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자농의 자연농사] 장마철 텃밭, 물 빼기가 물 주기보다 먼저다
[소자농의 자연농사] 장마철 텃밭, 물 빼기가 물 주기보다 먼저다

맑은 하늘인데 내일부터 비 예보가 있다. 흙은 아직 말라 있고. 이럴 때 물을 줘야 할까요? 저는 이런 날일수록 배수로를 먼저 살펴요. 물이 어떻게 빠질지가 더 급한 문제거든요.
물의 양보다 흐름을 다스려라
조선의 전통 농서는 물을 많이 주는 기술보다 수리(水利)를 더 중요하게 여겼어요. 수리란 물을 대는 것과 물을 빼는 것을 함께 다스리는 일이에요.
조선 중기 《농가집성》과 조선 후기 서유구의 《임원경제지》에는 작물과 토양의 특성에 맞게 물을 대고, 물이 고이지 않도록 관리하는 방법이 다양하게 소개되어 있어요. 농사의 기본이 물의 양이 아니라 물의 흐름을 다스리는 것이라는 거죠.
가물면 대고, 넘치면 빼라
중국의 고농서에도 같은 원칙이 있어요. "가물면 물을 대고(旱則灌之), 물이 많으면 물을 빼라(澇則泄之)." 오늘날의 관개·배수 관리와 같은 뜻이에요. 수천 년 된 말인데, 지금 우리 텃밭에 그대로 쓸 수 있어요.
이 원칙을 장마철에 적용하면 이렇게 됩니다. 흙이 조금 말랐다고 해서, 비 예보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습관적으로 물을 줄 필요는 없어요. 배수로를 정비하고, 빗물이 오래 고이지 않도록 준비하는 게 먼저예요.
뿌리도 숨을 쉬어야 한다
물이 과도하게 차면 흙 속 공기가 부족해져요. 뿌리가 숨을 못 쉬는 거죠. 뿌리 활력이 떨어지고, 역병이나 무름병 같은 병해가 생기기 쉬운 조건이 만들어져요. 우기철에 작물이 약해지는 이유, 물이 부족해서가 아니에요. 물이 너무 오래 고여 있어서거든요.

비 오기 전에 고랑부터
우기철 농사의 핵심은 물을 더 주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물을 제때 빼는 거예요. 선조들이 수리(水利)라고 부른 게 바로 이 일이에요.
장마가 시작되기 전, 두둑을 정리하고 고랑을 내는 손이 바빠진다. 흙 위에 그어지는 그 선 하나가, 그 밭의 여름을 결정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