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인천의 농민을 만나다 | 인천시친환경농업협회 조영보 사무국장
올해 6월 단체에서 지원자를 모아 철원 농활을 다녀왔다. 농활은 원래 '농민학생연대활동'의 준말인데, 농사를 도와주는 봉사를 넘어 농민의 삶을 경험하고 농민들의 문제에 함께하는 연대 활동을 일컫는다. 단체는 철원군농민회와 도농교류 협약을 맺어 매년 봄 가을에 손모내기와 추수 활동을 시민들과 함께 하고 있다. 손모내기 이후, 도농 연대 활동을 확대하는 취지로 6월 양파 수확 시기에 맞춰 농활에 참여했다. ( 관련글 철원농활후기 '다시 철원에..!' 읽기 https://blog.dosinong.net/57)
뜨거운 해를 온 몸으로 받으며 양파를 수확하고 다음 밭으로 이동하기 위해 모이는 길이었다. 주차되어 있는 밭주인의 흰색 차 앞문에 손피켓 크기의 구호전단이 붙여져 있었다.
'내란세력 완전 청산! GMO 감자 수입금지!'
정권이 바뀌어 내란세력 청산은 계획대로 진행될 것이다.(그렇게 돼야 한다.) 눈길을 붙잡은 구호는 'GMO 감자 수입금지' 였다. 아이가 어릴 때 엄마는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이 많다. 2010년대 초반 나도 그랬다. 먹거리 관련 책을 읽고 일부라도 생협의 먹거리를 이용하고자 했는데 그 때 처음 인지하게 된 먹거리 이슈가 GMO였다. 그리고 GMO는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소비자 뿐만 아니라 생산자 농민에게도.
최근 국회에서 GMO 선별표시제가 채택됐다. 'GMO 선별표시제'란 GMO를 사용했더라도 가공 과정에서 GMO단백질이 사라진 식품에는 표시 의무를 면제하되, 식약처장이 지정한 품목에 한해 잔존 여부와 관계없이 GMO 사용 여부에 따라 의무 표시하도록 한 것이다.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하고 있는 소비자 단체와 일부 농민 단체는 반쪽짜리 제도라는 입장이다.
농민의 입장을 듣고 싶었다. 나아가 인천의 농업 현황과 로컬 푸드 환경도 궁금하던 차였다. 몇 분께 연락한 끝에 운좋게 인천시친환경농업협회의 조영보 사무국장과 연결이 되어 인터뷰에 응해 주셨다.
일요일 오전, 강화군 양도면의 카페에서 조영보 사무국장을 만났다. 마침 비가 와서 편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농부의 금같은 시간은 주말을 가리지 않으니까. 조영보 사무국장은 도시에서 직장을 다니다 귀농운동본부를 거쳐 2008년 강화도에서 전업농의 삶을 시작했다. 그때 배움을 함께 했던 분이 고양도시농업네트워크의 창립멤버인 안병덕, 김재광 대표, 우보 농장의 이근이 대표 등 우리 나라 도시농업의 시작을 주도한 분들이다. 인천시친환경농업협회의 활동을 시작한지는 4년여. 전업농이니만큼 틈틈이 중요한 회의 참여나 간단한 사무 처리 등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다.
인천은 친환경농업의 후진국
인천시친환경농업협회는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 단체인 한국친환경농업협회의 인천 지부로 강화도가 거점이다. 강화·옹진은 인천시 전체 농업 생산량의 90%를 차지하는 거의 유일한 농촌 지역이다. 주력 작목은 쌀이다. 1
"인천은 친환경농업 분야의 규모나 정책 부분에서 타 지역에 비해 후진적이예요."
특히 학교 급식 분야에서 두드러진다. 현재 각 지자체에서 지역의 우수하고 안전한 친환경 농축수산물을 적정 가격으로 매입하여 학교급식에 공급하는 '친환경 학교급식' 제도가 시행 중이다. 제도는 친환경 농가에는 안정적인 소득을, 학생에게는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하는 기반이 된다. 나아가 지역의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가까운 경기도는 쌀을 비롯해 양파, 감자, 마늘, 과일 등도 포함하고 있지만 인천은 쌀만 친환경 급식에 해당한다. 단체는 공공 급식 확대와 친환경 급식 품목 확대, 친환경급식센터 설립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예산 투입에 있어 우선 순위가 낮기 때문이다. 인천의 농가 인구는 10만 정도로 인천 전체 인구의 0.5%가 채 되지 않는다. 농민의 입지가 그만큼 적다. 그나마 친환경급식 품목에 포함되는 쌀 재배농가 200여 가구는 인천시친환경농업협회를 통해 조직화가 되어 있다. 나머지 친환경 밭작물 재배 농가는 사정이 어렵다. 판로를 확보하고 제대로 가격을 받기 위한 노력을 각자 하는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친환경농산물의 주 거래처는 직거래나 생협 그리고 농협에서 운영하는 로컬푸드 매장이다. 그 중 생협이 가장 안정적이다. 가격 결정 과정에서 협의할 여지가 있고 납품 후 판매되지 않은 농산물을 회수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런 수요처도 요즘 사정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농업의 미래를 위협하는 가장 큰 요인은 식생활 패턴의 변화
농업의 미래를 불투명하게 하고 나아가 먹거리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은 인구 감소와 더불어 식생활 패턴의 변화다. 가공 식품의 소비가 크게 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농식품 소비의 50% 이상을 외식비로 소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식 업체에 있어 원가는 민감한 부분이다. 안전하고 건강한 농산물이 제값을 받고 외식 업체와 가공 식품의 원료로 사용될리 만무하다. 가공 식품의 소비 증가는 GMO 농산물의 수요를 견인한다. 역시 가격 때문이다. 원자재 표시 정보가 제대로 되어있지 않다면 소비자에게 선택의 권한은 없다.
GMO에 대한 농민의 생각과 요구하는 바를 물었다.
"생산자로서 농민이 GMO 종자를 선택하지는 않을 겁니다. 종자로서의 메리트가 전혀 없어요. 농민에게 있어 GMO는 농산물 수입에 따른 공급 문제가 직접적인 이슈예요. 소비자가 먹거리 안전 문제로 GMO 완전표시제를 요구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 측면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 건강한 먹거리와 생태 환경을 위해 GMO 완전표시제를 지지합니다. "
GMO는 우리 밥상 곳곳에 있다. 고백하건데 지금 우리 집 주방 선반의 식용유도 카놀라유다. 이미 10여년 전 조사에서 옥수수, 콩, 유채, 면화의 GMO가 전국 22곳에서 유출되어 자라고 있는 것이 확인됐고 그 증가폭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나는 논란을 먹고 싶지 않다!” 어딘가에서 본 문장이다. 이제 주방에서 카놀라유는 아웃이다.
(함께 읽을 거리 : GM 감자 수입 논란 알아보기 : 판도라의 감자, 여실텐가요? https://blog.dosinong.net/74)
청년농업인 지원의 핵심은 이권사업을 할당해 주는 것
농촌 고령화 문제는 전국적으로 공통된 사회적 과제다. 강화에도 매년 30여명씩 청년농업인을 지원하는 제도를 이용하는 청년이 유입되고 있다고 한다. 현재 이들은 3년간 매달 지원금을 받고 최대 5억까지 저렴한 이자로 융자를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지원금을 받는 3년이 지난 시점이다.
우리나라 농가의 평균 소득이 얼마인지 아는가. 연간 천만원에 불과하다. 지원을 받는 3년 내에 전업농으로 자리잡아 소득을 내는 것도 어렵지만 융자금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갚기 시작하면 대책이 없다. 강화도는 수도권과 가까워 청년의 유입이 쉬운 이점이 있지만 마찬가지로 지원 사업 후 농촌에 정착하는 청년은 30%가 채 되지 않는다고 한다.
조영보 사무국장은 예전에 제주도에서 접한 사례에서 답을 찾았다. 장애인 단체가 가로수경관용 모종을 키워서 심는 사업을 맡아 진행한 것이다. 주로 지자체의 이권사업인 경관농업을 확대하여 청년에게 우선 기회를 주자는 제안이다.
아래 기고에서 청년농업인 정책에 대한 그의 보다 깊은 고민을 확인할 수 있다.
(기고문 강화뉴스: 청년농업인의 유입으로 지속가능한 강화농업을 만들어가자 http://www.ganghwa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946)
마지막으로 도농교류와 도시농업에 대한 그의 생각을 물었다.
"도시농업은 농촌과 도시의 가교 역할을 하고 농업을 알리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협력해서 활동을 이어나가면 좋겠지만 인천시친환경농업협회는 아직 제반 여건이 부족합니다. 단체와 해보고 싶은 것이 있으면 실질적으로 실행은 어렵습니다. 다만 다리 역할을 하거나 협력을 할 의향이 있으니까 연락주세요."
꿈틀리인생학교와 산마을고등학교에서 농업 선생으로 아이들과 함께 했던 그다. 어쩌면 아이들에게 품과 시간을 내어주며 우리는 농農의 가치와 미래에 대한 공통의 고민을 하고 있는지 모른다.
인천 안의 농촌과 도시. 여전히 멀고도 가깝게 느껴진다. 작년 겨울 심포지엄에서 안철환 선생님은 "'도농상생'이라는 말 자체를 좋아하지는 않는다"며 "도시나 농촌이 원래 다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다시 하나로 돌아가야 할 때"라고 말씀하셨다. 오늘의 만남이 도농의 상생을 넘어 다시 하나가 되는 작은 계기가 되길 바라며, 인터뷰에 응해주신 조영보 사무국장님께 감사를 전한다.
- '친환경농산물 의무자조금'은 친환경농업인들이 친환경농업을 발전시키기 위해 스스로 기금을 마련하여 운용하는 제도이다. 자조금은 친환경농산물의 소비 촉진 및 판로 확대, 수급 안정, 교육 및 연구개발 등에 이용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