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흙을 되살리는 시간 - 무경운·유기물 순환으로 토양을 바꾼 씨알텃밭의 기록

1년, 흙을 되살리는 시간
무경운·유기물 순환으로 토양을 바꾼 씨알텃밭의 기록
소자농 유형민
공동체 씨알텃밭의 한 구성원이 지난 1년간 실천한 농법은 단순한 재배 기술의 전환을 넘어, 토양을 대하는 관점 자체의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작년 4월부터 밭을 갈지 않는 무경운(無耕耘) 방식을 택했고, 외부에서 공급되는 비료와 농약에 의존하지 않는 길을 선택했다.
버려지는 것들이 밭의 자원이 되다
대신 도시에서 버려지는 유기물을 자원으로 받아들였다. 백화점에서 발생하는 폐과일과 채소는 밭의 표면을 덮는 피복재로 사용되었고, 버섯농장에서 배출되는 폐배지(廢培地)는 일정한 주기로 토양 위에 쌓였다. 20평 기준 분기마다 1~2톤백에 달하는 양이 투입되었으니, 이는 단순한 보조적 투입이 아니라 토양 환경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수준의 유기물 순환이었다.
여기에 더해 과일과 채소를 발효시킨 액비를 엽면(葉面, 잎의 표면)에 살포하고, 목초액과 커피찌꺼기를 활용해 병해를 관리하였다. 이러한 방식은 외부 투입재를 최소화하면서도 생태적 균형을 유지하려는 시도라 할 수 있다.
1년 만에, 밭이 달라졌다
그 결과는 예상보다 빠르게 나타났다. 불과 1년 만에, 추가적인 유박(油粕, 콩·깻묵 등을 짜고 남은 찌꺼기로 만든 유기질 비료)이나 화학비료 없이도 작물이 안정적으로 자라는 밭이 형성된 것이다. 특히 다비성(多肥性, 많은 양의 거름을 필요로 하는 성질) 작물로 알려진 감자와 마늘의 생육 상태는 주목할 만하다. 임실감자와 육쪽마늘이 보여주는 왕성한 성장세는, 토양 속 미생물과 유기물 순환 구조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회복되었음을 시사한다.
자연이 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기다린 것이다
그러나 이 성과를 단순히 '자연농의 성공'으로만 환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그 이면에는 상당한 노동이 축적되어 있다. 약 200미터에 이르는 거리를 오가며, 무거운 유기물을 손수레로 반복 운반하는 작업은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니다. 이 밭은 자연이 스스로 만든 결과라기보다, 자연의 순환을 신뢰하며 인간이 꾸준히 개입한 시간의 산물이다.
결국 이 사례가 던지는 의미는 분명하다. 토양은 단기간에 비옥해지는 대상이 아니라, 지속적인 유기물 순환과 관리 속에서 서서히 살아나는 존재라는 점이다. 그리고 그 과정은 기술보다 태도에 가깝다. 밭을 갈지 않는 선택, 버려진 것을 다시 순환시키는 실천,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변화를 기다리는 인내가 모여 하나의 농사를 완성한다.
이 1년의 기록은 수확량 이상의 가치를 지닌다. 그것은 앞으로 어떤 농사가 지속 가능할 것인가에 대한 하나의 조용한 답변이기 때문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