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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원 통일논에 한반도를 그리고, 토종벼를 심었습니다

아메바!(김충기) 2026. 6. 1. 21:11

철원 통일논에 한반도를 그리고, 토종벼를 심었습니다

지난 5월 30일,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회원과 함께한 분들이 강원도 철원의 통일논으로 향했습니다. 인천 시민 여든 명과 철원군농민회 회원 스무 분, 모두 백여 명이 모여 민통선 안 통일논에 한반도 모양으로 토종벼를 심은 날입니다. 그 하루를 회원 여러분께 전합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가 철원 통일논 모내기에 함께한 것은 2013년부터입니다. 어느덧 십삼 년. 강산이 한 번 하고도 반쯤 더 바뀌는 동안, 우리는 봄이면 모를 심고 가을이면 벼를 거두러 이 길을 오갔습니다. 올해는 특히 지난해와 달랐습니다. 철원오대쌀로만 손모내기를 하던 데서 토종쌀을 더하기로 한 것입니다. 논습지동아리(회장 오송원)에서 붉은차나락, 각시나, 선달, 멧돼지찰 네 종의 토종벼 모를 직접 준비해 갔습니다. 토종벼로 한반도 모양의 논아트를 해보려고요. 통일논이라는 상징성과 토종벼라는 이색적인 요소가 잘 어우러지겠지요.

 

올해는 한반도를 토종벼로 그리는 것에 더해, 이 뜻깊은 행사에 인천 시민사회가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을 넓혔습니다. 남동평화복지연대와 인천해바람시민발전협동조합이 손모내기에 함께했습니다. 서해5도에서 보내온 꽃게가 농민회에 전달되기도 했지요. 평화의 연대가 한층 확장되는 시작이 된 것 같습니다.

 

철원으로 오는 버스 안에서는 낯설지만 농민가를 배웠습니다. 농민회의 의례에 '농민가'는 빠지지 않습니다. 인천에서 온 도시민들이 함께 노래를 따라 부르니 농민분들도 좋아하셨습니다.

 

손모내기

김종필 철원군농민회장은 십삼 년을 함께해 온 우리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분단으로 나뉜 북철원과 남철원, 그리고 인천의 물을 한데 모아 함께 벼를 키우겠다고 하셨습니다. 오늘 심은 벼는 구월에 거두어 재일 조선학교를 돕는 데 쓰일 것이라고 합니다. 물을 합치고 쌀을 나누는 일이 곧 연대라는 것을, 농사의 언어로 들려주신 셈입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김충기 대표도 인사를 전했습니다. 자주 만나야 친해지고 또 보고 싶어지는데, 이제 철원이 익숙하고 편안하다고. 남과 북도 그렇게 다시 만나기를 바라며, 그 마음을 표현하는 실천이 바로 오늘 같은 일이라고 말입니다.

 

이어서 손모내기를 위해 일렬로 논두렁을 줄줄이 걸어 들어가기 시작합니다. 한반도기가 꽂힌 통일논에 백 명 가까운 사람들이 직접 모내기를 하는 풍경이 이채롭습니다. 사오십 년 전에야 시골에서 보던 풍경인데 말이지요. 마을에서 집집마다 품앗이로 모내기를 할 때에는 모두가 함께했습니다. 마을공동체, 곧 두레의 풍경이기도 했고요. 오늘날 텃밭에서, 그리고 멀리 철원에서도 다시 이 풍경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기계로는 잠깐이면 끝낼 모내기이지만, 이렇게 직접 논 흙을 밟으며 한 시간쯤 같은 경험을 하는 시간이 모두를 묶어주는 듯합니다. 발톱에 낀 흙처럼.

 

 

논두렁에서 먹는 들밥은 이 행사의 또 다른 재미입니다. 농민회에서 준비한 음식을 둘러싸고 오대쌀로 만든 '대작' 막걸리가 오가면서 이야기꽃이 피어납니다. 처음 손모내기를 해본 분들과 농민들의 대화, 그리고 농민들의 활동을 지지하며 매번 찾아와 주는 도시농부들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도 오갑니다.

 

합수식 때에는 인천에서 가져간 물도 더해집니다. 만수마을 이음텃밭에서 받아 놓은 빗물이 통일논에 더해지면서, 우리는 함께 쌀을 키우게 되었습니다. 아이들과 우렁이 방사도 하고, 이날의 모내기를 잊지 않도록 집집마다 가져가 키울 상자논도 심어 갑니다.

평화기행

철원군농민회 통일논은 월정역을 지척에 두고 있습니다. 서울과 원산을 잇던 경원선이 지나던 월정역에는, 전쟁 때 폭격을 맞은 화물 기차가 그대로 전시되어 있습니다. 모내기를 하다가 북쪽 산 능선을 보면 북쪽 초소가 보입니다. 농민회분의 말씀처럼, 우리가 손모내기 행사를 하는 것도 저쪽에서 알고 있겠지요. 월정역을 지나면 평화전망대도 있습니다. 이날은 미리 신청하지 못해 가지 못했지만, 북녘 모습을 볼 수 있는 전망대에서는 철원평야와 평강평야가 한눈에 들어옵니다. 그 옛날 궁예가 태봉국의 도읍을 왜 이곳으로 정했는지 알 수 있는 장면들이지요.

 

평화전망대에 갈 수 없어서 우리는 백마고지 전적비가 있는 곳으로 향했습니다. 영화 '고지전'에 나왔던 십수 차례의 고지전은 결국 주인을 바꾸지 못한 채 수만 명의 사상자만 남긴 전투였지요. 누구의 잘못이냐 따질 수도 있겠지만, 전쟁이라는 상황 자체가 이런 비극을 얼마든지 만들어낸다는 뻔하지만 묵직한 교훈이 떠오르는 시간이었습니다.

 

이번 행사를 시작했던 노동당사에서 다시 모였습니다. 해방 이후의 이념 대립과 전쟁의 흔적, 그리고 분단 이후 이 건물의 쓰임새는 계속 달라졌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발해를 꿈꾸며' 뮤직비디오 촬영지로 알려진 뒤 주목받은 노동당사는 관광지가 되었지요. 정작 건물에 얽힌 이야기는 현지 분들을 통해 생생하게 들어야 합니다. 김용빈 전농 강원도연맹 의장님은 노동당사가 지닌 철원의 힘, 당시 인민들의 마음으로 해설을 해주셨습니다.

 

어쩌면 잊고 살았을 분단의 아픔과 통일을 향한 마음을 다시 새기는 계기가 되었을 것입니다. 일 년에 한두 번은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는 신나게 해야지요. 평화기행의 마무리는 노동당사에서 부르는 '경의선 타고'입니다. 즐거운 반주에 율동을 더해, 기차 타고 평양으로 런던으로 가는 날을 함께 염원해 봅니다.

통일쌀 펀딩

이날 심은 모가 잘 자라면 넉 달 뒤에는 나락을 베게 될 것입니다. 이렇게 키운 토종쌀과 오대쌀은 이 행사의 의미와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에게 판매됩니다. 판매 수익금은 전부 재일 조선학교에 후원됩니다. 일제가 강제로 조선을 점령하던 시기에 여러 이유로 일본으로 건너갔던 조선인들 가운데, 해방 후에도 일본 땅에 살며 '조선적'을 유지해 온 분들이 있습니다. 분단된 조국이 아니라 그 이전 하나였던 조선의 국적을 지키며, 우리 민족의 교육을 위해 세우고 운영해 온 것이 조선학교입니다. 일본 사회와 정부의 차별 속에서도 꿋꿋이 버텨 왔지만, 형편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통일쌀 펀딩은 이런 취지의 농민회 활동에 힘을 보태고, 시민들의 참여를 넓히고자 올해 처음 시작했습니다. 단순 후원부터, 통일논 쌀을 리워드로 받는 방법, 손모내기와 벼베기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길까지 열려 있습니다.

 

이 뜻깊은 연대에 함께하고자 하는 마음들이 멀리 퍼져나가길 기대합니다. 자주 만나고 직접 행동하면서, 그 마음이 더 커지고 단단해지길 바랍니다.

 



관련 기사와 사진들


[통일쌀 펀딩] 으로 뜻깊은 활동에 동참하세요.

https://sites.google.com/dosinong.net/rural-urban-linkages 

 

2026 통일쌀 펀딩 프로젝트

2026 철원통일쌀 펀딩 프로젝트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x 철원군농민회 철원군 민통선 내 통일논에서 평화를 기원하는 손모내기, 추수 행사가 개최됩니다. 2026년 철원군 농민과 시민들이 모여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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