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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자농의 자연농사] 풀을 없애려 하면 질 수밖에 없다

아메바!(김충기) 2026. 7. 2. 08:30

[소자농의 자연농사] 풀을 없애려 하면 질 수밖에 없다

 

마늘을 다 캐고 난 자리. 맨흙이 드러난 지 이틀, 벌써 풀이 올라오고 있었어요. 억울한 마음이 들기도 하죠. 그런데 이게 이상한 일이 아니에요. 풀씨는 이미 거기 있었거든요. 내가 흙을 건드리기 전부터요.

 

농사는 작물을 기르는 기술인 동시에, 풀과 공존하며 관리하는 기술이에요. 풀의 생태를 이해하면 김매기 노동은 줄고, 작물은 훨씬 안정적으로 자랍니다.

 

김을 매도 매도 또 올라오는 이유

조선 후기 농학자 서유구는 《임원경제지》에서 김매기 시기를 이렇게 구분했습니다. 6월까지는 손이나 호미로 어린 풀을 뽑고, 7월 이후에는 낫으로 베어 관리하는 게 효율적이라고요. 지금 텃밭에도 그대로 쓸 수 있는 원칙이에요.

 

풀이 끈질긴 데는 이유가 있어요. 밭흙에는 풀씨가 층층이 쌓여 있거든요. 이걸 토양 종자은행(Soil Seed Bank)이라고 해요. 배추나 오이 씨앗이 서늘한 조건에서 수년 보관하면 발아력이 떨어지는 것과 달리, 풀씨는 종류에 따라 10년에서 수십 년 이상 땅속에서 버텨요. 흙 한 줌에 수백 개의 풀씨가 잠들어 있다는 뜻이죠.

 

그런데 더 중요한 게 있어요. 같은 종류의 풀이라도 씨마다 휴면 정도가 달라요. 봄에 한꺼번에 올라오는 게 아니라 봄부터 가을까지 조금씩, 순서를 두고 발아하거든요. 한 번 김을 매도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풀이 올라오는 게 바로 이 때문이에요.

마늘·양파·감자를 거두고 나서 한 차례 제초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아요. 여름 고온에 비까지 이어지면 새 씨앗이 계속 발아하고, 밭은 순식간에 풀밭이 됩니다.

 

햇빛을 막으면 풀도 멈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흙에 햇빛이 닿지 않게 하는 거예요. 버섯배지, 볏짚, 풀베기 부산물들 — 유기물로 흙 표면을 덮으면 풀 발생이 눈에 띄게 줄어요. 수분도 오래 남고, 땅속 생물도 살아나죠.

 

작물로 막는 방법도 있어요. 가지, 콩, 들깨처럼 잎이 넓게 퍼지는 작물은 지표면을 빠르게 덮어 풀이 설 자리를 없애버려요. 특히 빈 밭에 들깨를 심어두었다가 김장채소 심기 직전에 베어 흙에 갈아 넣으면, 제초와 유기물 공급을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어요.

 

 

밭 경계에 콩을 심는 이유

제가 밭 경계, 풀이 많이 치고 올라오는 자리에 콩을 심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어요. 단순히 수확하려고 심는 게 아니에요. 콩의 넓은 잎이 지표면을 덮으면 풀의 세력이 눌리거든요. 심은 작물이 제초 역할까지 해주는 거예요.

 

풀을 없애는 게 농사가 아니에요. 풀의 생태를 이해하고 이용하는 게 농사거든요.

 

오늘도 밭 경계에는 콩이 넓은 잎을 펼치고 있어요. 수확을 기다리는 게 아니라, 풀을 눌러주길 기다리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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