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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농부단] 다섯 번째 이야기 '토종배추모종 아주심기'

오목눈이! 2025. 9. 22. 14:46

이날은 토종농부단이 시작된 이후로 제일 늦은 시간에 집합을 하였습니다. 

몇 시냐구요? 오전 7시였습니다. 

하루 종일 비가 온다는 예보가 정말로 맞기를 바랐지만, 7시에 맞추어 빗줄기가 딱 그쳤습니다.

게으른 도시농부인 오목눈이는 하늘이 이렇게 야속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가식작업의 추억이 새록새록 기억나서인지 오늘은 정말 이불 밖으로 나오기 싫은 날이었습니다.

하지만 이날 모임이 끝나고 나면 10월 중순까지 토종농부단의 짧은 방학이 시작됩니다.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 오목눈이 기자는 무거운 몸을 이끌고 서창텃밭에 나섰습니다. 

 

 

 

 

오늘은 많은 분들이 오시진 않았지만 새로운 농부들이 서창텃밭에 찾아왔습니다.

토종농부단의 어머니를 따라온 고3 청소년 농부와, 또 다른 토종농부단 어머니를 따라온 6살 어린이 농부였습니다. 하우스에 들어오자마자 어린이 농부는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흙도 파보고 관찰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때 바람이 무언가를 바리바리 싸들고 왔습니다.

"이게 뭐에요?"

"오늘 많은 분들이 오지 않을 것 같은데 우리 맛난 전이라도 부쳐먹고 시작해요!"

부르스타에 기름을 두르고, 김치전이 치-익 소리와 함께 노릇노릇하게 부쳐졌습니다.

토종농부단은 소소한 수다를 떨며 맛난 김치전을 먹었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맛난 김치전에 배가 부르니 신기하게도 일을 하고 싶어졌습니다. 

 

 

 

 

오늘의 업무는 한랭사를 걷어내고, 두둑위에 깔았던 비닐포대를 제거한 후, 배추모종을 심는 일이었습니다. 

배추가 다 자란 모습을 생각하여 간격은 50센티 정도를 띠어 모종을 심었습니다. 

한쪽엔 구억배추를 맞은편엔 청방배추를 심었습니다. 구석에 조그맣게 씨를 파종하기도 했습니다. 늦게 심어 속이 차진 않겠지만, 벌레 피해는 덜할 것이라는 씨앗의 말을 들으며, 배추가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 흙을 꼬옥 눌렀습니다. 

 

 

 

 

6살 어린이 농부는 작게 잘려있는 모판을 두 손으로 야무지게 옮기며 작업을 하였고, 고3 청소년 농부는 묵묵하게 모종을 심었고, 가끔은 엄마 농부와 도란도란 수다를 떨며 작업을 이어나갔습니다. 기회를 노리고 모기들이 득달같이 달려들기도 했지만 서창동에 사시는 토종농부께서 수제로 만든 계피모기퇴치제가 방어막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오와열을 맞추어 나란히 자리잡은 모종들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어린이농부님 덕분에 땅강아지, 지네, 나방애벌레, 지렁이들과 인사도 하였고, 닭의장풀, 미나리, 새깃유홍초 등 들에 핀 풀꽃들에도 눈길이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뒤에 다른 두둑에는 게걸무 씨를 파종하였습니다. 게걸무는 육질이 단단하고 조직감이 있어서, 아삭한 식감이 없는 대신 오래두어도 무르지 않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장아찌로 만들어먹으면 좋다고 하는데요, 토종작물마다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요리방식을 취한다는 점이 흥미로웠습니다. 우리가 심은 배추와 무로 어떤 요리를 만들게 될지 벌써부터 기대가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모종위에 풀멀칭을 해주었습니다. 이번 작업은 너무 수월하게 끝이 났습니다. 다 끝나고 마무리 할즈음 청소년 농부와 어린이농부는 서창텃밭에 허브들을 따서 작은 꽃다발을 만들었습니다. 다른 농부님들은 미나리와 차이브 등을 수확하셨습니다. 

 

한판정도 남은 김치전 반죽으로 마지막 전을 다함께 부쳐먹었습니다. 한 농부님의 밭에서 수확해온 호박을 슬라이스해서 오셨는데요. 김치전 반죽에 함께 섞어 부치니 고소하면서 김치와는 다른 새로운 식감이 추가되었습니다. 

 

 

 

 

앞으로는 물 당번을 나누어 모종에게 물을 주고, 모종이 자리를 잘 잡으면 그 이후로는 작물들이 잘 자라도록 지켜봐주면 된다고 합니다. 앞서 이야기했듯 토종농부단은 다음 모임이 있기전까지 짧은 방학에 들어갑니다. 서늘해진 온도를 온 몸으로 담뿍 느끼며 배추들이 튼실하게 잘 자라주길 바랍니다. 그럼 오목눈이 기자는 짧은 방학을 알차게 누리러 가보겠습니다.  아싸 주말에 늦잠자야지!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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