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자연, 이웃을 잇다
: 2025 이음텃밭 성과공유회 현장 스케치

지난 12월 16일, 한 해의 결실을 맺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는 '2025 이음텃밭 성과공유회'가 성황리에 개최되었습니다. 김동수 이장님의 개회사처럼, 이번 성과공유회는 지난 1년간의 활동을 자축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며, 내년을 더욱 알차게 준비하기 위한 소중한 자리였습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김충기 대표는 축사를 통해 "행정과 민간 단체, 주민의 협력으로 5년째 이어져 온 것 자체가 큰 성과"라며, "텃밭을 통해 많은 사람이 연결되고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는 '관계의 힘'이야말로 가장 큰 성과"라고 강조했습니다. 행사장 안은 한 해 동안 땀 흘린 도시농부들의 자부심과 이웃을 향한 따뜻한 정으로 가득했습니다. 웃음과 감동이 넘쳤던 그 현장의 이야기를 전해드립니다.

이날 참여자들에게는 이음텃밭에서 정성스레 준비한 자료집, 다과, 그리고 직접 키운 토종쌀과 토종달력을 선물로 준비했습니다. 씨앗나눔과 함께 소모임에서 키운 호박도 선물로 준비되었습니다.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방제식 이사의 진행으로 성과보고, 관련영상시청, 참여자 이야기 그리고 시상식의 순서대로 진행되었습니다.

숫자로 돌아보는 2025년 이음텃밭의 발자취

2025년 이음텃밭의 활기는 뚜렷한 숫자로 증명됩니다. '민들레' 활동가의 발표에 따르면, 우리의 땀과 나눔은 다음과 같은 의미 있는 기록으로 남았습니다.

참여 인원: 개인 300여 명과 단체 26개가 함께하여 총 500여 명이 이음텃밭을 가꾸었습니다.
공동체 활동 (두레): 제초, 기후밭 가꾸기, 배수로 정비 등 함께하는 두레 활동에 1,700여 명이 참여하며 이웃과 얼굴을 익혔습니다.
이웃 나눔: 함께 기른 작물 총 872kg을 이웃에게 기부하며 텃밭의 의미를 더욱 넓혔습니다.
외부 교류: 대구 등 타지역에서 9개 단체, 130여 명이 이음텃밭의 사례를 배우기 위해 견학을 왔습니다.
소모임 결성: 토종 배추와 수세미를 함께 가꾸는 등 자연스러운 소모임이 만들어지며 관계가 더욱 끈끈해졌습니다.

세계가 주목하는 이음텃밭: 사회 혁신 우수사례로 조명받다

이음텃밭의 가치는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최근 이음텃밭은 '공동체 활동을 통한 사회 혁신'을 주제로 한 아시아-유럽 국제 공동 연구 프로젝트의 핵심 연구 사례로 선정되었습니다. 이 연구는 싱가포르, 슬로베니아, 한국의 사례를 비교 분석했으며, 특히 이음텃밭을 '도시농부, 인천도시농업네트워크, 인천시 간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만들어진 집단 행동과 사회 혁신의 우수사례'로 높이 평가했습니다. 연구를 통해 공동체 텃밭은 사교적 기술을 강화하고 지속 가능한 생활 방식을 확산시키는 긍정적 효과가 있음이 밝혀졌습니다. 동시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들도 제시되었습니다.

적극적인 도시농부 확보: 공동체의 지속성을 위해 매년 참여하는 도시농부의 수가 늘어나야 합니다.
장기적인 부지 보장: 지자체가 개발로부터 보호되는 토지를 확보하여 장기적으로 공간을 보장할 필요가 있습니다.
정책의 유연성: 지나치게 엄격한 규칙보다 공동체의 동력과 열정을 살릴 수 있는 유연한 정책 지원이 중요합니다.

* 참고글 : 회복력 높은 미래를 향하여: 송도 이음 공동체텃밭 연구 사례 ( Blažka Rupnik, Seoul National University, Blaž Križnik, University of Ljubljana)

텃밭에서 피어난 우리들의 이야기: 공동체 활동 사례

334명의 시민 텃밭지기와 26개 공동체 텃밭이 함께한 2025년. 그중 두 공동체가 자신들의 생생한 텃밭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마을엔 도시농부 (마도농): "사람이 가장 힘든 일이기도 하지만, 가장 재밌는 일이기도 해요"

'마을엔 도시농부'의 복선희 님은 공동체를 만들기 위해 용기를 냈던 경험을 나누며 혼자가 아닌 '함께'일 때의 즐거움을 이야기했습니다. 개인 텃밭을 할 때 느꼈던 어려움과 답답함을 공동체 활동을 통해 해결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특히 감자 축제 때의 일화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요리에 자신 없던 발표자와 달리 팀의 '셰프님'이 실력을 발휘해 만든 감자채전이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습니다. 복선이 님은 이 경험을 통해 "각자의 장점을 살리고 서로의 부족한 점을 메꿔주는 팀이 있어 활동의 지평도 넓어지고 즐거움도 훨씬 커졌다"며 공동체의 시너지를 강조했습니다.

모두가 초록의 진심 (모초진): "실패마저 즐거운 경험이었어요"

'모두가 초록의 진심'의 정지아 님은 텃밭 활동의 매력을 유쾌하게 풀어냈습니다. 첫날, 기계 대신 직접 밭을 갈며 "인간 로터리"가 되었던 경험부터, 비바람을 맞아 '꼬질꼬질한' 모습이었지만 최고의 풍미를 선사했던 토마토 이야기까지, 그의 발표는 좌중을 웃음 짓게 했습니다.

그의 팀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으로 가득했습니다. "토마토에 약간 미쳐 있다 보니" 32종이나 되는 토마토를 키우고, 직접 대나무를 쪼개 엉성하지만 뿌듯한 터널을 만들었습니다. 특히 압권은 '당근 콘테스트'였습니다. 다리를 꼬거나 독특한 포즈를 취한 "유험한" 모양의 당근들을 모아놓고 "과연 몇 번 당근이 제일 섹시합니까?"라며 투표를 진행했던 일화는, 규격화된 성공이 아닌 과정의 즐거움을 보여주는 최고의 순간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몰래 농약을 쓸까 고민하기도 했지만, 이음텃밭의 '생태순환 농법' 덕분에 땅이 건강해져 더 맛있는 작물을 얻을 수 있었다는 깨달음도 나누었습니다. 그는 "기존에 계셨던 분들이 땅을 건강하게 가꾸고 꾸려왔기 때문에 그 혜택을 저희가 본 것 같다"는 말을 덧붙이며, 공동체의 지속성과 선순환의 가치를 되새기게 했습니다.

"나에게 이음텃밭은 OOO이다": 텃밭지기들의 이야기 나눔

김동수 이장님의 진행으로 열린 이야기 나눔 코너에서는 텃밭지기들이 각자에게 이음텃밭이 어떤 의미인지 진솔하게 이야기했습니다.

최준식 님: "학교 같아요. 모르는 건 물어볼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을 보며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이일석 님: "힐링입니다. 녹색 속에서 살다 보니 마음에 힐링을 얻었습니다."

정미영 님: "쉼입니다. 텃밭의 일에 집중하다 보면 나쁜 생각들을 모두 잊고 마음이 정화됩니다."

남영숙 님: "즐거움을 주는 곳입니다. 올 때마다 반겨주는 분들이 많아 엔돌핀이 돕니다."

김용철 님 (객석): "새벽 운동 시간입니다."

한 해의 결실, 감사와 존경을 담아: 시상식 하이라이트

한 해 동안 열정과 헌신으로 이음텃밭을 빛내준 개인과 공동체를 위한 시상식이 진행되었습니다. 시상식은 단순히 수확량이나 활동 시간을 넘어, 공동체에 기여한 다양한 모습을 조명하는 자리였습니다. 어려운 일이 생길 때마다 나타나는 해결사에게 수여하는 '이음리 홍반장' 상이나,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도움의 손길을 내민 분들께 드리는 '숨은 조력자상' 등은 이음텃밭이 소중히 여기는 가치가 무엇인지 보여주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이음리 파워상'을 받은 '아빠 육아 천사단'의 이야기는 큰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들은 작물 재배를 넘어 아이들과의 공감대 형성을 목표로 활동했습니다. 텃밭에서 북 콘서트를 열고, 수로의 물고기를 연못으로 옮겨주며 생태 학습을 진행했습니다. 또한, 수확한 작물로 만두와 깍두기를 담가 보육원에 기부하며 나눔의 가치를 실천했습니다. 이들의 활동은 아빠와 아이들에게 소중한 추억을 선물했을 뿐만 아니라, 이음텃밭 공동체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습니다.

2026년을 향한 새로운 다짐

2025년 한 해 동안 872kg의 작물을 이웃과 나눈 이음텃밭. 성과공유회를 마무리하며 우리는 더 큰 목표를 세웠습니다. 바로 내년에는 '1톤 기부'에 도전하는 것입니다.

이 '1톤'이라는 목표는 단순히 숫자를 넘어, 더 많은 이웃과 연결되고자 하는 공동체의 따뜻한 마음이자, '관계의 힘'을 더욱 키워나가겠다는 다짐입니다. 사람과 자연, 그리고 이웃을 잇는 이음텃밭의 이야기는 2026년에도 계속됩니다. 더 많은 분의 관심과 참여로 더욱 풍성한 결실을 맺기를 기대합니다.

미래 도시를 키우는 한 뙈기의 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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