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부특강] 프랑스 벡엘루앙 농장에서 배우는 에코컬처와 퍼머컬처 디자인 (11.23)
[도시농부특강] 작은 밭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프랑스 벡엘루앙 농장에서 배우는 에코컬처와 퍼머컬처 디자인
트랙터 한 대 없이, 사람의 손만으로 가꾼 1,000제곱미터의 밭. 이 작은 밭에서 트랙터로 농사짓는 유기농 농가의 1헥타르만큼 채소가 나온다면 믿으시겠어요?
프랑스 노르망디의 벡엘루앙 농장(Ferme du Bec Hellouin)에서 실제로 확인된 일입니다. 2011년부터 2015년까지 프랑스 국립농학연구소(INRA), 아그로파리테크(AgroParisTech)와 함께 진행한 연구 결과입니다. 2003년 이 골짜기에 정착한 페린과 샤를 에르베-그뤼예 부부는 작은 가족 농장에서 시작해, 이제는 전 세계 농부들이 찾아오는 농장을 일구었습니다.
부부가 5년을 들여 펴낸 퍼머컬처 매뉴얼 『지구와 함께 살기(Vivre avec la Terre)』는 세 권, 1,000쪽에 이르는 대작입니다. 올해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의 도시농부들은 이 책을 우리말로 옮기며 함께 읽었습니다. 그리고 이제, 함께 건너온 1권 『퍼머컬처, 에코컬처: 자연이 우리에게 가르치는 것』을 다시 펼칩니다.

하나. 사람을 먹이고, 땅을 치유하다. Nourrir les hommes, guérir la Terre
1권의 첫 부분은 이렇게 묻습니다. 농업은 어디서 길을 잃었을까?
저자들은 오늘날의 농업과 구별하기 위해 자신들의 방식을 **에코컬처(écoculture)**라고 부릅니다. 생명에서 영감을 얻은, 이른바 생체 모방(bio-inspirée) 농업입니다. 기계와 화석 에너지 대신 생명의 천재성과 사람의 손에 기대어 풍성하게 거두면서도 흙을 살리고 경관을 아름답게 가꾸는 농사입니다.
책은 에코컬처의 기본 원칙 열일곱 가지를 제시하는데, 그 첫 번째가 "자연 생태계를 모방하기"입니다. 그리고 세 번째 원칙인 "순환을 완성하기"에는 이런 짧은 문장이 붙어 있습니다.
« Tout est ressource ! »
모든 것은 자원이 됩니다.
둘. 자연이라는 학교
두 번째 부분에서 우리는 학생이 됩니다. 선생님은 태양과 바람과 비, 그리고 흙입니다.
여기서 만나는 핵심 개념이 **농업생태계(agroécosystème)**와 **생태계 서비스(services écosystémiques)**입니다. 숲과 들판은 누가 갈아엎지도, 비료를 주지도, 물을 대지도 않는데 어떻게 그토록 풍성할까요? 정원이 자연처럼 복잡해지면 흙이 기름지고, 해충이 저절로 조절되고, 씨앗이 스스로 싹트는 일들이 "자연스럽게, 그리고 비용 없이" 일어납니다. 농부는 덜 개입하고, 자연은 더 일합니다.
« Les monocultures n'existent pas dans la nature ! »
자연에는 단일 재배(모노컬처)가 존재하지 않습니다.
셋. 나에게 농장을 그려 줘
어린 왕자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의 세 번째 부분은 퍼머컬처 디자인을 다룹니다. 1970년대 호주의 빌 몰리슨과 데이비드 홈그렌이 정립한 퍼머컬처는 단순한 농사 기술 모음이 아니라, 땅과 그곳에 사는 사람을 깊이 들여다보고 꼭 맞는 삶의 공간을 설계하는 방법입니다.
벡엘루앙 농장은 이 디자인 도구로 **퍼머컬처 마이크로농장(microferme permaculturelle)**이라는 개념을 만들었습니다. 2010년 농장 교육에서 처음 이야기한 이 개념은 몇 년 만에 프랑스 유기농 채소 농장 창업 프로젝트의 약 80%에 영감을 주었다고 합니다. 책은 도시의 수십 제곱미터부터 시골의 몇 헥타르까지, 누구나 자기 자리에서 마이크로농장을 그려 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도시농부인 우리에게 건네는 초대장이기도 합니다.
넷. 토양과 비옥도에 대한 자연적 접근
Une approche naturelle du sol et de la fertilité
마지막 부분은 다시 흙으로 돌아옵니다. 바닥덮기(멀칭), 퇴비, 풋거름, 유용 미생물과 보카시, 바이오차까지, 흙을 살리는 구체적인 방법들이 이어집니다. 저자들은 흙을 지키는 데서 멈추지 말고 한 걸음 더 나아가자고 말합니다.
« devenir cocréateurs d'humus »
부식토를 함께 만들어 가는 존재가 되기
이렇게 살아난 흙은 탄소를 품습니다. 벡엘루앙의 연구는 작은 농장이 탄소 흡수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주었고, 1권은 마이크로농장과 기후위기의 관계를 짚으며 마무리됩니다.

번역한 사람이 들려주는 1권 이야기
강의는 읽기모임을 이끌고 번역을 해주신 오선경 선생님(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지도교수요원)이 진행합니다. 프랑스어 원문과 씨름하며 한 문장씩 우리말로 옮긴 사람만이 들려줄 수 있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왜 이 낱말은 이렇게 옮겼는지, 읽기모임에서 어떤 대목에 오래 머물렀는지, 벡엘루앙의 방법이 인천의 텃밭에서는 어떻게 읽히는지 함께 나눕니다.
읽기모임에 함께했던 분들에게는 그 시간을 갈무리하는 자리가, 처음 오시는 분들에게는 이 책으로 들어가는 문이 되었으면 합니다. 강의 후에는 질의응답과 함께 따뜻한 다과를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갑니다.
1권 제본을 나눠 드립니다
우리가 함께 읽은 1권을 제본해 곁에 두고 다시 읽으실 수 있도록 준비했습니다. 제본비는 3만 원이며, 실제 제작비보다 낮은 금액으로 마련했습니다. 원하시는 분은 신청서에서 제본 신청을 함께 해 주세요.
저자들은 이 책을 서두르지 말고 "농부의 걸음"으로 읽으라고 권합니다. 1년 내내 한 장씩 넘겨 온 우리의 걸음도 그러했습니다.

특강 안내
- 일시: 2026년 11월 23일(월) 저녁 7시
- 장소: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교육실
- 강사: 오선경 (번역, 읽기모임 진행 /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지도교수요원)
- 구성: 특강 90분, 질의응답과 다과 나눔
- 참가비: 무료 / 제본비: 3만 원 (1권 제본, 희망자)
- 정원: 30명
- 신청: https://forms.gle/CBW1qoYbckzqA4k19
- 마감: 2026년 11월 20일(금)
- 문의: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032-201-4549
« Il n'y a pas d'écologie véritable sans une écologie intérieure. »
내면의 생태가 없는 생태학은 존재할 수 없습니다.
작은 밭에서 시작된 이야기를 함께 들으러 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