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머컬처 읽기 네번째 모임 - 다양성과 생태계서비스

흔들려도 무너지지 않는 것에 대하여
폭풍이 지나간 자리에 남은 숲은, 처음부터 단단했던 것이 아닙니다.
바하마의 작은 모래톱, 샌디케이. 지름이 수십 걸음에 불과한 이 섬에 처음 내려앉은 것은 바닷새였습니다. 배설물이 모래를 조금 비옥하게 만들었고, 바람이 씨앗을 날랐습니다. 극한을 견디는 선구 식물이 먼저 뿌리내렸고, 그 그늘 아래 더 섬세한 것들이 자라났습니다. 수백 년이 흐르며 동심원의 작은 숲이 완성되었습니다. 아무도 설계하지 않았습니다. 외부에서 투입한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도 거기 있습니다.
이번 모임에서 읽은 『퍼머컬처 매뉴얼』 10장부터 13장까지는, 사실 이 질문 하나를 붙들고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망가지지 않는가. 그리고 망가져도 어떻게 돌아오는가.
이번 읽기모임에 내용을 요약하자면 단어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안정성과 회복력.
안정성은 교란이 적은 조건에서 나옵니다. 성숙한 숲처럼 예측 가능한 환경 속에서, 생물들은 천천히 깊게 뿌리내립니다. 수명이 길고, 느리게 자라고, 자손이 적은 것들이 번성합니다. 서두르지 않아도 되는 상태입니다. 회복력은 다른 이야기입니다. 교란이 왔을 때 돌아오는 힘. 이것은 다양성에서 나옵니다. 연결망이 촘촘할수록 한 곳이 끊겨도 전체는 유지됩니다. 어떤 종이 사라져도 비슷한 역할을 하는 다른 종이 그 자리를 채웁니다. 다양성은 아름다움이면서 동시에 안전장치입니다. 생태계는 그것을 수백만 년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12장의 생물다양성 이야기에서 이것이 더 명확해집니다. 전통 농민들은 수백 종의 작물을 함께 길렀습니다. 최대 생산량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어떤 기후가 닥쳐도 모든 작물이 동시에 실패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다양성이 보험이었고, 회복력의 원천이었습니다. 그런데 FAO에 따르면 20세기에 작물 품종의 75%가 사라졌습니다. 지금 인류 식량의 60%는 쌀, 밀, 옥수수 세 가지로 채워집니다. 연결망은 단순해졌고, 그만큼 취약해졌습니다.
"다양성이 곧 보험이에요."
맞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지금 보험을 하나씩 해약하고 있는 중입니다.
11장의 주제는 생태계 서비스. 수분, 해충 조절, 토양 형성, 물 순환. 생태계가 안정성을 유지하며 무상으로 제공하던 것들입니다.
현대 농업은 이것들을 하나씩 산업 제품으로 대체했습니다. 그 결과는 단호하게 적혀 있습니다. 생물다양성이 줄고, 조절 기능을 잃게 되자, 인간이 끊임없이 개입해야 하는 구조가 만들어졌습니다. 개입할수록 생태계는 더 교란되고, 교란될수록 더 많은 개입이 필요해집니다. 회복력이 사라진 자리에 의존성이 자랍니다. 살충제와 지렁이 이야기가 인상 깊었습니다. 건강한 토양 1헥타르에는 2~4톤의 지렁이가 삽니다. 트랙터 여러 대 무게입니다. 급여도 없이, 휴일도 없이, 밤낮으로 토양을 부드럽게 하고 비옥하게 만듭니다. 그런데 살충제 한 번이면 이것이 사라지고, 그 자리를 비싼 비료로 채웁니다. 생태계 서비스는 원래 공짜였습니다. 우리가 망가뜨리고 나서야 돈을 내고 있습니다.
생태계 서비스중에 '수문학적 과정'이라는 낯선 말이 나왔습니다. 비가 내리고, 토양에 스며들고, 식물이 흡수하고, 증산되어 다시 구름이 되는 순환. 생태학을 공부한 참가자가 말했습니다. "내려오는 것과 돌아가는 것이 균형을 이뤄야 합니다." 비가 내려온 만큼 돌아가야 합니다. 그게 안 되면 어딘가가 마릅니다. 생태계의 회복력은 결국 이 순환이 끊기지 않는 데서 나옵니다.

13장은 식물학이었습니다. 잎의 형태, 줄기, 눈, 뿌리, 꽃, 씨앗, 광합성, 호흡, 분류학. 낯선 용어들이 많았고 내용도 빽빽했습니다.
그런데 이 장이 여기 있는 이유가 있습니다. 안정적이고 회복력 있는 농업생태계를 만들려면, 함께 일하는 존재를 제대로 알아야 합니다. 모르면 교란하게 되어 있습니다. 이름을 알면 보이지 않던 것이 보이기 시작하고, 보여야 건드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책은 이 장을 이렇게 끝냅니다. "식물의 나라를 평생 여행해도 끝을 볼 수 없습니다. 이것은 끊임없는 경이로움의 원천입니다."
모임이 끝날 무렵 한 참가자가 말했습니다. 오프라인으로 모일 때는 읽는 것보다 서로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더 있었으면 좋겠다고. 텃밭에서 겪은 것들, 직접 부딪힌 것들을 같이 나눠보자고. 공감이 됩니다. 회복력은 책에서 오지 않습니다. 연결망이 촘촘해질 때 생깁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도, 텃밭과 텃밭 사이에서도.
샌디케이의 작은 숲이 폭풍 속에서도 살아남은 것은 단단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다양하고 촘촘하게 연결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게 진짜 안정성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