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도시농부들

자급하는 씨알텃밭 생활 - 계양구 상야동에서 흙과 함께, 삶의 균형을 되찾다

아메바!(김충기) 2026. 4. 24. 20:25

 

자급하는 씨알텃밭 생활

계양구 상야동에서 흙과 함께, 삶의 균형을 되찾다

 

- 소자농 유형민

 

 

자급하는 텃밭 생활은 단순한 취미나 식량 확보의 수단을 넘어, 인간이 자연의 질서 속에서 삶의 균형을 회복하려는 동양적 생활 철학의 실천 형태라 할 수 있다. 현대 사회는 풍요와 편의를 제공하는 대신 인간을 시장과 기술 체계에 깊이 종속시키고 있으며, 그 결과 식생활의 왜곡과 건강의 불균형, 그리고 삶의 주도권 상실이라는 문제를 낳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텃밭을 통한 자급 생활은 외부 의존을 절제하고 스스로의 삶을 돌보는 최소 단위의 자립 구조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를 줄이는 것

동양 사상에서 자급의 근본은 '많이 가지는 것'이 아니라 '필요를 줄이는 것'에 있다. 유가의 절제와 성실한 노동, 그리고 도가의 무위자연(無爲自然) 사상은 모두 인간이 자연의 흐름을 거스르지 않고 살아가는 삶을 이상으로 제시한다. 특히 자연과의 조화를 중시하는 이러한 사유는 텃밭 생활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씨를 뿌리고, 계절을 기다리며, 때에 맞춰 거두는 과정은 인간이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아니라 순응하고 함께 살아가는 존재임을 체득하게 한다. 또한 불교의 소욕지족(少欲知足) 사상은 욕망을 줄이고 현재에 만족하는 삶을 강조하는데, 이는 텃밭에서 얻은 소박한 수확을 통해 충분함을 느끼는 경험과 깊이 연결된다.

밭을 가꾸는 일이 곧 몸을 돌보는 일

이러한 자급 텃밭 생활은 건강과 보건의 측면에서도 중요한 가치를 지닌다. 스스로 기른 작물은 신선하고 안전하며, 자연식 위주의 식단은 인체의 균형을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또한 밭을 가꾸는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지속적인 신체 활동은 별도의 운동을 대신하여 근력과 체력을 유지하게 하고, 햇빛과 흙을 접하는 경험은 정신적 안정과 면역력 증진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 이는 질병이 발생한 이후 치료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건강을 유지하는 예방 중심의 삶의 방식이라 할 수 있다.

씨앗처럼, 나눌수록 풍성해지는 공동체

사회적·문화적 측면에서도 텃밭 자급은 의미가 깊다. 전통적으로 이어져 온 발효 음식과 저장 식문화는 계절의 흐름에 순응하는 지혜의 산물이며, 이는 단순한 음식 기술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생활 방식을 담고 있다. 텃밭에서 생산된 작물을 나누고 교환하는 행위는 인간 관계를 회복시키고, 고립된 도시 생활 속에서 공동체적 연대를 형성하는 계기가 된다. 나아가 이러한 생활은 과잉 소비를 줄이고 환경 부담을 완화함으로써 인간과 자연이 공존하는 생태적 질서를 회복하는 데 기여한다.

규모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

도시에서의 실천 또한 결코 어려운 일이 아니다. 베란다나 옥상의 작은 공간에서 시작하는 채소 재배,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식생활,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생활 태도는 자급의 출발점이 된다.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삶의 방향을 전환하는 의지이다. 텃밭은 단순한 생산 공간이 아니라, 인간이 자신의 삶을 성찰하고 자연과 다시 연결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결국 자급하는 텃밭 생활이란 자연에 순응하며 스스로를 절제하고, 몸과 마음을 함께 돌보는 삶의 방식이다. 이는 물질적 풍요를 넘어 충분함과 균형을 아는 삶, 그리고 외부에 휘둘리지 않는 내적 안정에 이르는 길이다. 이러한 점에서 텃밭 자급은 현대인이 잃어버린 삶의 본질을 회복하는 가장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실천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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