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탐방 9] 숲의 순환을 담은 숲밭, 바람들이 농장
ㅣ 2025. 05. 22. 경기도 안산 바람들이농장 탐방기
5월 중순, 나무와 풀이 제법 초록을 더해가는 국도를 따라 안산으로 향했다.
농장 입구 안쪽의 '바람들이농장' 현판이 걸린 원두막 뒤로 꽃분홍, 연분홍 작약이 눈에 들어온다. 이 곳 농장주는 아름다움을 사랑하는 사람이구나.
여기는 농부이자 시인, 단체의 대표이자 선생, 운동가이자 도시농업 선구자로 불리는 안철환 선생님의 <바람들이 농장>이다. 도시농업 분야에서 바람들이 농장은 꽤 유명한 듯 하다. 포털에 이름만 넣어도 답사 후기가 여럿 보인다. 도시농업에 관심이 있고 공부를 한 사람이라면 그의 책을 한번쯤 접했을 것이다. <시골똥 서울똥>(2009), <호미 한자루 농법>(2016), <어제 어떻게 먹었나요?>(2023) 등을 썼고, 함께 엮은 책으로 <새 한입, 벌레 한입, 사람 한입>(2014), <지구별 생태사상가>(2020) 등 총 25편 넘는 글을 썼다.
바람들이 농장은 글과 삶이 연결되어 실체로 보이는 공간, 게다가 현재진행형으로 변화하며 역동하고 있는 곳이다. 얼마나 매력적인가!
농장 가운데로 이어진 길을 따라 좌우로 풀과 꽃이 만발이다. 이건 구기자, 이건 차이브… 귀로는 안철환 선생님의 설명을 들으며 하나하나 눈에 담는다.
바람들이 농장은 2019년 <민간형 산림생태텃밭 시범사업>을 통해 ‘숲밭’으로 조성되었다. '숲밭'은 텃밭에 과일나무 등 다년생 유실수를 다양하게 심어 숲의 순환과 공생이 자연스럽게 일어나도록 만드는 밭을 뜻한다. 매실, 구기자, 앵두, 다래, 복숭아, 화살나무… 열매와 순을 채취해서 먹을 수 있는 나무들이 각종 산채, 들풀과 어울려 자라고 있다. 언뜻 질서없이 자유분방해 보이지만, 공간에 숲의 순환을 담기 위한 치밀한 고민이 엿보인다.
농삿일에 정답은 없나보다. 오줌만으로 키워도 충분할만큼 비옥하고 유기물이 가득한 텃밭이 되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틀밭의 문제가 보인다고 한다.
틀밭은 나무나 벽돌 등으로 텃밭 둘레에 경계를 두어 흙의 유실을 막는 형태다. 틀밭의 장점이 많긴 하지만 거름이 과해져 습해지고, 자연스럽게 병이 생기는 것이다. 흙은 자연 상태와 같이 통풍이 필요한데 ‘틀’이 방해가 되는 것이다. 현재는 틀밭을 없애는 것까지 고민하고 있다고 말씀하신다.
바람들이 농장의 특징을 한 마디로 말하면 ‘순환’에 있다. 자연의 순환을 담아 내기 위해 텃밭을 내버려둬서는 안된다. 긴 시간 세밀한 살핌과 관리가 필요하다.
농장 한 켠에 거대한 돔이 자리잡았다. 현재 온순환협동조합이 임대하여 교육장이자 쉼터, 육모 공간으로 활용하는 지오돔이다. (지오돔 Geodesic Dome ; 여러 개의 삼각형이 구면을 이루는 반구형의 구조물) 안에 들어서면 서있는 장소에 따라 소리가 증폭되어 들려 재밌다. 돔의 둘레에는 빗물을 모으는 빗물탱크를 설치해 효율 또한 놓치지 않았다.
우주선 안에 있는 듯, 엄마의 뱃 속처럼 아늑한 듯 하여 아이들이 이 곳을 참 좋아한단다.
지오돔 안에 둘러앉아 안철환 선생님의 농장과 관련된 재미난 에피소드며 최근 근황을 듣고 궁금한 점을 질문했다. 현재는 진행 중인 퇴비 사업을 꼭 성공하고 싶다고 하셨다.
기존의 똥오줌 퇴비는 똥과 오줌을 따로 받는 방식(잿간식)이었는데, 이때 오줌통에서 냄새가 많이 난다. 특히 여성은 똥과 오줌을 따로 받는 불편함을 감수해야 했다. 지금은 똥오줌을 함께 받아 침출수를 모으는 방식으로 개량했다. 이때 모이는 침출수를 예전에는 ‘왕수’라 했다는데, 오줌에 비해 냄새가 구수하단다. 똥의 고형질은 밑거름으로, 침출수는 액비로 사용한다.
침출수를 따로 받아야 하기에 생태뒷간의 높이를 높여야 하는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냄새가 적고 이용이 간편하다면 충분히 활용할 만하다는 생각이 든다. 선생님 댁에서는 1인 1퇴비통을 사용 중이라고 한다. 사람에 따라 퇴비의 성분이 다를테니 비교해 보면 재밌겠다고 생각하면서도 감히 도전할 용기가 나지 않는다.
요즘 안철환 선생님이 주장하는 의제는 ‘도시농부 내땅갖기 운동’이다. 토지의 공적 재화로서의 성질을 인정하여 토지에 대한 사유재산권으로 인한 이득 취득을 적절히 제한하여야 한다는 ‘농지 공개념’을 기초로 하는 운동이다.
영국 토트네스의 토지 공유 프로젝트가 떠올랐다. 프로젝트에서 토지 소유주는 자신이 제공할 땅에 관한 세부 사항과 조건을 공유하고, 토지 공유를 신청하는 텃밭지기는 그들의 기대와 희망, 점검 사항을 공유한다. 운영 단체가 이 둘을 매칭하면서 필요한 교육과 보험, 쌍방의 합의서 등을 마련하는 방식이다. 이 프로젝트는 토트네스 전환 마을의 전환 프로젝트 중 하나로 시작해서 전국적으로 확대되기도 했으나 현재는 더이상 진행되지 않고 있다. 다른 방식으로 토지 공유에 대한 다양한 실험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유든 공유든 ‘내 땅' 가질 기회가 있다면 ‘바람들이 농장’을 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탐방에 함께한 이들도 분명 각자의 그런 ‘바람’을 마음에 들였으리라. 안철환 선생님의 형형하고 장난기 어린 눈빛과 도전의 이야기, 그리고 농장의 풍경이 떠오른다. 많은 이에게 영감과 상상을 주는 것만으로도 바람들이 농장은 멋진 곳이다.
도시농업의 가치를 전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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