 텃밭의 멋을 더한다. 시에서 도시농업 지원예산으로 책정된 금액을 가지고 유덩동텃밭의 운영과 기후농부학교를 운영중이다. 이 예산으로 11월에 도시농업한마당도 치룰 예정이다.

 

민관이 협력하여 운영하는 도시텃밭의 모델로 유용한 방식이라고도 생각되지만 안정적인 예산과 조금더 유연한 공간의 활용, 그리고 공동체들의 활동이 텃밭에서 더 많이 일어나기 위한 방식의 지원이 뭐가 있을지 고민하게 된다. 드론으로 멋진 경관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인근에 군공항이 있어 드론이 뜨지 못했다. 탐방하는 동안에도 어찌나 많은 제트기들이 떠있는지 대화를 이어가기 어려울 정도였다. 

 

광주광역시 유덕동 도시텃밭정원
텃밭의 멋진 손글씨 간판
매주 토요일 기후농부학교가 열린다.
단체들로 구성된 텃밭들은 필수교육을 듣고, 정리된 틀밭에서 농사를 짓는다.
작은 토종논으로 뒤바뀐 연못

 

광주 두번째 방문지는 한새봉농업생태공원(광주광역시 북구 소해로 61(일곡동)

2010년인가 광주로 아파트에서 지렁이키우기 사업을 했던 사업을 탐방하러 왔을때 한새봉논두레도 방문했었다. 그 때 만났던 김영대 활동가를 다시 같은 장소에서 보게되다니, 모내기를 앞두고 점검을 하고 있는 맑똥(김영대)에게 다가 친근하게 만을 건넸다. 자주도 본 사이도 아니고 깊은 대화를 나누어보지는 않았지만 계속 페이스북을 통해 활동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어서 오랫만에 보는대도 낯설지가 않았다. 특히, 낭만밥집, 지구장터 등의 활동을 즐겁게 하는 모습이 보기좋았다. 

 

 

한새봉논두레는 일명 개구리논이라고 불리우는 논을 지키기 위해 만들어진 주민조직이다. 농사짓던 어른신이 더이상 논 농사를 짓기 어렵게 되자. 마을주민들이 힘을 합쳐 논농사를 이어갔고, 이 두레가 결국 다랭이논도 지키고 공원으로 밀어서 없어질 개구리논과 마을주민들의 논농사를 통한 다양한 두레활동도 지켜내면서 2015년 한새봉농업생태공원으로 거듭나게 되었다. 일부 시설로 탐방하기 좋게 만들어진 것도 있지만 무엇보다 논 자체를 살리고 그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모임도 유지한체 공원으로 만들어졌다는 것이 큰 의미를 갖고 있다. 

 

지난해부터 운영비 예산도 지원되면서 공원운영이 더 안정화되었다. 안정적인 공간과 주민중심의 활동들 그리고 자연을 지키고, 농사를 더 생태적으로 지으려는 노력들이 계속된다. 논농사에서 토종논농사로 다시 자연농 재배를 시도하고 있다. 공원은 논을 중심으로 텃밭과 연못, 숲과 모임공간, 쉼터 그리고 뒷산으로 이어지는 맨발길과 산책로, 숲속놀이터까지 연결되어 있어 자연과 농사 그리고 주거지로 이어주고 있다.

한새봉농업생태공원
공동체텃밭 다랭이텃밭과 개구리논이 다락논의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한새봉농업생태공원 방문자센터

 

정은실 센터장은 한새봉논두레 시작부터 참여해 운영위원장을 거쳐 농업생태공원 센터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전과 달라진 건 없다. 운영도 '한새봉논두레'라는 단체가 운영을 하고 있으며, 논과 텃밭농사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회원들이 논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다만, 안정적으로 모임할 수 있는 공간과 사무실이 생기면서 마을주민들이 공간을 활용하고, 다양한 소모임들이 활기차게 활동하고 있다.

 

회원들과 생태공원의 모니터링도 꾸준하게 하면서 자료집으로 만들기도 한다. 또 공원을 방문하고 체험신청을 하면 생태강사들이 체험프로그램을 운영하면서 꾸준하게 마을에서 생태강사들이 배출되고 활동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정은실 센터장은 "주민들이 직접 참여해서 공원을 가꿔가는게 중요한 것 같다. 조경으로 관리하는게 아니다. 내가 직접 가꾸기도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공원을 보는 것도 색다른 향수를 만들어냈다. 토종벼도 그래서 배치할때 색깔과 모양 등을 고려해서 심으려고 한다"며 농업생태공원이 가진 의미를 강조했다.

 

이외에도 한새봉두레활동으로 이야기가 있는 농부장터 '한새봉 개굴장'을 년 4회(5, 7, 9, 11월)개최한다. 한새봉자연생태학교는 생태교육프로그램과 생태안나자 양성교육, 씨앗도서관, 숲문화생태교육, 한새봉숲길산책, 마을드로잉, 숲놀이터 폴짝 등을 운영한다. 

 

세번째 들린 농장은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 토종학교 실습농장으로 광주에서 가장 먼저 시작한 사설주말농장 "짱돌아재농장"에 위치한 텃밭이다. 신수오 대표와 귀농학교동기인 농부가 운영하는 농장의 일부를 토종학교 실습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사실 작년까지 광주전남귀농운동본부는 '호미농장'이라는 10년 넘게 운영했던 실습농장이 있었다. 이 곳이 주택개발부지로 수용되면서 텃밭을 더이상 쓸 수 없게 되면서 이곳으로 올해 자리를 다시 잡게 되었다. (관련기사 - 농정신문 "사라져가는 텃밭, 깊어가는 '도시 출몰 농부'의 고뇌" https://www.ikp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61388 )

 

작년에 광주시립미술관에서 '생태미술프로젝트'(10회 광주디자인비엔날레 특별전)에서 '도시출몰농부'를 주제로 전시회가 있었다. 이때 호미농장 그리고 멧돼지논(맑똥 운영)과 인터뷰영상, 그리고 다양한 농사관련 전시물들이 전시되었었다. 

 

광주시립미술관 <생태미술프로젝트> 도시 안 개구리 "도시출몰농부"

 

우여곡절 끝에 새롭게 자리잡은 토종실습장에서 올해도 매주 일요일 토종학교가 열린다. 귀농학교의 수요가 점차 지자체중심으로 확대되자 이후 귀농운동본부는 토종학교를 중심으로 운영하고 있다. 

 

평생학습관과 도시농부학교를 운영하기도 11월에 있을 광주도시농업한마당을 기획하기 위해 다른 도시농업단체들과 함께 만나기 시작할 예정이다. 2016년 광주에서 대한민국도시농업박람회가 있었다. 이후 뭔가 광주에서 도시농업의 붐이 일어날 것 같았지만 다른 도시만큼 주목할 일들이 눈에 띄지 않았는데, 내가 무심했던 것이지 사실은 많은 활동과 경험들이 쌓이고 있었다. 다음에 다시 11월 쯤 온다면 새로운 흐름이 또 만들어지리라 기대한다.

 

정린 운영위원(왼쪽)은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활동가로 여기에서도 청소년들과 다양한 생태농사를 이어가고 있다.

 

- 아메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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